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너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단다˝˝난 떠나기전에 앞서 주변정리를 할 생각이란다˝˝떠나다니요?˝˝돌아가시기 전에 주변정리를 하고 싶다는 뜻인가요?˝˝바로 그거야 내일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죽음이란 어느 날 갑자기 밀어닥치지 때문에 미리 유산을 정리해둘 생각이란다˝#˝너에게 등대와 집을 물려줄 생각이란다˝˝제가 등대와 집을 물려받아서 뭐하게요?˝˝너에겐 등대를 물려받지 않고 거부할 자유가 있어˝˝다만 등대를 물려받으려면 내가 제시하는 두 가지 조건을 받아들여야 해 그 두 가지 조건은 협상의 여지도 없어˝˝두가지 조건이라는 제 뭐죠?˝#˝비가 와 도미 낚시는 포기해야겠구나 네 아파트까지 태워줄 테니까 어서 차에 타라˝˝이제부터 여기가 내 집이잖아요? 저는 잠시 여기 남아 있을래요˝˝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아버지 도대체 왜 저에게 이 등대를 물려주려는 거죠? 장남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아버지와 그다지 살가운 사이도 아니잖아요? 왜 저에게 코스텔로 집안의 골치 아픈 과제를 떠안기려는 거죠?˝˝아버지는 저에게 이 비밀스런 등대를 맡겨 형과누나를 보호하려는 거죠? 형과 누나는 아버지의 친자식이니까˝#˝아서 어떻게 된 일이냐?˝˝그간 잘 지내셨어요?˝˝ 나쁜 녀석 일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불쑥 나타나 한다는 소리가 경찰소 유치장에 잡혀 있으니까 꺼내 달라고?˝˝사실은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아버지와 함께 등대로 가 서류에 사인했던 날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가장 최근의 기억이니까요˝˝넌 내 말을 듣지 않고 기어기 지하실 방으로 들어가는 벽을 부수었더구나 내가 그토록 금지했던 짓을 저지른 이유가 뭐냐?˝˝아버지가 바란 일 아닌가요? 제가 금단의 방으로 들어가길 바라며 등대 창고에 공구까지 구비해 놓은 사람이 누구죠?˝#˝병원의 일손이 부족해 고함을 지른다고 해서 곧장 달려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망할 놈의 영감탱이가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효과는 있겠죠˝˝당신은 내 할아버지에 대해 지나치게 함부로 이야기하는군요?˝˝제 말이 지나쳤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정신병원에서 오래 근무하다보면 저절로 시니컬한 사람이 되죠˝#˝지하실에 내려가 벽돌을 부수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거기에.....˝˝멍청이 같은 놈 왜 그런 짓을 했니?˝˝네 놈이 금단의 방에 들어갔단 말이지?˝#˝ 넌 24일 동안 네 인생의 24년을 살게 될 거야˝˝그러니까 내가 사는 하루가 1년이라는 말씀이세요?˝˝넌 24년을 시간의 미로 속에서 보내게 된 거야˝˝할아버지는 이미 그런 일을 겪었단 말이요?˝#˝돌아오자마자 나를 보러오다니 정말 고마워 당신이 나를 살려준 것도 고맙고 내게 쓴 편지도 고마워˝˝설리반 할아버지가 내 편지를 당신한테 전해주었어?˝˝물론이야 사실은 그 편지가 큰 도움이 됐어 내가 그 편지를 얼마나 자주 꺼내 읽었는지 모를 거야˝#˝그러니까 당신이 새벽에 도망치듯 사라진 다음 내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이유가 일 년에 딱 하루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거야?˝˝그렇다니까 난 당신을 어제 봤는데 일 년이 지나 있는 식이지˝˝그럼 당신은 연중 24시간 이외에는 어디에 머물고 있지?˝˝연중 24시간을 빼면 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당신이 증발해버릴 때면 어떤 일이 일어나 지?˝#˝아서? 당신 지금 맨해튼이야?˝˝당신 집에 와 있어 아니 당신의 상냥한 이웃인 레나의 집에 와 있다고 해야겠네 난 네 시간 전에 뉴욕에서 가장 황량한 곳인 스테이튼 섬에서 깨어났어 내가 당신을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를 거야 하필이면 당신이 집에 없을 때 돌아오다니 정말이지 실망이 커˝˝당신이 언제 맨해튼에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잖아˝#˝아들이래 당신이 와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아기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당신이 없어서 적정했지˝˝다음번에 올 때 엉뚱란 집으로 가면 안돼˝˝집을 옮겼어?˝그 비좁은 아파트에서 우리의 아기를 키울수는 없잖아 설리반 할아버지가 도와줘서 넓은 집으로 이사했어˝#˝아서 마침 잘 왔다˝˝벤자민의 아빠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엄마 아빠 이 사람이 바로 제가 말한 아서 코스텔로예요˝#˝아서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당신이야말로 여긴 왜 왔지?˝˝난 지금 비즈니스를 하는 중이야 아이들을 먹여 살리려면 일자리를 구해야 하니까˝˝밸런타인데이 저녁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는게 비즈니스란 이야?당신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냐?˝#˝아빠가 보기에는 엄마가 아직 아빠를 사랑하는 것 같아?˝˝당연하지 엄마는 아빠를 사랑해˝내가 보기에 엄마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니콜라스 아저씨 말이야˝#˝죽기전에 널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너를 만나보고 떠나려고 그동안 기운을 최대한 아껴두었지˝#˝나는 눈을 뜬다˝˝나는....˝
˝벌써 내가 싫어진겁니까?˝˝그런 겁니까?˝˝전화 좀 안받는다고 오바하지마요˝#˝왜 왜 남의 전화를 마음대로 받아요˝˝최검사랑 아침마다 전화했던 겁니까?˝˝아니에요 어제 여기서 잡힌 피의자 때문에 최검사님이 제주도로 내려왔어요˝˝최도훈 검사 담당도 아닌데 왜 최 검사가 내려온 겁니까?˝˝그만해요 사람 곤란하게 자꾸 왜 그래요?˝˝검사님은 단지 곤란할 뿐이겠죠 그런데 지금 내 기분은 어떨 거 같습니까?˝#˝내 신발 어디 있어요?˝˝눈 때문에 더러워져서 세탁 맡겼습니다˝˝왜 내 물건을 마음대로˝˝코드는 여기 있습니다˝˝태준씨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따지려고 온 거예요!˝˝지금껏 내가 양다리 걸친 거라고 생각한 거잖아요 그렇게 날 나쁜여자로 생각했으면서 왜 나한데!˝˝그걸로 당신 나쁘다고 생각한 덕 없어˝˝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최건사님을 여전히 좋아한다고 생갹한다는 거잖아요!˝˝그건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내가 다시 태어나면 최도훈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으니까˝#˝열어봐요˝˝태준 씨는 내 선물 혼자 있을 때 봤으면 좋겠는데˝˝왜요?˝˝우와 진짜 예뻐요˝˝신겨줘도 되겠습니까?˝˝경험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곧 해가 뜰 겁니다˝˝진짜요?˝˝네 일어나요˝˝우와 하늘 예뻐다˝˝우리 해 뜨는 거 처음으로 같이 보는 거죠?˝˝해 떠요!˝˝태준 씨는 무슨 소원 빌었어요?˝#지금 가봐야 합니다˝˝왜요?˝˝안 가면 안돼요?˝˝내일 재이 보낼 테니까˝˝싫어요˝˝이수˝˝진짜 갈 거면 내 이름 부르지 마요˝#˝태준씨˝˝그냥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잖아요 왜 그 말을 안 해요?˝˝미안하다는 말로 해결 될 수 없는 문제니까˝˝이건 상자째 줄게 아니라 직접 반지를 꺼내 끼워줘야죠˝#˝태준씨˝˝안 추워요?˝˝그럼 같이 덮어요˝˝제주도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거 처음이래요˝˝만약 눈이 안 그쳐서 우리 이집에 계속 갇혀 있어야 한다면 태준씨는 뭐 하고 싶어요?˝˝야한 것도 됩니까?˝˝안 돼요˝#˝아 역시 안되겠어요 그냥 다음 주에 봐요˝[알겠습니다 그럼 그냥 가겠습니다]˝네?가다고요?˝[밤에 잠깐 보려고 제주도 왔습니다][그럼 끊습니다]˝잠깐만요 나도 보고 싶어요!˝[안 되겠다면서요]˝그건 태준씨가 서울에 있는 줄 알고˝[내가 서울에 있을 때랑 제주도에 있을 때랑 마음이 달라진다는 겁니까?]˝그래서 태준씨 제주도까지 와서 나 안 보고 갈 수 있어요?˝[없습니다]#˝태준씨˝˝괜찮습니까?˝˝혼자 둬서 미안합니다˝˝나 납치한 놈 어떻게 됐어요?˝˝지금 수술 중입니다˝˝정말 당신 아버지가 나에 대해 알았어요?˝˝내가 같이 떠나자고 한 말 기억합니까?˝˝내 소원입니다˝#˝그렇게 두드리셔도 소용없어요˝˝네?˝˝대표님 이제 그 방에 안 돌아오실 거예요˝˝무슨 뜻이에요? 숙소를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요?˝˝그게 아니라......˝˝대표님 오늘 아침 호텔 대표직 사임하셨어요˝#˝너무 늦어서 미안해요˝˝그래도 나랑 결혼해 줄 수 있습니까?˝˝진짜 태준 씨예요?˝˝빨리 온다고 나랑 약속했잖아요˝˝그런데 왜 이제야 와! 내가 얼마나!˝˝앞으로는 다신ㄴ 혼자 두지 않을게요 약속합니다˝#˝우리 부모님 어렵지 않은 분들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같이 좋아해주실 거예요˝˝내가 부모님도 없고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해도 말입니까?˝˝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반대하시면 나랑 결혼 안 할 거예요?˝˝그럼 가요˝˝부모님께 태준씨 소개해줄 생각하니 심장이 막 두근두근 해요˝#˝제가 지금은 가족도 없고 가진 것도 없습니다˝˝이것봐 이 럴 줄 알았어 우리 이수가 검사라서 꼬셨구나˝˝아버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요˝˝하지만˝˝결혼 허락해주시면 평생 이수와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왜 나만 이야기해요? 우리 희야는?˝˝희야라니?˝˝우리 아이 나 임신했어˝#˝아버지 닮아도 정말 예쁜 딸이겠어요˝˝세상에 딸이에요?˝˝태준씨 딸인가봐 나 어떡해 너무 좋아˝˝태준씨가 우니까 나도 울고 싶잖아요˝#˝아버지가 울면 나도 울어요 참아요˝˝누가 울었다는 거야˝˝아버지는 원래 잘 울고 점잖지 못하잖아˝˝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우리 아버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죠?˝˝앞으로도 나 계속 아버지 딸이에요 어디 가버리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