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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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밤 하늘에는 달이 하나 밖에 없답니다. 두 눈을 비비고 아무리 자세히 살펴 보아도 달이 하나입니다. 그건 엄청나게 다행스런 일이라구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정말 많이 슬퍼질 것 같거든요. 물론 극소수의 사람만이 달이 두 개인 것을 알아차리겠지만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곳은 1Q84년이 아닌 1984년을 훨씬 지나 2010년의 아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말한다고해서 무엇이 달라질까요. 다만 후카에리가 들려준 '공기 번데기', '리틀 피플', '리시버'와 '퍼시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는 믿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믿지 않으면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이 너무 슬프니까요.  

 

'1Q84'란 책 제목을 처음부터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IQ84'로 읽은 사람이 대체로 많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것들에는 책 제목을 자신있게 '1Q84'라고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되는데 이는 달이 두 개인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그 달. 들. 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음을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낸 작품 세계에서 내가 수많은 사람들속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덴고의 이야기,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하나씩 나열되고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운명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니 덴고의 입에서 '아오마메'라는 이름이 불리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서로의 운명이 된다. 같은 공간에서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을 함께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질 때 나는 덴고와 아오마메는 꼭 만나야만 한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책장을 넘겼다. 어디까지나 모든 결말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이겠지만 한 사람은 1984년에, 또 한 사람은 1Q84년에 놓아둔 것도 아닌데 시공을 초월하는 공간에 함께 있는 두 사람을 못 만나게 한다는 것은 독자로서 괘씸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결코 1Q84는 탄생될 수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한 소녀가 한 소년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서로의 눈을 들여다 보며 마음과 마음이 통했다고 해도 이 기억을 몇 십년 동안 간직하고 이 감정에 매달려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어리 아이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그 때는 사랑인줄 몰랐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 상대를 그리워하게 되면서 사랑이라는 확신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 뒤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을 운명적으로, 우연하게 만나길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아오마메가 덴고를 향한 사랑을 지키며 목숨까지 내어 놓는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현실이 아닌,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묻고 싶다. 덴고의 아오마메를 그리워하는 마음, 아오마메의 덴고를 향한 마음, 이것이 두 사람을 1Q84라는, 현실과 어긋난 공간속으로 불러들였겠지만 덴고와 아오마메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슬픈 사랑이야기에 가슴이 아파 이들이 사랑과 다른 이유의 운명으로 이끌린 것이라고 그 사랑에 외면해 버리고 싶게 만든다. 사랑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은 이로인해 비극적인 사랑을 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보다 더 가슴 아픈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후카에리와 덴고가 함께 만든 '공기 번데기'라는 책으로 인해 이 세계의 어딘가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Q84라는 공간으로 어떻게 걸어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 독자들도 이 책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1Q84에 들어와 버렸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다면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의 이야기를 결코 들을 수 없었을 테니 우리들이 1Q84에 있다는 것은 정확한 말일 것이다. 다시 1984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다.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이곳에서 힘들지만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달이 두 개인 괴이한 공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덴고와 아오마메, 후카에리만을 제외한 우리들이 상실되는 상황이 벌어진다해도 우리는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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