표지가 예뻐서 한눈에 끌렸다. 「올드 뉴욕」이라, 올드한 건 좋아하지 않는데. 첫 만남에서 이정도의 생각을 했다. 책을 든 감상은, 역시나 표지가 예쁘다는 거였고, 뒷표지의 글씨가 큼직해서 시원시원하게 읽혔다.
전부 단편소설들이지만 꽤 내용이 긴 편이고, 여운도 길게 남는 편이다. 주인공이 이해됐다가도 몰상식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다. 이런 주인공은 이렇게 행동한다는 식으로 편견을 가진 건 아니지만, 등장인물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들이 놀랍다. 철저히 관찰자적인 시선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럴까 저럴까 하는 수사여구들 때문에 헷갈리는지 모르겠다.
맨 첫번째 장에서 루이스는 무책임한 인물로 그려진다. 루이스 가족은 고아가 된 베아트릭스를 가두면서 외모가 평범해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루이스는 여행에서 아버지의 큰 돈을 쏟아 자신이 사랑하는 베아트릭스를 닮은 성모그림을 잔뜩 사왔다. 유명 거장들의 그림이 아니라 쓸데없는 데 돈을 탕진해왔음을 안 아버지는 유서를 고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그림만 물려받은 루이스는 입장료를 받는 갤러리를 열지만 사람들의 혹평은 계속되고, 그의 안목은 빛을 보지 못한다. 아주 오래 뒤에는 그 그림들이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른 뒤였다.
루이스가 옳았다고 소설은 끝나지만, 내 시각에서는 루이스가 너무 자기만 생각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큰 돈을 지원받았다면 아버지의 뜻을 조금은 따라 주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돈이 없어서 동생들의 도움을 받는 처지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으려고 했을 때는 민폐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