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필로소피 - 아침을 바꾸는 철학자의 질문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장원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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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 수업>을 쓴 공저자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의 신간 <DAILY PHILOSOPHY>가 다산초당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도 스토아학파 철학자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픽테토스, 세네카, 클레안테스, 크리시포스)의 문장을 다룬다. 스토아 철학이 보편적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가 담겨있다고 한 저자들은, 책의 부제 "아침을 바꾸는 철학자의 질문"처럼 매일 스토아 철학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그리하여 단순히 스토아 철학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분명한 삶의 방향을 찾기 바란다 고 프롤로그에서 말했다.

 

세네카는, “철학은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저자들도 이 목적을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스토아 철학을 잘 몰라도 매일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고 철학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혹은 자문자답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라 할 것이다.

 

목차를 보면 12달을 3달씩 나누어 제목을 붙여 놓았다. 제목에 걸맞게 매일 한 꼭지씩 읽도록 구성했다. 책을 읽는데 정해진 법이 있는 건 아니다. 독자 마음대로 읽으면 그만이지만 서평단 자격으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보니 여러 방법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본다. 새해에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독서 관련이라면 더욱 좋다)

 

1. 매일 아침 한 페이지씩 읽기 OR 잠들기 전 읽기

 

아침을 바꾸는 철학자의 질문이라고 해서 꼭 아침에 읽을 필요는 없다. 아침형 인간이거나, 내년부터 미라클 모닝 같은 일찍 일어나서 아침 루틴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 아니면 아침에 여유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일찍 일어나기 힘든 사람들, 아침 사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이 책은 DAILY 이기 때문에 날짜와 제목이 있고 철학자의 문장을 인용한 후 저자의 설명을 짤막하게 붙여 놓았다. 아침에 읽기에 부담 없는 분량이다. 예기치 않게 그 문장에 꽂혀 깊이 오래 생각하다가 다음 할 일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자기 전에 읽는 루틴도 괜찮을 듯하다. 아침보다는 좀 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있을 것이고 내일을 위한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각 챕터(월별) 제목을 보고 현재 자신의 상황에 필요한 것을 골라 읽는다.

예컨대 속시끄러운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다면 7월에 끌릴 것이다.

[7월 몸과 마음의 평온은 어디에서 오는가?]

제목이 저렇다고 해서 71일에 딱 그 내용이 나오진 않으므로 날짜별 제목을 훑어보며 끌리는 것을 읽어보면 된다.

 


7월이 아니어도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어서 고를 만하다.

 

그러나 그 아래 철학자의 말을 읽고 순간 놀랄 수도 있지만 낙담할 것까지는 없다. 바로 아래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있으니까.

 

이 책은 날짜별 소제목을 아주 잘 잡았다.

우리는 우리가 한 행동의 총합이다.”

삶의 무기로서의 철학

 

그 제목을 보고 내용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직접 쓴건지 출판사와 번역자가 의논해서 수정한건지 궁금하다.

3. 2022년 계획으로 독서를 선택할 이들에게 추천!(읽기+쓰기+명상 삼종세트로 추천!!)

새해 습관으로 독서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록 작심삼일이라는 새드 엔딩일거라는건 알지만 매해 꾸역꾸역 세운다. 2021년도 몇 시간 남지 않은 오늘, 2022년 새해 계획으로 독서를 선택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방금! 철학책을 추천하는 게 무례하다고 생각했을 줄 안다. 하지만 1년에 이 책 한 권이라면? 부담 없을 것이다.(그 이유는 앞에서 충분히 설명!)

 

읽기로 부족하다면 필사를 권한다. 필사할 책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 매일 읽고 쓰고 사색한다면 그것이 명상이다. 그러니 명상하기를 계획한 이에게도 추천! 이거야말로 일타쌍피, 아니 쓰리피~~

 

거기에 철학책 한 권 독파도 추가되는 셈! 책 한 권 읽으면서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으니 그야말로 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독자가 할 나름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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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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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희 작가의 신작 <닷다의 목격>은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 닷다의 목격을 포함해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사계절 1318문고 시리즈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청소년이 주로 읽겠지만 어른이 읽어도 무방하다.

 

일곱 편이 각기 다른 다양한 소재이며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소설, 환타지 소설들이다. 요즘 이런 SF적 요소가 가미된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과학적 전문지식을 많이 넣지 않아도 미래사회를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만한 내용들이 많다. 대부분 지금의 사회적 문제가 심화된 상황(예컨대 계급이 공고화되거나 인간이 AI에 지배당하는)을 그리거나 회의적인 결말을 맺는다.

 

각각의 줄거리를 간단 요약한다.

 

<닷다의 목격>

고등학생인 주인공 닷다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데서나 나타나는 건 주로 동물들인데 어느날 교실에 너구리가 등장한다. 급식만 먹고 사라지는 녀석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친구 비슷한 관계가 된다. 닷다는 너구리에게 바닐라빈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바닐라빈은 학교에서 발생한 몰카 사건을 해결할 증거품인 휴대폰을 닷다에게 주고 떠난다. 닷다는 휴대폰을 어떻게 할까?

 

<제물>

어린 여자아이들을 제비뽑기로 뽑아 괴물에게 제물로 바치는 이상한 나라의 괴상한 제도. 그러나 괴물은 없었고, 아무도 괴물이란 건 없다고 말하지 않았고 제비뽑기 의식은 매년 계속 되었다. 그럼 그 소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사과의 반쪽>

한 몸에 양성을 갖고 태어나는 게 정상인 사회에서 여성성만 가진 채 살아가는 이안과 그런 그녀를 세상의 차별과 혐오로부터 지키고 싶은 엄마(혹은 아빠) 조의 이야기.

 

<그래도 될까>

우주네 반 아이들이 장기 결석을 하게 되는데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절친 송이가 계속 결석을 하자 우주는 송이네 집에 찾아가지만 송이 엄마가 만나지 못하게 한다. 알고 보니 결석을 한 친구들은 식물로 변했던 것이고, 우주도 명치께가 따끔따끔해지더니 통증이 격렬해진다. 우주가 되고 싶은 식물은 무엇일까?

 

<국경의 시장>

국경에서 열린다는 시장에 대해 주인공 나는 무나에게서 들어 알고 있다. 무나와 같이 국경으로 걸어갔는데, 시장에 당도한 것인지 아닌지, 무나는 혼자 떠나버린 걸까? 나는 무나네 집에 들어가 바싹 마른 나뭇가지 같은 할머니의 손을 잡았고 돌아오지 않을 무나를 기다린다...

 

<화성의 플레이볼>

어느 미래, 성공적인 화성 이주 후 화성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화성 야구가 시작된다. 지구와 화성 간 친선경기를 해온 지 10여 년이 흐르고, 처음으로 여성 야구단이 친선팀으로 선발되어 화성에 방문한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지구 친선팀은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생사마저 불분명해지게 되는데...

 

<튤리파의 도서관>

우주선이 주유를 위해 잠시 머무는 행성 T9에서 고양이 로라와 살고 있는 주인공. 어느날 우주선 한 대가 오작동으로 T9에 이틀 간 머물게 되고, 그 우주선에서 내린 지우라는 여자아이와 남동생(그 아이들은 사고로 냉동캡슐에서 깨어난 상태)이 주인공이 근무하는 도서관 정확하게 말하면 T9주유소에 와서 점심을 먹고 놀다간다. 그런데 그 우주선이 떠난 뒤 주인공의 유일한 가족 고양이 로라도 사라졌다. 로라 없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튤리파의 도서관 외에 다른 소설들은 열린 결말이거나 비관적인 결말이다. 그래서 튤리파의 도서관이 가장 좋았다. 고양이가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로라와 재회를 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내 가슴이 다 벅차올랐다. 미래엔 가족이 없어도, 애인이 없어도, 고양이는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 지금도 이미 그런가??ㅎㅎ

 

청소년들이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 이야기 해 보면 좋겠다. 또 소설에서 은유하는 현재의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해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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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인생독본 세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최종옥 옮김 / 노마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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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전 출간된 톨스토이의 <365 인생독본>이 톨스토이 사색노트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핸디북까지 세 권으로 구성한 세트 상품이 노마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내년부터 매일 명문장 쓰기를 계획하고 있던 차에 컬처블룸 카페의 서평단 모집을 보고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아래 서문 내용이 딱 내가 손글씨로 매일 쓰려고 생각했던 목적과 부합했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을 옮기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일반 대중들이 매일매일 쉽게 읽고 접하여 그들의 위대한 지적 유산들을 활용하자는 데 있다.”

 

이 책은 월별로 나누었으니 12챕터이고, 매일 매일 읽을 수 있는 명 문장들이 있다. 사진처럼 하루에 한 문장이 아니고 문단처럼 꽤 긴 글도 있다.



인용 문구들은 톨스토이가 수많은 작품에서 직접 추린 것이고 출처가 없거나 원문과 차이나는 것도 있다. 그 이유는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길고 복잡한 주장에서 하나의 사상을 뽑아내려면 표현을 분명하게 하고 통일성을 주기 위해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요즘은 출판사에서 일력으로 명화나 명문장을 넣어 출판하고 있다. 이 책은 일력 형태는 아니지만 톨스토이의 책이라 생각하고 읽되 매일 한 페이지씩만 읽으면 되기 때문에 긴 책을 읽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처럼 명문장 쓰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이고, 아침 저녁으로 한 두 문장씩 읽고 명상하듯 생각을 정리하려는 이들에게도 좋겠다.



내가 받은 이 세트의 <사색노트>는 일기장처럼 활용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진처럼 왼쪽에 있는 문장을 읽고 오른쪽에 필사를 하든 일기를 쓰든 독자의 취향껏 사용하면 된다. 핸디북에는 톨스토이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두 편이 실려 있다.


앞서 밝힌 대로 내년부터 매일 읽고 쓰겠지만 이 책의 리뷰를 써야하므로 명문장 몇 개를 필사해 보았다.


11일의 문장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닥치는 대로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마구잡이식 독서를 한 것 같아 반성이 되었다. 책 욕심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경쟁자 없는 레이스를 저혼자 펼치는 짓을 하며 권 수를 채우는데 골몰한 게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좋은 책을 가려 읽도록 해야겠다.



나는 의심이 많은 편이다. 좋게 말하자면 비판적 시각이지만 갈수록 어떤 일이든 의심하고 본다그런데 이 문장을 보니 뜨끔했다. 내가 나 자신을 못 믿는데 누가 믿어줄까? 그동안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준으로 구속하며 살아왔다. 자신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제니친은 이 세상에서 단 한 권의 책만 가지라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톨스토이의 인생독본을 선택하리라.”고 할 만큼 오랜 세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새해 계획으로 명문장 읽기나 쓰기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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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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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선생의 새 에세이가 가디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라는 부제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었는데 겁날 게 뭐 있냐며 호기로운 척 하지만 실은 그 나이 때문에 주저하고, 무엇에든 걸림돌은 나이인 것 같아 의기소침하게 된다. 한편 이만큼 살아보니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며 뭉뚱그리며 일반화시킬 때도 있다. 그래서 인생선배의 충고를 듣고 싶어진다.


이 책,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에서 저자의 어릴 때나 학창 시절 이야기는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유사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도 있고 아주 처음 듣는 이야기라 새로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너무 옛날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면 의미가 없어진다. 허나 온고지신으로 받아들인다면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105~106


네팔에 있는 명상가인 내 친구 한 분은 세상 인구 가운데 1%만 마음 씻기를 한다면 세계가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반론으로 친구에게 딴지를 걸어보았다. “마음 씻기를 해야 할 사람은 마음을 씻지 않고 마음을 안 씻어도 이미 깨끗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계속 마음을 씻고 있으니 세계 평화가 올 리가 없다.” 

(……)

요즘 몸 씻기는 넘치게 잘 하지만 마음 씻기는 눈에 뜨이게 모자라는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왜 몸만 씻고 마음은 씻으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몸 씻기와 마음 씻기가 몸에 배어 우리의 습관이 된다면 바로 그것이 담담하고 평화로운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자녀 넷이 건물을 지어 함께 모여 산다. 많은 독자들이 부러워하며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해한다. 아버지인 저자가 시킨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의논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저자는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해주지 못하고 이러쿵저러쿵 부모의 권위를 앞세워 간섭한다면 모여 사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고 했다.


또 저자는 18세가 되면 자녀를 독립적으로 살도록 하자고 말한다.


p.45


옛날에는 자녀들이 노후의 보험이었지만 독립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녀는 절대 보험이 될 수 없다. 서로 독립적으로 자기 앞가림을 잘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 상호 의존적인 자세로 소통을 한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인간관계가 될 것이다.

 

요즘 지인이나 선배들과 만나 나누는 주된 이야기 소재는 아파트 값이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식이 결혼할 때 아파트를 사주거나 전세자금이라도 해줄 수 있었는데 요새는 엄두를 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시세가 너무 올랐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한탄이다. 이래저래 부모노릇하기도 힘들다.


저자는 열여덟이 되면 자녀가 독립적으로 해결하도록 놓아주라고 하는데 성인이 된 자식의 신혼집을 구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는 그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갑분싸가 될 것 같아 듣고만 있었다. 이것이 현실과 책 사이의 거리감인가...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났던 환자의 사연이 몇몇 소개되는데 우울증 환자 중에 자살을 시도한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남에게 신세 진 일도 없고 더욱이 빚진 것도 없으므로 자기가 남에게 베풀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저자는 그 환자에게 당신은 덤으로 나온 인생으로 빚쟁이라고 말하며 빚진 것을 갚도록 유도하여 극단적 선택을 여러 번 막았다. 환자가 저자에게 빚을 졌다고 어떻게 갚으면 되겠냐고 물었을 때 저자는, “당신이 살아 있으면 나한테 빚을 갚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p.244

빚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얽혀 살면서 서로 인연 지워진 모든 것이 빚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저 세상에 가기 전에 이 세상에서 살며 졌던 빚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갚고 갈 수 있으면 평화로운 생의 마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이번에 친정엄마를 간호하며 몹시 힘겨웠다. 나보다 덩치도 크고 무거운 엄마의 몸을 혼자 컨트롤하기에 힘이 달려서 점점 지쳐갔다. 엄마한테 받은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 무슨 업보인가 싶었다. 엄마가 나이에 비해 몸이 이렇게 안 좋아진 이유가 모두 남동생 박사공부 시키느라 너무 고생했기 때문이 아닌가, 딸인 나를 대학 공부시킬 생각도 안 했으면서... 자꾸 돈으로 결부시켰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저자의 위 내용을 읽으며 조금 누그러졌다. 이 세상 모든 인연이 빚이라하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자는 지난날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다는 메일을 친구에게서 받고자신도 지나온 87년을 되돌아보니 그 긴 세월이 한 순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그러나 반대로 한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한 일이 참 많다고 생각해 보자고 했다지금은 자기 자신이 살아온 결과이므로 한 일이 없다고 자학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옛 선현들의 말을 인용했다.


"인생은 순간이며 모든 것이 순식간에 주검으로 굳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인생은 짧은 이야기와 같다중요한 것은 그 길이가 아니라 값어치다." - 세네카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진다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 많은 대가를 얻는다." - 알렉산드리아 피네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너무 많고 유튜브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이 숨가쁘게 올라오지만 기실 가까이에서 내게 맞는 조언을 해줄 어른은 없다. 옆집에 사는 심리학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공감하고 감사할 문장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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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이야기 - 집고양이 릴리, 길고양이가 되다
윤성은 지음 / 북스토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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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지역 고양이를 다룬 다큐영화 <꿈꾸는 고양이>에서 만난 고양이들이 이 책에 나와 이야기하는 듯했다. 소설에선 릴리와 함께 할 젊은?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흰고양이 릴리가 첫눈 오는, 세상이 하얗던 날, 그들과 재회하게 된다. 숨가쁘게 달려온 릴리처럼 둥둥 뛰는 내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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