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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과 함께 타는 요트 캠핑 - 우리 섬 무동력 항해기 ㅣ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이정식 사진 / 가디언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남자는 배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최근 내가 가장 아쉬움을 느끼는 일은 요트 타러 오라는 초대에 응하지 못한 것이다. 제대로 타본적이 없기에 또 기회가 오겠지..하던 차에 간접경험으로나마 요트여행을 해볼 수 있는 책이 나와 반가웠다. 더구나 저자는 허영만.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가는 어떤 여행을 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최근의 아웃도어 열풍에 편승해 나온, 조금 특이한 소재랍시고 이름만 파는 껍데기여행기면 어떻게하나하는 일말의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재미와 정보, 깊이있는 내용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첫 인상부터 굉장히 좋았다. 별 수백만 개짜리 숙소(노숙)을 놔두고 왜 고작 별 5개를 고집하냐는 일갈부터 시작. 이후 요트란 무엇인지 간략하면서도 세심하게 설명해놓았다. 항해는 액체와 기체가 만나는 아득한 접촉면에서의 예술이다. 꼬이고 뒤틀리는 xy축 위를 항해하는 한 개의 점이라..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해석이 탁월하다. 요트를 탈 때 무엇을 주의해야하는지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맘에 든다.
해상군사훈련도 염두에 둬야 하고 해도도 읽고.. 저마다 색, 점멸방식, 높이, 가시거리 등이 다른 등대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마냥 뱃놀이가는 게 아니다 ㅋ
제1원칙.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라. 개인준비물도 상세하게 써주고
요트조종면허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거 한 번 따보고 싶네.
요트항해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충 보니 하도 일이 많아서 그 시간이 지겹지는 않을 듯하다.
그리고, 화장실 폭발사건.. 요트화장실 조작은 조금 복잡하다고 한다.
이 책이 좋은 건 옆에 깨알같은 정보도 함께한다는 것. 한반도의 서-남-동해를 일주하며 들른 각 항구들과 주변음식점 등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어 초보 입문자가 따라하기도 좋을 것 같다. 상어가 지나다닐 지도 모르는 곳에서 놀았다는 내용.
배이름이 집단가출호다 ㅋㅋ. 크루 면면도 특이하다. 시크한 십(ship)닥터, 클라이머, 방송PD, ...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으쌰으쌰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뒤에 매달린 고무보트는 급성 멀미 익스프레스라서 바로 게워내게 만든다고 한다. 빨리 토해야 빨리 회복한다나
따개비가 끼면 속도가 느려진다. 주기적으로 크레인으로 들어서 긁어줘야한다고.
요트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바다의 사나이 마도로스같은 느낌이 강하다. 특히 목숨을 걸고 폭풍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오싹했다.
막상 서평을 쓰며 보니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재미가 잘 안 전해지는 것 같다. 깨알개그들이 등장해 웃기는 부분도 많았는데 캡처하기는 좀 뭣해서.. 직접 읽어보길.
책을 읽고나서 살짝 황당한 바람이 생겨났다. 언젠가 내 배를 타고 동남아쪽으로 항해하는 것(잘하면 호주도 갈 수 있겠다. 미주는 좀 멀어서 뻘짓인 것 같고..) 그렇고 그런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질린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요트에 도전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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