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로버트 드 보드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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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드를 위한 심리상담>의 주인공 토드는 정원이 딸린 큰집의 주인이고, 멋지게 차려입은 채로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좋아한 유쾌하고 즐거운 두꺼비였다. 마음만 먹으면 하고자 하는 것 다 해볼 수 있는 토드가 뭔가에 결핍된 것처럼 홀쭉해져선 하루하루 메말라가고 있었다.

 

정신이 어디로 향하는데 없는 것 같고 상실감과 무기력만 느껴지는 고통. 토드가 겪었던 슬픔은 누구든 정도에 상관없이 경험해본 적 있는 고통이다. 약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없는, 정신의 힐링을 필요로 하는 아픔으로, 한 살 두 살 나이 먹고 보니 이 아픔이 섞인 한숨이 이곳저곳 가득한 것 같다. 일어나 아침을 시작할 이유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은 우울한 감정 상태에, 파김치처럼 늘어져서 어떻게 해볼 힘도 안 남아 있는 극단의 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결말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 나 자신과 공모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무의식중에?' (p113)

 

이 책은 슬럼프를 깨볼 희망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안내하는 책이다. 자신의 상태가 예전처럼 정말 변할까 싶어서 망설이지 말고, 심리 치유는 자신의 의지에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토드도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토드는 정신과 의사 헤런을 만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상담자가 토드를 전적으로 이끄는건 아니었다. 토드의 현재 문제점이 무엇인지 탐색하게 해서 토드 자신이 과거 꾸중 받아 움츠린 어린아이 때 행동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그리고 상담자는 계속해서 토드를 주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끔 준비시켰다.

 

마침내 토드는 노력하여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다. 어린아이도 부모를 따라 하는 상태도 아닌 자립적인 어른의 자아를 갖게 되면서 토드는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화 형식이라 낯선 상담 과정이 재밌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살피려 노력하는 토드와 토드의 문제에 공감해 주고 바른 탐색을 하게끔 인도하는 헤런의 행동을 함께 제시하면서, 심리 상담의 올바른 예를 보여준다.

 

책 속 상담 과정에서 아쉬운 게 남기는 하다. 이렇게 이론적이라면 쉽겠지만 실제 상황에선 토드처럼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고, 토드와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독자는 토드가 받은 상담을 자신에게 적용하기 애매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온건한 부모에게 자유롭게 양육 받았는데도 토드처럼 나 자신을 너무 질책하는 상태로 빠져 너무 힘들 때가 있다.

 

아픈 마음이 어떻게 치유되고 회복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데는 유용하고 좋은 책이다. 마음의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겠다. 누군가의 도움이 변화의 동력이 아니라 내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이 책으로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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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안네 - 60년 만에 발견한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베르테 메이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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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베르테 메이에르는 가끔 안네가 생각난다 한다. 건너 이웃집에 살았던 안네가, 전쟁 막바지에는 같은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그 소녀가 나처럼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묻고는 한다고 한다.

 

누군가가 꼭꼭 묻어두었던 일기를 읽는 건 호기심을 자극한다. <굿바이 안네>를 펼친 건 안네의 훗날이 궁금해서였다. 어릴 적 읽은 안네의 일기 속 안네는 밝고 착하고 예뻐서 그렇게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주인공이었다. 그땐 무조건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읽었는데, 유대인 소녀의 생존 일기를 읽고 나니 전쟁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정말 운이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베르테 메이에르는 살아남은 또 다른 안네였다. 일곱 살 죽음의 기차에 아무렇게나 실리고 끌려가 가둬진 수용소에서 그녀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참혹한 기억을 갖게 되었다. 살아남았지만 살아가는 방법은 몰랐다는 슬픈 고백을 시작으로, 비극이 펼쳐진 그 시절, 해방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비극의 상처 그리고 마침내 끔찍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게 되었는지를 털어놓는다. 저자가 60여년 만에 의식 밖으로 가두려 애썼던 기억을 책으로 꺼낸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쟁은 그 자체로 없어져야 할 비참한 것이란 사실, 남은 정신적 외상은 절대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살아남은 자들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가장 슬픈 건 기억 속 나날에는 유대인이란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고 괴로워한 흔적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행복이 뭔지 모른 채 그저 수용소의 비참한 기억과 싸우는데 집중하고, 몰려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아심을 극복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쟁의 결말 앞에서 용서와 화해는 무의미한 것이라 말하는 고백이 너무도 담담하여 더 서글프다.

 

슬프지만 읽어봐야할 정말 좋은 책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타격이고 상처라해도 지금도 누군가는 전쟁 한복판에 서있으며 치료할 수 없는 상처는 끊임없이 현재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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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회개 - 마태복음 5 김양재의 큐티노트 마태복음 5
김양재 지음 / 두란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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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읽다 말다 했던 레위기를 새해 첫날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강해서를 통해 읽으니 여러 가지 복잡한 제사 절차와 예배의 의미가 조금씩 머릿속에 들어오는 걸 느낀다. 말씀에 생명이 있음을 실감하는 한편으로는 큐티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묵상하는 깊이가 대충대충 형식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도 생긴다. 매일 읽고 말씀대로 살겠다고 다짐한 지 몇 주 지났다고 이러는지 부끄럽고 화도 난다.

 

<나를 살리는 회개>는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님의 마태복음 19장~24장 강해서이다. 사실 큐티책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목사님의 친근한 설교 방식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김양재 목사님이 전하는 가르침이 설교에 그대로 녹아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데, 가운데 있는 핵심을 보지 않고 주변 배경만 보려 하고 따지려 하는 제자들과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안타까운 심정이 책을 통해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겉으로 그런 체하려 하는 율법적 행동이 사실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 배불리 먹으려는 육체적 행복을 위해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하지 못한 죄인이기 때문에 겸손으로 엎드린다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원하시는 바를 모르고 사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예수님께서 친근하게 다가오셨고 대신 죽어주셨다.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이미 말하지 않았냐고 화를 내지 않으시고 알려주시고 또 알려주셨다. 김양재 목사님은 좁은 눈으로 보려고 해서 놓치곤 하는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말씀을 바로 알 것을 권한다.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말씀의 핵심은 사랑이고 그 사랑을 사모하고 말씀대로 따르려는 마음이 회복될 때 진정으로 거룩한 자답게 하나님 원하시는 모습대로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묵상의 이유는 내가 부족한 죄인이기 때문이고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살기 위한 것임을 바로 알았다. 자꾸 쓸데없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목사님이 큐티하는 방식처럼 삶 전체를 예배로 드리고자 기도해야겠다. 그래서 매일매일 회개의 감격을 누리고 싶다. 나부터 먼저 변화되어야 변화의 바람이 가정에 사회에 일어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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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마음 어머니 마음 - 우리의 삶을 양육하시는
다이앤 리틀톤 지음, 정동섭 옮김 / 카리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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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사랑은 이 세상 모든 사랑을 포괄하는 넓고 깊은 사랑이다. 당연히 그 사랑에는 어머니로부터 받는 무한한 애정도 포함될 것인데, 아버지의 모습뿐 아니라 포근한 가슴으로 감싸주시는 어머니의 모습 역시 아름다우신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우리가 그분을 부를 때 아버지라 부르기 때문에, 규율과 질서를 담당하는 가장으로서의 역할로 하나님의 양육 방식을 한정하여 볼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은 단면적이지 않다. 온유하신 어머니 같은 마음도 하나님의 사랑 방식이다.

 

이 책은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타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살피는 책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상호 보완하여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한 가정이 만들어지듯,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있게 살필 때 그분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고 그 사랑 안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흔히 떠올리고는 하는 권위적이고 체계적인 아버지의 사랑만 바라볼 게 아니라 위로하시고 감싸주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간구하고 기대할 때 교회도 신앙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더 나아가 끝없는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바로 알아 우리 안의 성적 정체성을 올바르게 회복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서 우리 안에는 양성적인 모습이 함께 있기 때문인데, 그러니 어느 한 면만 부각해서 볼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을 우위라고 할 것도 없다는 뜻이겠다.

 

포근하게 만져주시는 하나님의 어머니 마음을 알고, 본받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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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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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작가 책 중 아는 책으로는 <스타일>이 다인데, 외국 칙릿 영화 같은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 보여 조금 읽다 말았었다. 이 책 첫인상도 많이 비슷했다. 실연당한 사람들과 조찬 모임이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과 화려한 표지를 보고 뜬금없는 사람들의 소란스런 이야기 아닐까 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부서졌다. 시끄러운 소설이 아니었다. 공감으로 마음이 촉촉이 젖어가는게 떨어지는 빗방울 가운데 서서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별이 남긴 상처에서 터진 핏물이 눈앞에 보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작가의 묘사에 적응하여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청승맞게 무슨 아침 모임인가 하는 생각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책에 담긴 다양한 주제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실연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찾아올 사랑을 기대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과 실연의 과정 외에도 할 얘기가 이렇듯 많다보니 당연히 수선스럽게 느껴질 법한데, 오히려 그것이 공감과 눈물을 더 쏟아내게 했다.

 

실연의 끝에 선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상처를 담으려 하는 과정이 좋았다. 지난 사랑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사강이 겪은 과거 상처도 지워지지 않겠지만, 더 나은 미래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이들 각자가 서로에게 전하는 응원과 희망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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