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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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사토시는 8년 전 아내 마리코를 잃고 홀로 딸 가나를 키워 왔다.

그런데 어느날 소중한 딸 가나가 학교 베란다 난간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가나의 죽음은 자살로 결론이 나고, 안도는 실의에 빠져 지낸다.

가나가 세상을 떠난지 한 달 정도가 흘렀고, 안도는 가나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를 알기 위해 가나의 방을 살펴본다.

혹시나 일기가 있을까 싶어 노트북을 열었으나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일기를 찾지는 못한다.

(96~97쪽)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베란다로 뛰쳐나갔지만 결국 몸은 던지지 못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체념하지 못하고, 이제 아무 의미도 없는 삶에 매달리다니 한심했다.

가나는 이걸 해냈다고 생각하자 눈물이 더 펑펑 쏟아졌다.

가나도 무서웠을 것이다.

죽는 건 무섭다. 죽음이 무섭지 않은 인간은 없다.

그래도 죽음을 선택하다니 가나는 대체 얼마나 큰 절망에 사로잡혔던 걸까.

그렇게 슬픔에 잠겨 지내던 안도의 집으로 가나와 같은 반인 친구가 찾아오고, 안도는 가나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 가나의 일기가 있을 거라며 그녀를 붙잡는다.

그리고 노트북에서 찾은 가나의 일기는 안도에게 큰 충격을 준다.

가나는 정말 자살한 것이 맞을까?

안도는 가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에게 분노하며 복수를 계획한다.

 

 

-

가나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가 너무 어이없어 당황스럽고 안타깝고 화가 났다.

가나는 친한 친구들이라 믿었던 아이들에게 은근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사실 요즘 학생들의 '왕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가해 학생들의 내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소름끼치도록 차갑고 냉정하고 이기적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자신이 동경하는 친구의 관심을 계속 받기 위해 왕따에 가담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동경하는 친구가 자신보다 다른 아이를 더 소중하게 대할까봐 두려워서, 혹은 자신이 왕따의 대상이 될까봐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었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친구의 죽음이라는 큰 상황에 직면하고서도 이들은 여전히 이기적이고 여전히 의존적이고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른다.

 

(289쪽)

"그런데 왜... 반성을 못 해?"

안도는 불현듯 깨달았다.

아무리 떠들어도 눈앞의 이 아이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것을.

 

친구의 죽음에 대한 진지한 반성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이 알려지는 게 더 두려운 아이,

자신의 손은 더럽히지 않고 책임에서는 벗어나 '죄'를 짓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맞는 안도의 복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솔직히 '오자와 사나에'라는 캐릭터에 대해 소설 속에서 꼭 필요한 인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역자 후기를 읽고 나니, 사나에와 사키의 모습들이 묘하게 대비되면서 필요없는 캐릭터는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요즘 아이들이 조금 무서워졌다.

일상적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반성의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으면서 "반성하면 되잖아요!"라고 내뱉는 무서운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책 속에서만 만나기를 바라지만, 분명 현실에도 존재하겠지.

 

'죄의 여백'이라는 제목을 다시금 쳐다본다.

분명 '죄'를 지었는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죄'의 바깥으로 물러나 있다?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없는...

분명 슬픈 일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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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맘의 실패 없는 아이주도이유식 & 유아식 - 자존감을 높이는 즐거운 식사법, 최신개정판
옥한나 지음, 조애경 감수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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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생소한 개념의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고, 다양한 레시피도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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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맘의 실패 없는 아이주도이유식 & 유아식 - 자존감을 높이는 즐거운 식사법, 최신개정판
옥한나 지음, 조애경 감수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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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바로 '이유식'이다.

곧 만 5개월을 맞이하게 되는 아기에게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초보맘에다 음식에도 전혀 소질이 없는 엄마라 걱정부터 앞서는 탓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라임맘의 실패 없는 아이주도이유식&유아식>이다.

사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아이주도이유식'이라는 걸 들어본 적은 있지만 개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단순히 이유식은 모두 미음과 죽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주도이유식'이란, 'Baby Led Weaning' 즉 아이가 이유식을 먹는 것에 관해서 주도성을 가지고 하는 이유식 방법으로,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서 스스로 무엇을 먹을지, 얼마나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 결정하고 식사하는 것이다.

 

언뜻 개념이 잡히는 듯 하면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엄마가 먹을 양을 정하고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먹고 싶은만큼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또, 의문이 생긴다.

그 조그만 아기가 자기 스스로 음식을 먹는다고?

남편에게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남편도 이도 없는 아기가 어떻게 스스로 음식을 먹느냐며 의아해했다.

라임맘은 그런 의문에 대해서, 구운 고기를 잇몸으로 으깨고 육즙을 빨아먹는 것만으로도 좋은 영양 성분들을 섭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아이주도이유식&유아식의 개념, 가이드, 레시피 등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다.

아이주도이유식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거나 혹은 아이주도이유식을 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초보맘에, 요리도 어려워한다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속에는 무려 590개의 레시피가 들어 있는데, 아이주도이유식 초기에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등을 비롯하여 파스타, 샌드위치, 김밥, 초밥 등의 요리와 반찬, 국물 요리, 간식 등 종류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라임맘이 전하는 아이주도이유식의 장단점, 그리고 다양한 레시피를 보면서, 나 역시 아이주도이유식을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더 손이 가고 힘이 들지도 모르지만, 아기가 처음 먹는 음식에 자기 스스로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나는 만 5개월 즈음에 이유식을 시작할 예정인데, 처음부터 아이주도이유식을 시작하기는 조금 어려울 듯 하고, 만 6개월 정도부터 핑거푸드를 시작으로 조금씩 아이주도이유식을 활용해 볼 생각이다.

라임맘의 다양한 레시피가 있으니, 차근차근 아기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듯 하다.

식단표와 스케쥴표 예시가 있어 더욱 든든하다.

 

스스로 무엇이든 잘 먹는 우리 아기가 되길 바라면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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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된 여자 케이스릴러
김영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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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을 살게 된 여자, 그것을 제안한 여자, 그녀들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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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변지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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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어른이 되었어요?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어른이 되었냐고요.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어른이 못 되진 않아."​

 

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에게 이보다 더 안심은 없다.

두 달 전 젊고 아름다운 나의 양부모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자도 어른이 되었으니 나도 될 수 있을지 모른다.

 

- <아무도 돌보지 않은> 1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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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양부모를 잃은 아홉 살 해나,

그러나 여러 차례 파양을 경험했던 해나는 또다시 파양될 수 없다는 마음에 양부모의 죽음을 비밀로 하고 보호자를 구하려 했고, 그렇게 전과자인 여경을 만나게 된다.

 

여경은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시절의 사건으로 전과자가 되었고,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기껏 구한 양로원에서 전과 사실이 알려지자 해고당하고 만다.

 

그렇게 해나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 여경에게 어느날 발신표시제한 문자가 오고, 문자에는 9년 전 죽은 엄마가 단순 변사 사건이 아닌 살해당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자에 함께 첨부된 유골함 사진으로 납골당을 찾아보려고 구청을 찾았으나, '주여경'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유골함을 가져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주여경', 이건 여경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쌍둥이 동생, 즉 이모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녀가 엄마의 유골함을 가져간 걸까?

 

여경은 해나의 양부모의 옛 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이모와 외할머니...

그러나 그녀들은 여경을 차갑게만 대할 뿐이었다.

 

 

 

 

-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더해지고, 해나와 여경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져갔다.

 

해나의 양부모는 왜 크리스마스 이브에 죽은 걸까?

거기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여경의 엄마의 죽음에도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떤 걸까?

무엇보다 여경에게 발신표시제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인 걸까?

 

해나가 과거 파양당한 일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속상하고 안타깝고 화가 났다.

'입양'이라는 절차는 엄청나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인데, 마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형을 고르듯 입양을 하고 상황이 제 뜻대로 되지 않으니 다시 버려 버린다.

 

여경의 과거 또한 순탄치 않았고, 그런 여경이 이렇게 마음이 온전하고 바르게 자란 것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비록 그녀가 전과자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엄마나 아빠, 부모의 사랑 등은 그 아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했는데 오히려 사랑을 받지 못한다.

어른답지 않은 무늬만 어른인 사람들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아이를 때리고, 그런 남편을 말리지 않고 도망쳐 버리기도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해나와 여경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계속 바라고 바랐다.

그런 그녀들을 의심하고 이용하려는 어른들도 나타났지만, 현명하고 똑똑하게 잘 대처해서 결국은 좋은 결말이 있기를 바라고 바랐다.

 

해나와 여경, 두 사람의 케미가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계약 관계였던 둘이었지만, 그녀들은 점점 가족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문장들도 너무 좋았다.

 

도대체...언제 끝나요...

아홉 해도 못 되는 시간을 산 아이가 우리에게 묻는다.

어른이 되면 끝나는 거냐고.

어른이 되면 답을 알 수 있냐고. (408쪽)

 

겨우 아홉 살의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해나와 그런 해나의 보호자가 된 여경...

이제는 해나와 여경에게 힘들고 슬픈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해나와 여경이 겪은 일들은, 결코 그녀들의 잘못이 아니기에...

그것은 그녀들을 그런 상황으로 내 몬 나쁜 어른들의 잘못이기에...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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