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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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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는 똑똑한 작가다. 어느 작가라고, 똑똑하지 않은 이가 있겠냐마는,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꼭 이런 수식어를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소설도 여러 권 발표한 바 있지만, 김영하를 알게 된 것은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다.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이라는 방송을 들으면서 이미 그의 목소리와 가까워졌다. <랄랄라 하우스>를 읽는 내내 그의 목소리가 겹쳐 왔다. 나즈막하지만 분명하게 일정 온도를 지키며 진행되는 목소리가 말이다. 


<랄랄라 하우스>는 2005년에 발간되었던 책을 다시 펴낸 것이라고 한다. 다시 발행될 만큼, 이 책이 인기 있다는 것이고, 7년 가까이 지나도 책속에 비추어진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고, 일부는 달라졌다면, 그 달라진 간격 또한 의미있다는 뜻일 게다.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이라는 부제처럼, 작가가 서문에 실은 '농담을 좋아하는 유쾌하고 실없는 나'라는 말처럼, 이 책은 읽는 내내 술술 넘어가는 책장 만큼 가벼운 킥킥거림을 흩어 놓았다. 


쉽게 말하자면, 엉뚱한 것인데, 작가로서 김영하는 생각비틀기의 귀재다. 주변의 사소한 경험, 미미해보이는 관찰, 그 어느 하나도 쉽게 놓치지 않고 포착함으로써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능력자이다. 책을 읽다가 아이디어가 반짝이기도 하고, '골탕 먹이다'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관용적 표현 한 마디,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면, 철학적 개념을 몸으로 체험하기 위하여, 자기 이름 부르기를 해보라고 권한다. 20분 정도 자기 방안에서, 큰 소리로 자기 이름을 불러보라고. 그러면 기분이 이상해지며, 너무 많이 하다간 병원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는 식이다. 짧은 글이지만, 마지막에 사족처럼 붙인 몇 마디가 킥킥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또, 어렸을 적에는 자신이 펜글씨를 잘 못 써서 선생님에게 특별훈련을 받으며 '마음을 편히 먹고 천천히 쓰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개인용 컴퓨터로 글을 쓰며, 더 이상 펜글씨 교본과 타자는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 많던 타자 펜글씨 강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겠는지 궁금해하는 식이다. 엉뚱하고 묘하게 튀어 나가는 발상. 


물론, 그의 글 속에는 탁월한 문제제기와 충분한 통찰력이 들어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이내 끄덕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태극기 팔이에게서 나타나는, 단일민족의 사상, 한국 문학과 소설의 위기, 들어서자마자 주문부터 컵 치우기까지 모두 고객이 해야 하는 스타벅스적 삶, 질문의 힘 등은 쉽게 지나치기 쉬운 삶의 한 단면을 콕 집어서 쫙 펼쳐놓고, 쭉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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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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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부터 김제동이 보여준 행적들로 인해, 그에 대한 신뢰감은 이미 가지고 있는 터였다. '힐링캠프'에서 김제동은 욕망이 억압되어 있고, 내면적 자유가 부족한 캐릭터로 통한다. 전에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나와 김제동의 심리상태를 그렇게 진단한 이후, 다음 날엔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가 말 한 마디 하는 데에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트레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말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김제동의 주위엔 실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재산이다.'는 말은 나로서도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때, 주위를 돌아보고 깨달은 사실이었다. 물질이나 명예보다도 나의 존재가치를 지켜주는 것은, 오랫동안 곁에 남아준 사람들이었다. 이 인터뷰집에는 백작청, 조용필, 문재인, 법륜 스님, 윤도현, 조수미, 하정우 등 17명의 인사가 등장한다. 


각 사람의 인터뷰는 분량이 길지 않았다. 김제동이 만난 사람들 또한 그만큼이나 언행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 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진정성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이 읽었다. 현장에 밀착되어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글도 더러 있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과의 대화 속에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있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려는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죠. 당당히 세상과 맞서라는 겁니다.'"(백낙청 편, 33쪽)


"어떤 사람의 말과 생각은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의 행동과 선택이 그 사람이더라고요."(안철수/ 박경철 편 53쪽)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어려운 사라들을 배려하고, 연대하고,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는 일들에 참여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이 그리 먼 것만은 아닐 거라고 믿어요."(문재인 편 73쪽)


마지막 부분에는 김제동 심층 인터뷰가 실려 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한 사람으로서 산과 자연에서 위로를 얻는 방법을 찾아가는 김제동. 진솔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면, 그의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수많은 가면들도 결국,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붙여 놓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 사람은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 혁명과 웃음은 동의어다. 웃음에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그는 분명 소심하지만, 소신을 지켜 가며, 소통의 방식을 고민하고 문을 여는 사람임에는 틀림 없다. 우리가 고민하는 만큼 세상이 나아진다는 것도, 틀림없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둥글게 서로 이어 잡은 손들- 그 소통의 고리에 끼어들어 조금이나마 더 큰 원을 만들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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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 박범신 논산일기
박범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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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 하면, 작가의 특수한 체험이 개성적인 문체와 어울려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박범신 작가가 논산에서 2011년 겨울을 보내며 쓴 이 글들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쓴 '일기'다. 페이스북에 널리 공개된 일기. 청년작가답게 새로운 매체 안에서 연륜 있는 필력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서는 하나하나의 내용을 제대로 집중해서 보는 것이나 일 주일, 한 달 전의 생각의 흐름을 이어보는 것이 어려웠다면,  종이에 인쇄되어 한 권으로 묶여 나와준 책이 고맙다. 


작가 스스로 '취북일기'라고 하며, 반쯤은 취해서 쓴 글들이라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논산 조정리 집에서 지내며 평범하게 쓴 하루의 기록이라기엔 모자라다. 그 취했다는 것이 고작 술 몇 잔에 취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박범신 작가가 논산에 대한, 문학에 대한, 그리고 삶과 세상에 대한 사랑에 취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사랑은 끝나지 않은 셈이다. 아니, 끝날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왜 논산으로 가는 것일까' 의문을 품고 떠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라고 했다. 고향이라는 이유보다는 그리워하기 위해 떠났다는 것이 맞는지 모른다. 글의 내용에 따르면, 그는 '결혼 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짐을 싸고 걸핏하면 '떠나겠다'고 대책 없는 유랑의 슬픈 노래를 불렀다.'(28쪽)고 한다. 중국, 아프리카, 히말라야 등, 오지로 떠나는 여행은 수도 없이 많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작가이자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드러나는 순간들마다 그는 짐을 싼다. 버리기 위해 자유를 찾아 짐을 싸고 떠났다가, 이내 다시 채워지면 또 골방에 틀어박혀 자신을 비워내는 일의 반복. 떠나거나 틀어박히거나 결국은 자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인데, 그 어느 순간에도 그는 마음 편히 놓인 적이 없는 것이다. 비워지고 채워지고 하면서 그 간극을 견뎌내는 것이 작가의 삶이라 했던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머물 수 있어 글을 쓴다. 삶의 족적을 남기고 싶은 것도 욕망이고, 그 흔적을 물새처럼 아무 것도 없이 다 지우고 싶은 것도 욕망이다."(91쪽) 


"그런데 여기, 딜레마가 있다. 창조적인 작업은 내 안의 나를 더 극적으로 분리해서 저희끼리 싸움을 시키는 게 좋은데, 내 안에서 그런 내적 분열이 상시로 일어나면 개인적 일상은 매우 위태롭고 불안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것. 내적 분열은 방부제와 같아 우리 삶을 매순간 생생하게 만들지만, 대신 일상을 가지런히 유지하려면 자기 억제의 고단함을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다."(157쪽)


박범신 작가는 39년여의 세월동안 50권 이상을 썼다. 그러니 그 손가락이 글쓰기의 습관과 지향을 가진 것처럼, 그의 삶에도 그러한 반복되는 무늬가 생겼을 것이다. 책에 실린 것은 하루하루 단편적으로 태어난 글이지만, 근 3개월 동안의 글 속에는 반백년 가까운 시간에 깃들었을 외로움과 그리움이 보였다. 유랑에 대한 갈망을 져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무침이 있는 자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작가는 외로움, 그리움, 사무침을 원동력으로 긴 세월을 지내며 삶의 열정을 녹인 글을 써 왔으리라. 


작가는 소설 쓰기에 대하여 '오욕칠정의 진흙밭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소설쓰기는 정글 속을 지나는 것과 같다.'고 한 말했다.  소설을 사랑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이다. 


"어떻게 해도, 나 자신을 변화시켜 보다 높은 지점으로 삶을 계속해서 들어 올릴 수 없다면, 왜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통스러운 문제와 다시 직면한다."(219쪽) 이건 삶에 대한 통찰력이다. 


물고기, 아내, 아버지, 가끔 집에 찾아 오는 손님들, 호수를 거닐다가 혹은 비가 내리는 날의 상념들, 입체적으로 남은- 젊은 시기의 추억들, 많은 이야기들이 책 속의 호수 사진처럼 잔잔히 흐르고 있다. 쓸쓸해지고, 우울해지는 그를 달래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스스로 조정리 집에 깃든 것이 틀림 없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홀로 가득 차고, 수시로 따뜻이 비어 있는 그곳'에서 써내려간 이 글들과, 같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게 된다. 


'사랑이 없으면 / 우리들은 무엇으로 자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 작가가 아침에 눈을 떠서 괴테의 이 시구를 떠올리는 것은, 그의 삶이 온통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 사랑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사랑이야기 덕분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쉬지 않고 사랑해야 함을 배웠다. 마음이 식어갈 때마다 다시 열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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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 예찬 시리즈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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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땠어? 그 책 괜찮아? 라는 물음에, 기껏 잘 대답해 봐야, '응, 좋아.' 수준일 때가 많다. 

나쁜 것, 좋지 않은 것, 덜 좋은 것은 왜 그런지 꼬치꼬치 이유를 말하기 좋은데,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건 왜 그런지 꼬박꼬박 이유를 대기가 쉽지 않다. 


관심이 덜 하고, 집중이 덜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는 끝없이 타오르는 관심과 집중을 보여줌으로써, 

오랫동안 우려낸 차의 진한 맛을 떠올리게 한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도 그렇고, <외면일기>도 그렇고 

사진과 함께 실은 글 <뒷모습>도 그렇다. 

그는 뭐든 아무렇지도 않게 툭, 외투를 벗어 옷걸이가 아닌 의자 등받침에 던져놓듯 말하는데,

읽다 보면 탁월한 통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읽는 이를 이끄는 것. 그것이 매력적이다. 


이 책에는 '너무 많은' 내용이 실려 있다. 그래서 그의 생각과 감탄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글을 '소화'해내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 중의 몇몇은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세계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 몸과 재산, 계절과 성자들, 이미지, 인물들.. 


이를테면, 그는 세 가지 기술혁명으로 인해 끝장날 뻔했던 라디오가 다시 성행했던 사실을 언급한다.

휴대용 녹음기와 라디오 수신기, 휴대용 트랜지스터 수신기의 등장 말이다. 이것이 얼마나 구체적인지, 마지막에 언급한 '휴대용 트랜지스터 수신기'는 램프가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모하는 까닭에 두 시간마다 전지를 바꾸어야 했다는 기술적 지식까지 총동원된다. 

폴 발레리에 대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요한 세바스찬 바흐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그리고 태양광선 아래서 피부를 태우는 일에서 종교적 고행과 시련을 연상하고, 윤리의 문제까지 연관성을 찾아가고, 해변이란 전형적인 일광욕의 장소라는 생각까지 도달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셸 투르니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곧잘 상상하게 되는데, 

이런 식이다. 

'저 일광욕하는 여자들은 뜨겁지 않을까요?'라고 한 마디만 시작해도, 

그 뒤엔 미셸 투르니에가 이야기를 받아서, 몇 날 몇 일 동안 그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줄 풀어놓는 장면 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그의 생각은 날개를 달 테고,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상상에 동행하지 못한다면, 나무 위에 걸터 앉아, 그가 하늘 위에 그려놓는 궤적을 눈으로 따라 가며 감상이라도 해야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나면, 분명 그의 뇌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대화가 끝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더 자세하게.

좀더 집중하고,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엔? 

좋다고 말하면 된다. 이러이러 해서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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