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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두번째 책은 실명으로 출간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던 그의 글을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이번에 나온 신작도 망설이지 않고 집어들었다. 읽어보니 그는 결국 시간강사의 역할을 버렸고 대리운전 기사의 삶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고 시간강사로의 삶이 아니라 대리운전기사의 삶을 들려주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대리운전 기사의 삶이 아니라 대리운전기사로서 보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분명 거짓이 아니라 진짜로 대리운전을 생업으로 삼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다른 동료로부터 배워가며, 조금씩 적응해나가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지만 왠지 관조적인 느낌이랄까 끝까지 융화되지는 못할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 그러고보니 르포르타주라고 저자가 후기에서 언급한걸 본 기억이 난다.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사회적인 현실에 대하여 보고자의 주관을 섞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문학. 기록문학. 보고문학'이라고 한다. 주관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할지는 모르겠으나 일기 형식을 빌어 작성한 나는 기사 같은 느낌의 글 같았기에 내가 저런 생각을 했었나보다.
최근 십여년간 자가용이 급격하게 늘어난건 아닐텐데 대리운전 시장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급격히 커진것 같다. 대리운전 라디오 광고, 명함광고가 부쩍 많아진듯 하더니 카카오에서 대리운전 시장까지 진입하여 시장을 재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에 들어가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이 카카오 대리운전 기사로 등록하여 활동을 시작하는데 당시 매스컴에도 보도되었던 기존 사업자들의 협박아닌 협박까지 묘사되어 있다. 자기 밥그릇을 지켜야하는건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겠으나 카카오 대리운전 기사용 앱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더군다나 심증적으로 명백한 거짓콜까지 일삼으로 색출해내려는 작태를 보면서는 참 한심해보이더라는. 지금은 얼마나 파이를 나눠먹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대리기사들 처우는 카카오의 등장으로 좀 나아졌으려나.
어렵게 고서를 보관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을 찾아가 그곳 관장과 인연을 맺고 그안에서 그 자료를 찾기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충실한 논문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저자가 다른 사람의 차를 대신 원하는 곳까지 옮겨주는 대리 기사로서 두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건 정말 흥미롭게 지켜볼 가치가 있었던 일이었다. 직접 이용해본적은 없는 서비스지만 대리기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니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술한잔 했어. 차 가지고 들어갈꺼야. 대리불렀어.'와 '술한잔 했어. 차 가지고 들어갈꺼야. 대리기사님 불렀어.' 중 내가 저상황이라면 어떤쪽에 가깝게 말하게 될까. 의사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르게 말했을까. 아니 저건 사람이 아니라 112, 119 같은 서비스를 지칭하는 것이었을까 등.
아무튼 대리기사로서 다양한 '콜'손님들의 이야기들과 더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 물론 책 제목에서와 같이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욕망을 대신해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철학적인 질문 또한 생각할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