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가 할퀴기 24시간 전
힌남노가 할퀴기 하루 전 자동차를 철수시킨 저녁의 강변 주차장 모습, 시간상 위의 사진 하루 전 저녁
힌남노가 제주도 가까이 왔을 저녁 시간에 내리는 비바람

태풍이 오는 날 조깅을 하지 않고 일찍 집으로 갔다. 이 시간이 대략 7시 정도였다. 비가 많이 내렸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바닷가에 살고 있어서 태풍이 온다고 하면 일단 긴장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이번에 기상청에서 하도 역대급이라는 말을 해서 베란다 창문을 잘 고정하려고 일찍 집으로 갔다.


태풍이 새벽에 할퀴고 갔고, 이 시간은 대략 오전 11시쯤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으로 이번 태풍 이전의 태풍만큼 피해가 있지는 않았다. 강물은 불어났지만 2015년 돈가, 그때에 온 태풍은 자동차를 강변의 나무에 비스듬히 걸쳐 놓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강물만 좀 불어났을 뿐이다. 태풍이 오면서 대기층의 먼지까지 싹 몰고 가서 하늘이 아주 맑았다. 인간의 삶도 비슷할 것이다. 큰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후처리가 기다리지만 일단 살아남았다면 이렇게 맑은 날을 대하게 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 힌남노가 물러간 날의 하늘
평온하기만 한 강변의 모습과 하늘에 뜬 달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리어카를 몰고 가던 할머니께서 느닷없이 의자를 꺼내서 도로에 앉았다. 할머니가 앉은 도로는 좌회전을 해야 하는 자동차 도로인데, 저 신호가 초록색이 되면 차들이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할머니 뒤에 서 있던 차 속의 운전자가 당황을 했다. 어쩌지 못하고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데 건널목의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의자를 리어카에 올리고 리어카를 밀어서 유유히 건널목을 건넜다. 이야 이 분위기가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태풍이 몰고 간 후, 며칠이 지난 바닷가 역시 하늘과 바다가 아주 깨끗했다. 해변은 아직 태풍의 영향으로 모래가 덜 말랐지만 바다와 하늘은 깨끗했다. 해도 떠서 뜨거움을 뿜어냈다.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나와서 햇빛을 받으며 책을 좀 읽었다. 이렇게 앉아서 읽는 책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잘 읽힌다.


강변의 흙구덩이가 있는 곳은 아직 진흙과 냄새가 났지만 하늘이 여름의 하늘이 아니었다. 구름은 늘 다른 형태를 띠고, 인간의 마음과 비슷한 이데아를 지니고 있다. 조깅을 하러 나와서 그런 구름을 보는 재미도 좋다. 하늘과 구름은 3D처럼 아주 입체적이다. 어떻게 이렇게 매일 다를까. 그건 어떻게 생각을 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저녁이 되면서 저 먼 하늘에서 오렌지빛이 물들고 있다. 이제 곧 가을에게 계절을 온전하게 반납하게 되는 날이 오면 저녁의 오렌지빛은 더욱 진해져서 아주 멋진 색감을 하늘은 만들어낼 것이다. 아름답다. 멋지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하늘이다. 마치 너를 닮았다. 너의 모습을 빼닮았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보름달이 뜨기 시작했다. 아직도 강가는 태풍으로 불어난 물 때문에 축축하고 냄새가 미미하게 났다. 조깅하기에 아주 좋은 저녁, 산책하기에 더없이 괜찮은 저녁이다. 좋지 않은 나의 폰카메라로 이렇게 보름달을 담을 정도면 아주 괜찮은 폰카메라로 사진을 담으면 크고, 멋진 왕의 얼굴을 닮은 보름달을 담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에는 보름달이 더 보름달이 되었다. 더 밝고 크게 떴다. 추석이 하루 남았던 날이다. 모두가 이렇게 밝게 뜬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다 이루어졌으면. 넌 무슨 소원을 빌었어? 나는 너의 소원이 이뤄달라고 소원을 빌었지.



추석이 지나고 나서 한풀 꺾인 흥분과 연휴의 후유증과 마음 같은 것들 때문인지 날씨도 아주 고요했다. 적막이 온 세상을 덮은 것 같고, 적요한 곳에 뚝 떨어진 기분이다.

사람들도 연휴의 후유증 때문인지 평소의 루틴을 찾기가 힘든지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다. 인간이란 정말 희한하다. 매년 이런 후유증을 앓는다.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기대에 차서 계획을 잡는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면 늘 그렇듯이 크고 확대된 월요병을 앓는다. 그렇지만 또 금방 일상에 적응을 하고 하던 일에 몰입한다. 그리고 이런 반복을 매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참 하찮은데 정말 대단하다. 원하던, 그렇지 않던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강물의 흐름이 없으니까 정말 세상이 멎은 것 같다. 이 고요와 이 적막은 공허를 불러온다. 이 강물의 끝은 바다로 이어진다. 강의 끝자락에 가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한다. 그리고 시에서 낚시를 할 수 있게 그곳만 낚시터로 만들었다. 숭어와 전어가 동시에 올라오기 때문에 일 년 열두 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낚시꾼들이 없는 날이 없다. 마치 강은 끊임없이 흐르는데 마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아마 이 강이 마르는 날이면 이 도시도 생명이 다 했다고 봐야겠지.


여기 이곳 강의 낚시터에 한때는 외국인들이 낚시를 많이 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유럽이나 아메리칸은 아니고 주로 중국인과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중국인들은 전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있는 것 같다. 여기에도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 한때는 베트남 사람들이 낚시를 열심히 했다. 마치 대회라도 하듯이 조깅을 하러 나오면 베트남 언어가 들리며 죽 일렬로 서있거나, 10대가량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를 했다. 코로나 전이었다. 지금은 이상하지만 거의 볼 수 없다. 지금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다 한국인들이다. 그 많던 외국인 낚시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제인가,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도로에서 캡아를 봤다. 두두둥 정말 멋있게 앞으로 붕 지나갔다. 그러고 보면 이제 마블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세대를 교체하고 있다. 아이언맨에서 스파이더맨으로 바뀌었고, 헐크도 이제 쉬 헐크가 대신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제 마블도 영광을 누렸으니 그만해도 되잖아,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 라인업을 보니까 또 10년은 더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 한다. 쉬 헐크는 초인들의 변호를 맡는 변호사가 되는데, 어보미네이션의 변호를 맡는다. 어보미네이션은 헐크 2편-인크레더블 헐크 때, 그때는 에드워드 노튼이 헐크였는데 그때 초인 약물을 투여받고 헐크보다 더 괴물 덩어리 어보미네이션이 되었는데, 쉬 헐크에서 그때 자신은 혈청을 받아서 헐크와 대적할 마음이 없었는데 국가가 나를 그렇게 내밀었다. 나는 국가를 상대로 변호를 맡아달라고 해서 쉬 헐크가 변호를 맡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블은 정말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시장통을 지나서 온다. 그곳은 오래된 곳이라 허물어지는 것과 저 멀리 새로운 것이 동시에 보인다.


새로운 것과 사라지는 것,

헌 것과 새것,

지는 것과 떠오르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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