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열린책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으로,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제목은 수없이 듣고 들어온 소설이었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으로 1953년 퓰리처상,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대단한 작품인데, 거기다 이렇게 얇디 얇은 책인데 왜 아직까지 안 읽었던 걸까?
이번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기념판으로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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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어쩌면 간단하다.
쿠바에 사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85일째 되는 날 드디어 커다란 말린을 낚게 된다.
그러나 말린이 너무 커다랗고 힘이 넘쳐서 노인은 쉽사리 잡지 못하고 이틀을 낚시줄을 잡은 채 말린을 따라 다닌다.
노인은 드디어 사흘째 되는 날 말린은 잡게 되지만, 작은 배에 실어 올리지는 못하고 배에 붙인 채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데 말린의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들이 공격하고, 노인은 있는 힘을 다해 상어들을 물리치지만 결국에는 말린의 머리와 뼈만 남긴 채 다 뜯어먹혀 버린다.
이렇게 간단하다고?
응. 이렇게 간단하다.
그러나 노인이 말린에게 끌려다닌 이틀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어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그는 많은 생각들을 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자신에게 말을 걸고 또 말을 건다.
노인은 빈틈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과 대치하고 있는 말린에게 감탄하기도 하고, 말린을 노리는 상어와 사투를 벌이면서 말린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한다.
작은 배를 타고 먼 바닷가로 나가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사실은 살짝 두려운 마음도 든다.
끝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조그만 고깃배와 노인만이 있다.
드디어 커다란 말린을 잡아 의기양양하게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며 돌아오는 노인과 작은 배를 향해 난폭하고 사나운 상어들이 다가온다.
작은 배, 노인, 배 옆에 묶인 커다란 말린, 그리고 그들을 향해 돌진하는 상어떼.
상상해보면 정말 무섭고 아찔한 장면이다.
큰 고기를 잡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희망에 가득차 있던 노인은 이내 절망에 빠진다.
한 마디 상어를 물리치면, 또다시 피냄새를 맡은 다른 상어가 나타난다.
말린의 살점이 뜯어져 나갈수록 노인의 작은 배는 점점 가벼워진다.
그리고 노인은 지쳐간다.
결국 며칠 동안의 사투가 무색하게, 먼 바다로 나가 엄청난 고생을 한 것이 무색하게, 노인에게는 말린의 머리와 뼈만 남았다.
그러나 노인은 생각한다.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자신은 패배하지 않았다고, 그저 멀리 나갔을 뿐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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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설을 읽기 전에 알고 있던 줄거리만으로는, 노인이 얼마나 허무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명백히 내가 잘못 생각했고, 착각한 거였다.
최선을 다했어도 좋지 않은 결과가 분명 있을 수 있다.
노인도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노인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분명 중간중간 자신과 대화했던 것처럼 다음 번에는 더 철저히 준비하고 새로운 대치에 임하지 않을까.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됐어, 라는 말을 종종 한다.
노인의 모습을 보니 실패 속에서 새로운 지점과 시선을 찾아서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다시 한 번 나가보자, 라는 생각...
난 아주 정확하게 깊이를 유지하지. 그는 생각했다.
단지 지금껏 운이 없었을 뿐이야. 앞날을 누가 알아?
어쩌면 오늘은 운이 좋을지 몰라. 모든 날은 새로운 날이니까.
행운이 따른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먼저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해.
그래야 행운이 찾아올 때 그걸 잡을 수 있지.
_ 31쪽
멋지면서도 이상한 놈이야. 대체 몇 살이나 먹었을까.
이렇게 힘센 고기는 본 적이 없고 또 이처럼 이상하게 행동하누 놈도 난생 처음이야.
- 47쪽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_ 101쪽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희망이 없다는 건 죄악이야. 죄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
_ 103쪽
아무것도 날 패배시키지 못했어. 단지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_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