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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평점 :
동방의 불빛
-- 타고르 --
일찌기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등불이 되라 [후략]
타고르하면 아마 대부분이 떠올리는 시가 ‘동방의 불빛’이다. 이 작품은 1920년 동아일보 창간에 맞춰 기고한 작품으로 그 당시 우리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었을지는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면 모두가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타고르이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굳이 그의 작품을 찾아 읽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시라는 장르 자체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기에 그랬다.
나이가 들면서 책을 읽는 취향이 바뀐 것인지 ‘시’라는 장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읽게 된 타고르의 <기탄잘리>. 이 시집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옮긴이가 류시화 시인이기 때문이었다. 류시화 시인의 번역 작품들이 주는 감동이 상대적으로 높았기에 주저함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타고르는 이 작품으로 19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는 데, 이는 동양인 최초의 수상이었다고 한다. 시집 <기탄잘리>에는 신, 고독, 사랑, 삶, 여행 등을 노래한 산문시 10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독자마다 각자 시에서 느끼는 감상이 다르겠지만 신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제목처럼 내게 다가온 부분은 신에 대한 그의 찬미, 찬양이었다. 또한 30여 점의 인도 18-19세기 세밀화가 같이 실려 있어서 각 작품에 대한 느낌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더욱 좋았던 점은 작품뿐 아니라 예이츠의 서문, 타고르의 생애와 문학을 사진을 곁들여 상세히 설명한 부분, 기탄잘리의 영어 원문이 함께 실려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들을 통해 <동방의 불빛>이라는 시 한편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타고르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의 인연을 설명한 부분을 통해 그에 대한 호감이 더욱 높아졌다.
시에 대한 감상 대신 마음 깊이 다가온 작품으로 이를 대신하고자 한다. 한 편의 시이면서 또한 신앙 고백이기도 한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껴보기를 바란다.
나의 님이여, 이것이 당신에게 바치는 나의 기도입니다. 내 마음속 빈곤의 뿌리를 잘라 내고 또 잘라 내소서.
기쁨과 슬픔을 가볍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내 사랑이 섬김 속에서 결실을 맺도록 힘을 주소서.
가난한 사람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거만한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힘을 주소서.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초월해 정신을 높이 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그리고 나의 힘을 사랑으로 당신의 의지에 바칠 수 있는 힘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