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9IrhsY-pb40

 

 

가끔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같은 타이틀로 티브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까.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을 도전하고 오르고 정복하는 모습들을 말이죠.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힘듦을 참아가며 이겨내는 모습을 그동안 왕왕 봐왔었습니다. 음 뭐랄까 인간의 한계를 넘는 건 분명하긴 한데, 정말 그런 일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는 것일까.

예전에 글을 쓰기 위해 갑상선을 제거한 30대 초중반 남녀 네 명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들은 어떠한 이유로 갑상선의 수술을 받았고 그 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있던 갑상선이 없어지면 하루에 8시간씩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 활동을 해도 저녁 5시 정도가 되면 몹시 피곤합니다. 그 피곤이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될 정도라고 해요. 몸에 쌀가마니 몇 개를 둘러 맨 것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요. 그리고 눈이 몹시 탁해집니다. 슬픈 일인 것이죠.

무엇보다 주변성과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주변에 스며들고 싶지만 설명할 수 없는 피곤이 덮치면 그게 갑상선이 붙어 있을 때처럼 되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 하게 되고 ‘나는 왜 젊은 나이에 이럴까’ 같은 자기 비하를 하게 되며 결국 자기 멸시로 이어지게도 됩니다. 이렇게 무너진 정신은 모래성 같아서 다시 쌓아 올리기 참 힘들어요. 대체로 불가능에 가깝죠. 비록 나는 갑상선을 제거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해준 덕분에 나는 그들의 힘듦에 아주 조금은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근래에 이문세를 보면서 이 사람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초능력 알죠? 슈퍼맨이나 내는 그런 초능력. 이문세는 갑상선을 두 번이나 수술했어요. 그 말은 노래를 부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노래 한 곡을 부르고 나면 체력이 바닥이 나요. 내가 조깅을 세 시간 한 것처럼, 보통의 사람들이 24시간 걸어 다닌 것처럼 저 밑바닥에 깔려있는 에너지가 완전히 소거되고 맙니다. 그럼에도 이문세는 공연을 해서 한 시간 이상 노래 몇 곡을 예전처럼 불러요.

이 사람은 노래를 얼마나 하고 싶었으면, 그리고 그 노래를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에게 얼마나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도저히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인간의 한계를 그대로 뛰어넘어 버린 것입니다. 이문세의 팬이라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오열을 하지 않았을까 해요. 이문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어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노래를 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로 초능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옆 나라의 나카시마 미카는 난치병이라는 이관개방증으로 노래를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되어 좌절을 맞았습니다. 나카시마 미카는 일본에서도 독보적인 가수로 그녀가 무대에 입었던 옷은 다음 날 바로 뉴욕 컬렉션에 진열이 될 정도의 인기를 지니고 있고 무대에서는 오로지 라이브로만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데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된 것은 그녀의 인생에 좌절을 맞았다는 말이거든요. 시간이 흘러 배구선수와 결혼을 하고 사랑으로 난치병을 극복하고 몇 해 전부터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목소리는 더 이상 맑고 부드러운 나카시마 미카의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굵고 갈라지고 목소리만으로는 나카시마 미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소리였지만 그녀의 팬들은 그녀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그 자체에 기쁘고 환호를 했어요. 그녀는 요즘도 매일 연습을 하며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녀 역시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린 것입니다.

근래의 이문세를 보고 있으면 경외가 들어요. 산을 타고 식단 조절을 하고 맑은 공기를 찾아 다니고 무엇보다 절벽 밑으로 떨어졌던 정신을 끌어 올린것은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어 버린 것입니다. 그는 초능력을 지닌, 나와는 다른 어떤 능력의 인간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문세가 노래를 부르면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그건 이문세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매일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행복한 일은 일어난다. 곰돌이 푸가 한 말이지만 그건 제대로 맞는 말인 거 같아요. 오늘도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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