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꺼내려는 순간, 가방 안에 든 빛바랜 편지봉투에서 잿빛 꽃잎줄기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것을 집어들었습니다. 그 줄기에는 마지막 꽃잎이 붙어 있었습니다. 첫삽의 흙이 관 위로 덜커덩 하며 떨어졌습니다. 나는 서둘러무덤으로 가서 그 꽃잎을 던졌습니다. 다음 삽의 흙이 그 꽃을덮어버렸습니다. 꽃은 얼마나 빨리 시드는지. 나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야콥슨씨 농장에서 저 꽃을 꺾은 게 바로 어제 아니었던가.
한편으로는 오르트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정식 출판계약을 했다면, 출판사는그에 대한 면면을 잘 알 수 있을 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출판사에도 오르트만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했다. 현재 알려진것이라곤, 저자가 1995년에 작고했고 부인의 주소가 현재 스페인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 작가가 독일에서조차 깊이 연구된 바가 없다는 대답도 돌아왔다.
살아 있는 한, 삶은 계속된다. 지금의 선택은 인생의 다음 순간을 만들어낸다. 울타리를 넘지 않았다면 소녀를 만날 일도. 연애도, 실연도, 자살 결심도 없었을 테다. 인생이 꼭 이렇게 흘러가야 했을까? 정답은 없다. 어떤 선택을 했건, 일어난 일을통해 나는 충분히 나의 인생을 얻었다.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것은 목표 자체가 아니다.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삶의순간순간이다.
언뜻 보기에도 오르트만의 삶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은 따뜻하기만 하다. 붉은 부표 저편에 그가돌아왔다. 「럼주차에는 그의 고향인 프리슬란트의 모습이 정겹게 그려져 있다. 해변가의 모래언덕, 밀물과 썰물이 빠르게지나가는 바다 등등,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정겨운 사람들이 살아간다. 부기우기라는 활기찬 춤을 좋아하는 쾌활한 주민들, 여자들은 ‘남자들이 럼주와 담배와 차만 생각한다며 푸념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보듬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잘 읽어보면 여기 실린 소설들의 비유적 장치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함축임을 알 수 있다. 자연이나 자본주의는 자기의 정해진 길을 갈 뿐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다 저마다의 진정성이 있고 목적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돈을 향해 나아가더라도 자유의지를 가진인간이 세상이 강요하는 길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목적 없이 떠도는 유령선이자 인간의 자유의지를 무시하고파괴하며 질주하는 기관차 같은 이 세계와 그것에 맞서는 인간의마음을 보여주고자 이런 작품들을 썼으리라. 옮긴이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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