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바람이 있다. 바람을 느끼고 싶으면 바다로 온다. 바다에는 바다의 바람이 분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창문을 열어 놓으면 부는 바람은 바람이 아니다. 그건 그저 터뷸런스 일 뿐이다. 바람에도 입이 있어서 바다를 찾은 사람이 마음에 들면 입으로 속삭여 준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사람의 잠든 모습은 행복보다는 안타깝게 보인다고 바람은 말한다.


바닷바람은 머리카락을 한 올, 두 올 쓸어 넘긴다. 마치 연인이 머리를 쓰다듬듯이. 바다의 연한 바람은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주무른다. 바다에 부는 바람의 입은 포용의 마음과 눈물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변심하는 여자처럼 태도가 돌변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바다를 찾는 이가 마음을 열어 바람의 속삭임을 듣는다면 다른 삶에 대해서 귀가 열린다.


바닷바람이 하는 말은 나긋나긋하기도 하고 명랑하기도 하고 발랄하며 엉뚱하기도 하다. 마치 바닷가에 사진 찍으러 와서 나는 누구? 같은 표정의 그녀와 닮았다. 바다에 부는 바람은 직설적이지 않다. 방해자가 없어서 곧장 달려들 것 같아서 직설화법으로 말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건 바다 위에 또 다른 바람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은 말한다. 실수를 품으로 끌어안는 방법에 대해서.


나는 바닷바람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바닷바람의 색은 필름 색감을 닮았다. 너무 깨끗하지 않고 먼지가 약간은 껴 있어서 부예진 바람은 에구구구하며 옷을 터는 것처럼 불어와서 재잘재잘 거린다.


바닷바람은 우리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잘 꾸미고 온 자들도 바다에서는 다 흐트러진다. 바람이 심술궂어 입으로 후 하고 신나게 불면 한 껏 꾸미고 온 자들도 속수무책이 된다.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들 틈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가면 곧 특별해진다. 바닷바람은 우리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든다.



바다는 사실 무척 아픈 날도 있지만 절대 말하지 않는다. 언제나 가면 “난 오늘도 무사해”라고 한다. 나를 볼 땐 눈으로 보기보다 마음으로 봐줘,라고 당부하는 것 같다. 치열한 문장들 속에서 살아남는 건 평범하고 일상적인 문장이다. 평범한 것은 실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바닷바람을 나에게 속삭인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면 고민을 하고 해 버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바람은 말한다. 바다와 한 번 맺은 인연은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선명하며 꽤 단단하다고 한다. 쉽게 끊을 수 없는 만큼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이어 붙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바다와 바람은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 준다. 그건 좀 더 상처 받는 나, 좀 더 슬퍼하는 나, 좀 더 사고하는 나, 좀 더 고민하는 나를 나에게 준다. 언젠가 힘이 들 때 선물 받은 나를 꺼낼 수 있게 바닷바람은 나에게 선물을 준다.


우리는 저녁까지 바닷바람의 이야기를 듣다가 신나게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아주 평범한 것들. 나의 평범한 일상 속에는 달리기와 바다가 있다. 그리고 사진이 있다. 그리고 글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경계가 모호하고 전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크앙





오늘도 내 마음대로 선곡 https://youtu.be/JwZqzSWs-O0

이정현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다. 이렇게 지난 노래를 신나게 듣고 있으면 꼭 입대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오래된 노래를 듣냐느니, 촌스럽다느니 한다. 비틀스나 엘비스 프레슬리나 레드 제플린은 되는데 우리나라 지난 가요는 꼭 촌스럽다고 하는 인간들이 있다. 나는 10대 여고생들과도 교류가 많은데 10대들은 오히려 노래를 더 좋아하고 그런 소리를 하지 않는다. 꼭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 그런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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