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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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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였던가요, 이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를 인식한 시점이 아마도 막 대학을 입학하던때이던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믄 당근 소설이어야겠지만 그때는 "장미의 이름"이라는 영화로서 알게 되었죠.. 사실 영화도 그닥 재미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아마도 단체관람 할인이 되어서 보러 같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만 중세 수도사로 등장해주신 코네리횽님 할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군요.. 그때는 별반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그 뒤로 한참의 세월이 흘러 나름 똑똑한 척 보이려믄 최소한 에코의 작품 한 두권은 나름 소장함이 젠체하는 미더덕인지라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라는 책을 구입했더랬죠.. 물론 한번도 펼쳐보진 않았습니다.. 네, 여즉 어딘가에 젠체할려던 저를 비웃으며 먼지옷을 입고 있을겝니다.. 

 

    내가 책 좀 읽네 같은 잘난체 하기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딱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랑하고 싶은 뭐 그런 어줍잖은 생각에 이번에 에코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었네요.. 아휴, 어렵습니다.. 에코의 음향처럼 웅웅거리면서 저 멀리까지 메아리치는 어렵다이다이다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의 작품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라는 "장미의 이름"조차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넘이 나름 19세기의 유럽의 역사를 꼼꼼시럽게 구체적으로 다룬 "프라하의 묘지"라는 작품을 편안하게 읽으려고 했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요.. 암요, 기가 차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19세기 끄트머리 쯔음의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어딘가의 골동품상의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이 든 한 남자의 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죠... 그의 이름은 시모니니라고 불리우는 그 누군가입니다.. 이 사람은 일종의 문서를 위조하고 모방하고 대필하는 일을 하는 사기꾼 정도로 보시면 되시겠습니다만 무척이나 혐오스러운 성향을 가진 인물입니다.. 세상에 좋은 것이 단 하나도 없는 모든 것에 대한 증오와 불만을 가진 인물이라고 보시면 될 터인데 말이죠.. 이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중심으로 펼쳐내는 이야기들입니다.. 19세기 중반무렵부터 후반과 20세기가 다가오는 몇 해전까지 벌어지는 일들이 시모니니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속에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시작부는 모든 것에 대한 싫증이나 증오가 담긴 인간적 편견이 가득한 한 인물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특히나 인종적인 문제에 대한 심각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는 아주 비합리적인 인물입죠.. 왜 이렇게 꼬였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인물입니다... 시모니니죠.. 이 인물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 토리노라는 곳에서 어린시절 엄마를 여의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둔 아이인 시모니니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시모니니대위가 키우게 됩니다.. 실질적인 교육적 가르침은 할아버지에게서 받게 되죠.. 여기서부터 일종의 편견적 세계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변호사 공부를 하던 중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공증인 사무실에서 위조일을 배우고 살다가 파란만장한 이탈리아의 복잡한 정치세계와 관련된 정보기관의 일을 조금씩 봐주게 됩니다.. 일종의 위조를 통한 음모론의 조작을 하는 일이죠.. 이렇게 시모니니는 국가적 간첩행위와 숨겨진 고발자의 역할등을 해나가면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인물로 거듭되어가면서 또한 스스럼없이 살인도 저지르게 됩니다.. 그렇게 시모니니라는 한 인물을 통해서 1830년대부터 1900년이 거의 되는 시점까지의 유럽 - 그중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등 - 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언듯 보니까 이 소설속에서 사실이 아닌 것은 일기를 써내려간 시모니니라는 인물 하나뿐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허구의 인물인 것으로 보이는 시모니니가 만나고 행하고 전하고 위조하고 모략하고 고발하는 모든 인물들과 그 시대의 사회상은 하나같이 역사속에서 진실된 사실들이며 그가 움직인 행동반경내의 모든 위치들도 그 시대에 당연히 실재했던 그런 곳이라는 것이죠.. 그가 다닌 골목과 식당과 지역 모두 허구된 한 인물이 상상한 것처럼 보이나 역사적 사실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거죠.. 응, 뭔말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건 이 소설속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역사의 한페이지라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불완전하고 폭풍속에 놓여있는 19세 중.후반의 유럽의 잔혹한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권력에 기댄 인간적 망종들과 국가적인 배타적 이기심등을 자연스럽게 들춰내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드렸죠.. 어렵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소설의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듯 읽어나가더라도 중간중간 맥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시모니니냐, 달라 피콜라냐라는 정신분석학적 다중적 인격에 대한 느낌 또한 상당히 어지럽게 느껴지고 말이죠.. 너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한 시대의 중심에 놓여서 그 속을 들여다본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는 저에게는 낯설고 어지럽기만 하더군요.. 끝까지 읽긴 했습니다만 거의 읽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물론 그동안 바빠서 졸리는 눈을 비비며 잠들 시간에 띄엄띄엄 읽었다는 핑계도 될 수 있습니다만 시간이 허락되는 부분에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내려가면서 그 시대의 모습을 이런저런 참고자료등을 살펴보고 조금씩 파악을 할 수 있었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독서가 되었지 싶은데 말이죠..

 

    사실 저처럼 대중소설의 줄거리 위주의 술렁술렁 독서를 즐기는 무지렁이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근접하기 어려운 책이긴 합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조금은 젠체하고 싶고 똑똑한 척 하고 싶어 이 책을 무심결에 펴들었다가 몇날 몇일을 프라하의 묘지의 유령이 나타나 가위에 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담이구요.. 기존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독자님들이시라면 충분히 재미진 작품으로 매김하실 듯 싶구요.. 또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거나 정독을 하시면서 소설의 내용적 측면에 대해 상당히 깊은 이해력을 보유하신 분이시라도 행복한 독서가 될 듯 싶습니다.. 번역체의 문구 또한 독자를 배려한 듯한 느낌이 그렇게 나쁘진 않았구요.. 제 입장에서는 대중소설류의 속도감이 넘치는 펄프픽션류가 딱 어울리는 관계로 무지 재미없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 제가 별점을 주는 관점도 재미적 측면이라는거 아시죠? -  에코스러운 독서에 즐거움을 만끽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재미진 작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주 음모스러우면서도 역사적 진실의 한 공간속에 놓여진 듯 싶어서 나쁘진 않으실겝니다.. 아님 말고.. 땡끝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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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간 2013-04-08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가 여러번 빵 터졌어요. 좋은 리뷰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