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려고 앨범을 찾으니 스키드 로우 1, 2집이 사라졌다. 이상하다. 작년에도 본 것 같은데 어느 날 보면 없어지고 만다. 비사이드 앨범은 엘피로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 사라지고 없다. 서브 휴먼 레이스 앨범의 제일 처음에는 "안녕, 안녕"하는 인사를 하며 시작한다. 발음이 아주 구리지만 한국 팬들을 위해서 그런 육성도 들어있다.


라디오에서 스키드 로우의 노래가 나오면 그저 반갑다. 마치 멀어졌던 고바리안과 다시 만난 기분이다. 굳이 고바리안이라 함은 마징가제트나 그렌다이저, 그레이트 마징가가 더 좋은데 그건 스키드 로우 보다 조금 윗 세대,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에 견줄만하기 때문이다.


마징가 제트와 그레이트 마징가와 그렌다이저 중에 누가 가장 강할까. 극장판을 보면 마징가 제트는 대미지를 입어서 다 망가졌고 그 보다 훨씬 강한 그레이트 마징가를 개발했고, 이런저런 우당탕 탕 하며 지구를 구하고 난 뒤 그레이트 마징가는 로봇 박물관에 전시가 되어 있고, 듀크 프리드가 그렌다이저와 함께 제2의 고향 지구를 지키고 있는데 빌런 군단의 친위대장 바렌 도스라는 놈이 가부토 코우지를 가두고 로봇 박물관으로 가서 그레이트 마징가를 훔쳐 타고 원반수와 함께 도시를 박살 내는 와중에, 히카루와 꽁냥꽁냥 하고 있다가 아! 큰일이군 하며 그랜다이저를 타고 출격하는데 그랜다이저가 그레이트 마징가에게 밀린다. 일단 출격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징가제트나 그레이트 마징가에 비해 두 단계가 더 걸린다. 그리고 제트 스크 랜드로 날아가는 마징가들에 비해 원반과 합체해서 비행을 해야 한다. 아무튼 밀리는 와중에 잡혀 있던 가부토 코우지와 연락이 되어서 그 이름도 멋진 듀크 프리드가 그레이트 마징가의 약점을 물어보고 가부토 코우지가 일시 정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랜다이저의 얼굴은 황소의 얼굴처럼 보인다. 듀크 프리드의 여동생인 마리아 프리드도 나오는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나는 어디? 여긴 누구? 참 쓸데없는 말이었다.


윤도현의 라디오나 배캠에서 그래도 스키드 로우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잊을만하면 들려준다. 별거 아니지만 어찌나 반가운지 모른다. 스키드 로우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리고 세바스찬 바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 그 엄청난 충격은 잊을 수 없다. 아니 이 세상에 이렇게 생긴 사람이 있을 수 있나? 대부분 그런 생각을 했으리라. 190이 넘는 키에 늘씬한 몸매에 청바지가 이렇게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노래를 미칠듯한 고음으로 죽 내지르는데 지치지도 않아. 게다가 금발이라고. 금발.


이 녀석들 머틀리 크루처럼 공연을 하면 미친 듯이 공연을 한다. 무대를 휘어잡는다. 그 엄청난 피지컬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고음을 내지른다. 거의 약을 한 것처럼 음악에 몸과 정신이 다 삼켜진다. 공연이 끝나면 자정이나 새벽이 되고 그때부터 광란의 파티가 펼쳐진다. 호텔로 여자들을 불러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난잡해진다. 그리고 눈을 뜨면 오후.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고 공연장으로 가서 또 공연을 한다. 지치지 않는다. 공연이 끝나면 또 새벽에 광란의 술파티다. 무슨 기계처럼 막강하게 움직이고 노래를 부른다. 엄청나다. 지치지 않는 것은 정신도, 노래도, 연주 실력도 무엇보다 몸이 절대 지치지 않는다.


세바스찬 바는 ‘웨이스티드 타임’이나 ‘멍키 비즈니스’ 같은 박살 내는 음악도 멋지지만 리메이크 한 ‘리틀 윙’을 부를 때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부르기 전 음을 맞추는 표정에서는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이 나오고 곧이어 190이 넘는 피지컬로 무대를 압도하는데 지미 핸드릭스의 리틀 윙을 메틀과 블루스의 경계를 허물고 조화를 이루어 가며 노래를 부른다. 아 정말 좋다. 금발의 긴 머리와 만화에서 욕하며 튀어나온 것 같은 얼굴, 고음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목소리의 연결, 긴 팔다리로 마이크를 잡은 모습.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세바스찬 바의 미모에 가려졌지만 레이첼 볼란을 비롯한 멤버들 역시 멋진 얼굴을 한 채 연주를 한다.


세바스찬 바가 부르는 리틀 윙은 제임슨을 홀짝이며 듣는 게 어울린다. 그걸 들고 마시며 겉멋처럼 노래를 들었다. 먼지가 춤을 추는 어두운 실내에 다운 라이트를 켜면 그 빛을 따라 먼지가 이동을 하고 우리는 세바스찬 바의 리틀 윙을 들었다. 여기 다운타운에 엘피를 엄청나게 가지고 있던 선배가 조그만 바를 열었었다. 그리고 엘피를 들고 가면 틀어주기도 했다. 작은 곳이지만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런 분위기가 있는 바였다. 앉아서 그저 음악을 들으며 홀짝 할 수 있는. 하지만 몇 년 전에 사라졌다. 도저히 이윤을 남길 수 없고 월세는 자꾸 오르고. 거기서 우리는 리틀 윙을 자주 들으며 제임슨을 홀짝였다. 한 손에 제임슨을 들고 몸을 흐느적거리며 마치 세상에 스며들어 녹아 없어져도 좋을 것처럼 말이다. 아니 없어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우리는 세간의 말 따위는 썩 신경 쓰지 않았다. 스키드 로우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세바스찬 바의 가십들. 우리가 듣고 좋으면 음악에 스며들 뿐이었다.


스키드 로우의 1, 2집은 온통 약을 하고 총을 쏘고 자살을 하고 노예가 되면서 앞을 가로막는 무엇인가를 전부 부숴버릴 것 같았는데 리틀 윙에서는 절제를 한다. 절제된 내지름. 내지를 때 내 속의 어떤 울분과 분노 그리고 광기를 같이 내뿜었다. 아, 제임슨이 이렇게나 맛있게 느껴지는 건 세바스찬 바가 리틀 윙을 부르기 때문이다. 막바지로 가면 스코티 힐과 데이브 사보와 레이첼 볼란의 기가 막힌 연주가 이어진다. 연주가 마치 노래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아니 노래를 해. 연주가 세바스찬 바와 주거니 받거니, 티 키 타 카 하며 노래를 한다.


https://youtu.be/7zPBpWwTiPs



키드 로우 하면 역시 박살이지,라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럴 땐 ‘인 어 다크엔드 룸’을 들어보자. 리듬이 어쩐지 우리 한국과 친숙해. 이렇게 부드럽게 부르다가 내지르는 목소리를 들어봐.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이브를 봐, 이 엄청난 피지컬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감에 오른 모습을.


위에서 말한 것처럼, 머틀리 크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 더트’를 보면 20대 초반의 이렇게나 멋진 얼굴에, 이렇게나 강한 피지컬에, 이렇게나 사그라들지 않는 목소리로 공연을 하면, 저녁 9시에 공연에 올라 새벽에 끝나면 그때부터 술과 약으로 다음 날 오후까지 보낸다. 그러다가 거지 같은 몰골로 일어나면 그대로 무대로 올라 미친 피지컬로 노래를 토해낸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또다시 술과 약의 파티 타임. 그럴 때마다 호텔에는 여자들이 늘어났다. 머틀리 크루를 비롯해서 세계의 정점을 찍었던 밴드들은 그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세바스찬 바는 지치지 않았다.


전 세계 여자들이 어디를 가나 환호하고 따라다녔다. 무대를 씹어먹고 박살 내는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리틀 윙을 부르고 어두운 방안에서를 세바스찬이 부르면 모두가 약에 취한 듯 홀렸다.


사람들은 리즈 시절의 세바스찬 바와 지금의 세바스찬 바를 비교하며 조롱하거나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바스찬 바는 리즈 시절에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조롱하는 이들은 그런 자리에 올라본 경험이 있을까. 안타까워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지금 세바스찬 바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쩌면 리즈시절보다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면서 보낸다는 기쁨을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을까.


보니 타일러의 2017년도의 공연을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보니 타일러는 와,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나이 듦과는 무관하게 무대를 찾은 팬들은 그 자체를 즐기고, 보니 타일러를 좋아할 뿐이다.


지미 핸드릭스는 28살에 죽었지만 리틀 윙은 영원히 남아서 이렇게 대대로 대물림되면서 그 시기의 최고의 스타들이 계속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제임슨을 홀짝이며 듣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의 중심이지 않더라도 한 페이지에 세바스찬 바도 우리도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


https://youtu.be/UG8YURv36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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