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리알 장조림은 정말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가 끝이었다. 물론 도시락 통을 열기 전에 각오를 해야 한다. 각오를 하는 것도 아침에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에 뭐가 들어가는지 봤을 때나 가능하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미 도시락이 다 준비되어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들고 학교에 왔다가 점심시간에 뚜껑을 열었다가는 늘 배고픈 어린 노무 늑대 새끼들의 레이더망에 걸려 5초 컷이 되고 만다. 순식간이다. 후다닥 하면 메추리알 장조림은 바닥이 드러난다.


도시락 하면 이제 겨울이니 보온 도시락이 최곤데 이상하게 보온 도시락에 대한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는데 마치 보온 도시락에 밥과 국과 반찬을 먹었다고 자꾸 착각이 들기도 한다. 보온 도시락이라고 해도 뜨거운 온도가 유지되는 건 아니고 차갑지 않게 보온을 해 줄 뿐이었지만 보온 도시락은 아무래도 신파적으로 엄마의 마음의 온도가 밥과 국을 식지 않게 유지해주었을 것이다.


지식백과에 메추리알을 이용한 장조림은 어린이들 밥반찬으로 영양 만점입니다.라고 되어 있다. 메추리알 장조림을 도시락으로 먹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었다. 뺐어 먹는 아이들도 행복한 얼굴이고, 뺏기긴 했지만 주인공도 행복한 얼굴을 한 채 점심시간을 하하하 웃으며 보냈다. 메추리알 장조림은 먹으려는 전쟁이 심하니까 반찬통 밖으로 튀어 나간 메추리알도 어떤 놈이 밀사의 눈초리를 하고 있다가 그 순간을 포착해서 집어간다.


메추리알은 가장 작은 알이라고 나와 있다. 메추리가 참새보다 큰데, 참새 알이 더 작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참새 알은 잘 본 적이 없어서 혹시 참새는 바로 새끼를 낳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메추리를 요즘은 잘 볼 수 없다. 코로나 전 5일장에 구경을 가면 메추리 고기를 팔았다. 메추리구이도 닭튀김처럼 아주 맛있다.


외가가 불영 계곡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있는데 그 마을의 작은 술집에서는 메추리구이도 팔았다. 외가에 놀러 가면 저녁에(꼭 저녁이 아니라도 술집이 오픈하면) 그 술집에 가서 메추리구이에 소주를 마시곤 했다. 앞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푸릇푸릇한 벼의 냄새가 난다. 그런 작은 동네의 이름도 없는 작은 술집이다. 여름의 계곡물은 좋다. 우리만 아는 그런 조금 깊은 곳에서 물놀이를 하면 물이 맑아서 물속의 벌레나 작은 물고기가 다 보이고, 물비린내가 나는데 그 냄새가 좋았다. 논과 밭 사이를 흐르는 개울물이 맑아서 컵으로 퍼 마셔도 될 만큼 투명하다. 개구리들이 밤이 되면 여기저기 얼굴을 드러내고 개굴개굴 울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메추리구이와 함께 소주를 마신다. 술집은 2층에 있다. 1층에는 무슨 비료를 파는 곳이고 위층이 술집인데 한 집에서 비료도 팔고, 술도 팔고 다 한다. 계단은 밖으로 난 계단인데 단단한 나무로 되어 있다. 올라가면 작은 주방이 보이고 홀에 테이블도 3개 정도밖에 없다. 동네 사람들이 와서 마시는 곳이다. 창문은 두 벽면에 크게 나 있어서 창문을 다 열면 이쪽저쪽으로 위에서 말한 그런 풍경이 다 보인다. 개굴개굴 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털어 넣는다. 메추리구이를 주문하면 준비하는 동안 기본 안주로 오이가 길쭉하게 썰려 나온다. 그리고 된장이 딸려 나오는데 이 된장의 맛이 기가 막힌다. 촌 된장에 푹 찍은 오이가 참 맛있어서 메추리 구이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같이 간 친구들은 한 병을 비워 버린다. 연탄 위에서 지글지글 구운 메추리 구이가 나오면 여기가 무릉도원이다.


갑자기 무릉도원 하니까 인터넷 사연이 생각난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감겨주는데 잠이 쏠쏠 오고, 그때 무릉도원입니까?라고 예쁜 미용사 누나가 말하는 것이다. 잠이 너무 쏟아지는데 네? 네, 무릉도원이에요.라고 하니까 미용사 누나가 웃으며 아니 물 온도 어떠냐고요.


아무튼, 메추리를 요즘은 잘 볼 수 없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도 코로나 이전 5일장에 나가면 메추리 고기를 팔았는데 요즘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검색을 해보면 메추리 구이가 요즘에도 많이들 먹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10마리에 만 칠천 원 정도에 팔고 있다. 대부분 바비큐로 해 먹는데 맛있어 보인다. 냠냠.


외가에서 아주 작은 술집에서 메추리구이를 먹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술을 마시러 온다. 테이블 간격이 좁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보니 얼굴을 모르는 이들이 동네 술집에 앉아 있으면 서로 안부를 묻게 되고, 어디 집 누구의 아들이라고 하면 아아 그렇구나, 하며 같이 왁작지껄 어울리게 된다.


그런 분위기가 참 좋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데  어느새 다 같이 어울려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같이 하고 있다. 마치 꼭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을 떨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음식이 중간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그렇게 동네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순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유대가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좋다. 다음 날에 외가 바로 앞의 개울가에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고 있으면 집에서 들어와서 삶은 감자와 고기도 들고 와서 주고 가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삶은 계란은 모르겠지만 메추리알 장조림을 도시락 반찬으로 들어와서 친구들과 같이 왁작지껄하게 먹게 되면 그런 유대를 가지게 된다. 물론 우르르 한 바탕 지나가고 나면 싹 없어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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