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을 보면 아버지의 기억으로 온통 채워져 있는 스즈와 큰언니 사치는 행동이 비슷하다. 하마다 점장이 없어진 발가락 6개를 보여 준다고 할 때 두 사람은 기겁을 하거나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요시다는 밥이나 먹고 치카는 혼자서 계속 자신의 말만 한다
.

이 영화는 정확히 17분 40초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칸노 요코의 음악과 함께 행복이 온몸에 가득 차있다는 것을 느낀다
.

영화 속의 마을은 있을 수 없는 마을의 모습이지만 보는 우리는 그 마을에 동화된다. 스즈를 처음 데리고 간 바다고양이 식당에서 코치가 좁은 식당에서 포즈로 축구선수를 맞추라고 했을 때 그것을 맞추는 사람은 식당에서 일을 하는 종업원이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다
.

고 감독은 가족의 이야기를 영화로 여러 편 만들어냈다. 바뀐 가족, 떨어진 가족, 버려진 가족
.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로 스즈의 언니들, 그리고 온 마을의 사람들이 스즈가 가족으로 스며들 수 있게 배려한다
.

그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가족과 식구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 가족을 이루는 사람은 다름 아닌 타인이 식구가 되면서 가족을 이루기 때문이다

 

 

마음에 딱 들어붙었던 장면은 치카와 스즈 둘이서 카레를 먹는 장면이다. 일분도 안 되는 장면으로 아버지와 추억이라고는 전혀 없는 치카와 온통 아버지의 기억으로 채워진 스즈를 카레로 이어준다. 만약 이 장면이 소설이었다면 한 페이지나 두 페이지에 걸쳐 장황하게 두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서술했을 것이다.

치카는 스즈의 말을 듣는 순간 새롭게 가족이 된, 자신과는 어울리지 못할 것만 같았던 스즈가 비로소 동생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게 다가온다. 치카에게 구마모토에서 온 스즈는 어딘가 모르게 큰언니를 닮았고 너무 어른스러워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치카는 오뎅을 넣은 카레가 할머니의 맛이라 자주 해 먹었고 그것을 스즈에게 먹이고 싶었다. 스즈는 다행히 맛있어 했다. 스즈는 치카에게 고백을 하나 한다. 멸치 덮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스즈에게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치카는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가족이란 설명할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 것에 대해서 생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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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분도 안 되는 장면을 고 감독은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었다. 치카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하마다 점장과 낚시를 할 것이다. 그렇게 식구는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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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kim 2018-07-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볼 수 있을까?

교관 2018-07-21 10:48   좋아요 0 | URL
보실 영화가 많으신가 봐요. 여름에 못 보시면 겨울이 가기전에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