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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평점 :

이인화라는 작가보다는 "영원한 제국"이라는 소설이 더 유명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니까 말이죠.. 그만큼 개인적으로 상당히 머리속에 오래 남겨진 작품입니다.. 제가 "영원한 제국"이라는 소설을 읽을때에는 군대에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전이라 그랬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도 그당시 제가 "혼자뜨는 달"이라는 아주 대단한 베스트셀러에 홀라당 빠져있다가 묵직한 정조시해사건을 다룬 허구적 팩션소설을 접하게 되니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아주 스펙타클하면서도 긴장감 백배의 속도감 넘치는 작품으로 기억이 되는데 말이죠.. 그 분의 작품은 무조건 사서 읽어보리라 다짐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 뒤로 여태껏 저언, 외면했을 뿐이고.. 이제서야 다시 되새김질할 뿐이고..
"영원한 제국"으로 미루어보건데 정말 재미진 글을 쓰는 작가라는 인식과 더불어 그동안 외면했던 기억에 약간은 미안한 마음에 제목부터 입맛에 짭쪼름하니 맛나 보이는 신작을 커다란 기대로 받아 들었습니다.. "지옥설계도"라는 아주 장르틱한 느낌이 다분한 작품이었죠.. 유치한 우스갯소리로 전 이 작품을 일년내내 읽었습니다.. 연말과 연초를 함께 보낸 것이죠... 실제로는 10일 남짓이지만 개념적인 시간적 계산으로는 일년이 지났습니다.. 표지부터 상당히 철학적이며 관념적이고 호러적 느낌도 나는 장르소설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예전 "영원한 제국"에서 맛보았던 그 느낌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펼쳤죠... 시작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하더군요
한 남자가 대구의 한 호텔에서 살해당합니다.. 국정원같아 보이는 정보요원인 김호팀장은 중년의 지리한 삶의 언저리에서 이 사건을 맡게 됩니다.. 서울에서 붙잡힌 용의자 중국인 자오얼의 신상이 일반적이지가 않다는 이유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대구로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해 보이는 사건의 내막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린 글로벌적인 체제 전복과 관련된 보다 판타스틱하고 대규모적인 세계관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갑자기 강화인간이라는 신생 인류종이 나타납니다.. 새로운 유전자 조작과 약물등의 신체병기가 비밀리에 만들어진 것이죠.. 그 중심에 이번에 살해당한 한국인인 이유진이라는 인물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자오얼 역시 그런 강화인간의 한 명일것입니다.. 이들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비밀리에 실험을 하던 인간개체들이었던거죠.. 이들은 지적체계의 활성화를 목적으로한 약물을 투입받고서 수없은 시행착오 끝에 살아남아 강화인간이 된 무리들입니다.. 하지만 예기치않게 이 강화인간들이 차례로 연쇄적 살해를 당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강화인간들이 왜 살해되는냐는 현 세계의 체제 전복이라는 중심 화두를 그들이 던져놓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시스템을 책임지는 현 기득권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되고자 만들어낸 강화인간들이 도리어 전복을 시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방법에 미리 선수를 친 것이죠.. 이에 강화인간들은 그들만의 텔레파시와 최면상태에 빠지거나 살해되어버립니다.. 강화인간인 이유진이 만들어낸 최면의 세계가 바로 인페르노 나인이라는 최면속의 시공간인 것이죠.. 그 최면의 세계를 설계한 것이 바로 지옥설계도입니다.. 그럼 이 인페르노 나인의 창조자인 이유진을 살해한 인물은 누구이고 그가 창조한 최면속의 세상은 어떠할까요,
줄거리에는 최면과 최면속 시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어보이죠, 하지만 소설속에서는 강화인간의 개념과 사상이나 기득권을 가진 현 인류에 대한 배타적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는 이야기 못지않게 강화인간들이 만들어낸 최면속 세계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좀 많이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한 내용이 불분명해서 읽으면서 참 힘들었는데 말이죠..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아하, 싶더군요.. 이인화 작가는 하나의 게임 속 공간인 "인페르노 나인"이라는 판타지스러운 시공간을 이미 짜놓은 것이었네요.. 게임 개발의 크리에이티브가 짜져 있었던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짜임새에 장르적 강화인간류의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접목시켰던 것 같습니다..
전 판타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허황된 이야기에 큰 감흥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전 판타지소설에서 큰 즐거움을 얻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전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에도 큰 지식적 각성을 하지 못하는 무식한 사람입니다.. 눈에 보이고 직접 말을 해줘야 깨닫는 단순한 인간인게죠.. 그런데 이 작품은 제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제목과 서두의 살인사건류의 진행방향은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읽어 내려가면 제가 느끼는 생각은 이 작품은 무슨 짜집기같이 느껴졌다는거죠.. 표절이라는 개념이 아닙니다.. 제가 접해왔던 수많은 영향적 매체속에서 끊임없이 보아오던 그런 이야기들이 어지럽게 뭉쳐져 있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쉽게 말씀드리면 전 이 작품속에서 얼마전에 읽은 일본 소설과 인셉션이라는 영화와 수많은 음모론적 스릴러영화나 소설과 신인류의 게놈형성이라나 뭐라나 이런 SF적 소재들을 따로국밥처럼 머리속에 떠올리게 되었고 무엇보다 최면의 세상속의 판타지스러운 "인페르노 나인"이라는 곳은 말그대로 판타지게임이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실속 이야기인데 순간 판타지가 나오고 일반적인 살인사건이 음모론적 세계전복의 개념으로 국가간의 치밀한 암투와 인류의 종말등을 다루고 무엇보다 강화인간이라는 생경스러운 인물들이 그들의 자아속에서 만들어낸 판타지의 공간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전쟁을 치루는 일들이 전혀 하나의 소설속 이야기로 묶여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너무 제가 "영원한 제국"의 짜임새와 하룻밤 사이에 그토록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서사적 재미에 대한 옛감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건지, 아니면 이 작품 "지옥설계도"속에 작가가 만들어낸 게임적 바탕의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적 구성속에 무식해서 빠져들지 못하는건지는 몰라도 힘들게 읽었고 심지어 중간중간 못읽고 패스한 페이지도 많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셨는지, 너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고자 배려를 하신 건지는 모르지만 소설에서 설명이 난무하고 모르는 세계가 자연스럽지 못하게 튀어나오면 전 개인적으로 당황하고 지루해지더군요.. 무엇보다 전 등장인물들이 혼잡스럽게 나열되고 중심이 없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적고보니 좋은 말은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제목과 표지만 마음에 들었습니다.. 땡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