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가 한동안 여러 곳에서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댓글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화재거리는 유명인들이나 방송에서도 다루면서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어쩌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 심심한’이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 심심한’과 글자가 똑같아서 사람들은 찾아보는 귀찮음 따위 하지 않고 생각을 걸러버리지 않고 그대로 뱉어내게 되었다.


곤충의 ‘변태’라는 말, 이 변태는 생물의 변화로 metamorphosi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변형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성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의 ‘변태’와 같아서 요즘은 ‘탈바꿈’으로 부른다고 한다. 완전 탈바꿈, 불완전 탈바꿈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완전 탈바꿈하는 곤충과 불완전 탈바꿈하는 곤충은 어떻게 다르게?라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또 잘 모른다. 글의 맥락에서는 멀어졌지만 잠시 이야기를 하자면 나비처럼 애벌에서 번데기 상태를 거쳐 완전하게 그 모양이 변하는 곤충을 완전 탈바꿈 곤충이고, 매미처럼 번데기 상태 없이 모양의 변화가 없이 껍데기를 두고 그 안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곤충을 불완전 탈바꿈 곤충이다. 뭐 아무튼 변태라는 말은 곤충의 세계에서 줄곧 사용하다가 어감이 이상해서 탈바꿈으로 바뀌고 있다.


며칠 전에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옆에 한 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물건을 고르는데 음료수 병에 붙은 깨알 같은 글씨를 전부 읽어 보고 물건을 고르고 있다면서, 아니 그걸 왜 읽어요? 그냥 사 먹으면 되는데?라고 하는 것이다. 물건을 고를 때 읽으라고 써 놓은 건 한 번쯤은 좀 읽자. 읽어보면 내가 원하는 물건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다.


오렌지주스나 포도주스 같은 경우 생과일이 90% 이상인가? 95%인가? 아니면 완전히 전부 과일로 주스를 만들어야 병 껍데기에 과일 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 그걸 아는가? 그런데 당장 마트에 가서 주스 코너를 가 보자. 아마 전부 과일 사진이 붙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즙 착향 머시기 색소로 음료를 만든 주스는 그림으로 되어 있는데 사진과 그림의 구분이 거의 어렵다. 그래서 붙어있는 글자를 읽어 보면 된다. 그러면 이 주스는 과일이 몇 %가 들어가서 과일주스로 쓰였고, 또 몇 %가 되지 않아서 그저 음료?로 아마 쓰여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애매하게 구분을 해놨냐 하면 좀 쉽게 말해서 환경부와 식약청 같은 곳에서 서로 일하기를 떠밀어서 그렇다.


요즘 알코올이 없는 맥주가 인기다. 마시면 정말 맥주와 똑! 같! 다! 정말 신기하고, 참 신기하다. 그래서 알코올이 없으니 실컷 맥주처럼 마시고 운전을 해도 된다. 그런데 무알콜,라고 써 놓은 맥주가 있고, 논알코올, 비알코올,라고 써 놓은 맥주가 있다. 이게 다 같으냐 하면 다르다. 역시 맥주에 붙어있는 라벨을 잘 읽어 보면 의미를 알 수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우리가 마시는 생수. 생수도 완전한 그저 샘물이 있고 음료로 분리된 것도 있다. 딱 들어서 보면 완전히 그냥 물인데 어떤 회사에서 나온 생수는 그저 H2O이고 어떤 생수는 또 음료로 구분되어 있다. 뭐 둘 다 인체에 크게 다른 영향은 주지 않겠지만 온전한 지하수를 끌어올려 병에 담은 물과 어떤 과정을 여러 번 거쳐 뭔가를 넣어서(나쁜 게 아님) 유해한 성분을 제거한 물은 음료로 구분된다. 이 또한 환경부와 식약청에서 따로 검사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식약청은 워낙에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인간이 먹고 죽지 않으면 다 음식으로 인정해준다고 예전부터 사람들이 떠들고 다녔다.


마트에서 아이의 엄마가 음료를 꼼꼼하게 고르는 이유는 아마도 아이가 먹는 음식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후배처럼 그저 나 하나야 뭐, 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그렇게 마트에서 구입하는 음식에 꼼꼼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감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심심한'을 사용했다고 해서 욕을 먹을 이유도 없지만 이제는 이런 문제 하나하나가 전부 수면 위로 떠올라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 재미있기도 한다.


일드 ‘오! 마이. 보스! 사랑은 별책으로’에서처럼 아주 까다로운 편집장 호라이 레이코 같은 편집장이 쪼랩 신참 스즈키에게 “너 내일은 오렌지 주스로 오전 10시에 가져와”라고 하니, 스즈키가 매일 이런 잔 심부름이나 하는 자신을 한탄하면서 다음 날 마트에서 오렌지 주스를 사 가지고 호라이가 출근하는 길에 딱 줬는데, 호라이가 스즈키를 편집장실로 부르더니 “누가 오렌지 음료를 사 오라고 했어! 오렌지 주스를 가져와야지! 너 이따위로 일을 하면서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것 같아!”라고 하는 것이다. 스즈키는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그게 다 그거지! 그 오렌지 주스가 그 오렌지 주스지! 하며 냉장고에 가득 사 넣었던 오렌지 음료를 전부 꺼내서 편집장의 얼굴에 부었다. 아 그런데 피부가 민감한 편집장의 얼굴이 울긋불긋하더니 느닷없이 피부에 수포가 생기고 점점 커지더니 수포가 퍽 터지면서 아임 언데드. 으,,, 스,,, 즈,,, 키,, 유다희,,, 라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마요네즈에 미쳐서 계속 먹다 보니 아 이래선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요를 먹으면서 이게 왜 이렇게 맛있지? 하면서 마요네즈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첨가물을 본 적이 있다. 정말 심정이 복잡해졌다. 대두유부터 난황액, 난백액, 향신료 조제품, 복합 조미식품-당류, 식염, 향신료, 단백 가수분해물, EDTA, 향미유, 포도당, 효소제제, 간장 믹스 등 아무튼 엄청났다. 이에 대해서 ‘마요네즈에 미쳐서’라는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글을 읽을 줄 알면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한 번쯤 읽어보자. 심심한 위로의 뜻도 한 번 읽어보고, 마트에서 물품 라벨에 붙어 있는 글도 한 번 읽어보고. 버스에 붙은 광고도 한 번 읽어보고, 걸어 다니다가 식당이나 가게 간판도 한 번 읽어보고, 건물 앞에 있는 조형의 설명도 한 번 읽어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