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앤소니 드 멜로 지음, 이현주 옮김 / 샨티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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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겨레 신문에 어느 출판사에 관한 기사가 실렸었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10, 50, 100만원을 내어서 잎새 회윈, 줄기 회원, 뿌리 회원이 되면 간행하는 책을 그만큼 부쳐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출판사의 문제 해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10만원을 내고 잎새 회원이 되었다.

출판사는 이론서 보다는 실용서 위주로 간행을 하는 듯 보였다.

읽고 싶지 않거나 서재에 꽂아두고 싶지 않는 책은 구독을 거절했더니 10만원이란 돈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나 보다.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얼마전에는 남은 돈이 있냐고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기까지 했다.

다행히 그 출판사는 몇 년이 지났지만 간판을 내리지 않고 건재했다.

그 출판사에서 신간을 보내왔다. 이번 책은 읽고 싶어서 신청을 했다.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 행복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오해는 그것을 다른 사람이나 바같 사물 또는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즐기느냐에 있다. 상실을 겁내지 않을 때 비로소 인생을 즐길 수 있다.

-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당신의 기대다.

 

책 표지에 적힌 구절들이다.

모두다 지금 나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서 적어보았다.

 

***오랫만에 글을 올린다.

주인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서재를 방문해 주신 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나는 거의 한 달도 넘게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 일주일 쯤 잠수하다가 나타나면 될 것 같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늘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자리를 지키고있다가 집에 오면 소파에 쓰러진다.

그 와중에 2박 3일 청산도에 다녀왔고, 4박 5일 일본에 다녀왔다.

 

분명히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의 기대이다. 맞다!

 



 
 
된장 2012-05-20 02:42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아직 이 책을 첫 쪽도 못 넘겼어요 ㅠ.ㅜ
너무 바쁘게 아이들과 삶을 부대끼다 보니...

책을 잘 보시면, 제 이름도 뿌리회원으로 박혔답니다.
샨티회원 처음 모으던 때에
저는 주머니돈 탈탈 털어 현금을 들고
출판사로 찾아가 손수 드렸지요.
그때에는 서너 평쯤 되는 아주 작은 사무실이었는데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다고 느껴요.

이 책 이름처럼
스스로 쉽다 여기면 즐겁게 살아가기는 쉽고,
쉬울까 하고 물으면 즐겁게 살아가기는 쉽지 않으리라 느껴요~

중전 2012-05-21 07:17   URL
맞아요. 의문문으론 즐겁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겠죠.
몸이 좀 나아지니 비로소 눈이 떠집니다.
어느덧 봄이 가고 여름이네요. 날씨가.
행복한 날, 되세요^^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몇 년 전에 읽은 신현림의 이 책을 떠올린다.  작가의 살아온 삶의 자세가 치열하고 진지해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사서 읽곤 한다. 더구나 눈으로는 잘 읽히지만 마음으로는 더디 읽히는 사진도 마음에 든다.

 

     오십 중반의 어중간한 나이에 남편이 거취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처 책읽고 가르치는 것 뿐인데 그 자리에 그냥 있어야 할지, 아니면 털고 나서야 할지 갈등을 겪고 있다. 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고전을 하고 있는 탓이다. 원칙주의자이고 소신과 명분을 중요시 하며 살아왔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어디까지 남편에게 조언을 해야할 지 좀 막막하다. 이미 남편은 사십 대 초반에 한 번 자리를 바꿔앉았다. 또다시 다른 길을 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위험부담도 많다. 이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니고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잘하고 제대로 마무리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터이다.

 

    이런 문제들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온전히 '오늘 하루'를 사는 일에만 집중한다. 저녁 무렵 집으로 오면 내일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보니 그것도 살아가는 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산을 오를 때는 먼곳까지 바라보지는 말 일이다. 

    

    어제는 남편과 소통이 어렵다는 사람들 열 다섯 명과 하동에 벚꽃 나들이를 다녀왔다. 일제히 만개한 꽃들은 우리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리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핀다. 내 인생도 지금 밤이 지나고 나면 다시 새벽 여명이 다가올 것이다.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

 

 

 

 

 

 



 
 
pek0501 2012-04-17 13:54   댓글달기 | URL
다 좋은 사진들인데, 역시 사람이 있는 풍경이 더 멋진 것 같아요. 나무(자연)가 얼마나 큰지도 그 대비로 알 수 있고요.

소통,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각자 지나온 삶의 역사가 다르고 현재의 환경이 다를진대, 어떻게 생각이 같겠습니까. 늘 어려운 문제예요.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냈네요.
 

무슨 미련이 남아서일까?

돌아서서 가던 겨울 바람이 얼굴을 돌려 다시 돌아왔다.

4월 3일.

세상의 바람을 다 이곳에 풀어놓은 것일까?

다리를 땅에 붙이고 살려면 다이어트를 하려던 것을 좀 재고애 보아야 할 판이다.

 

오늘은 결혼 삼십주년 되는 날이다.

참 많은 날들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간절한 기도 제목이 있어서 오늘부터 아침 금식을 시작했다.

나는 예수쟁이다.

그리고 지금은 고난주간이다.

사십 일 아침 금식을 작정하고 보니 하필 시작하는 날이 결혼기념일이다.

그나마 오늘은 우리 부부 둘 다 너무 바빠서 삼십 년을 같이 산 영감(? 남편이 보면 좀 심난해 하겠다) 얼굴도 제대로 못보았다.

저녁 강의를 듣고 열시 넘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니 남편은 벌써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빨리 씻고 자자는 소리가 날라온다.

그런데 나는 밤 시간에 강의를 듣고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 시간 강의 듣고, 삼십 분 운전해서 집에 들어오면 피곤하지만 정신은 말짱해져 있다.

 

올 겨울은 정말 너무 길다.

그래도 봄꽃은 꽃망울을 맺고,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봄을 기다리다 지쳐 나는 집안에 봄을 들여놓았다.

이것이다.

 

 

오래 전부터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

정신병이 좀 가벼워졌을 무렵의 고흐가 동생  테오의 득남을 축하하며 그려준 그림이다.

강렬한 선과 색채에 휘둘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꽃이 핀 아몬드 나무 가지에 힘이 느껴진다.

언젠가 이 그림의 양산을 산 적이 있다.

긴 겨울이 끝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봄을 들여놓기로 작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내 삶의 스타일이다.

얼마 전 남편이 사석에서 우리 부부는 함께 교회에 다니는 것 외에 같은 점이 별로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런 부부가 중간에 찢어지지 않고 삼십 년을 살아왔으니 분명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나는 문제가 생기는 정면돌파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니 살면서 그렇게 진화(?)되어왔다.

얼마 전 친정에 초상이 나서 갔더니 육촌 오빠가 어릴 적의 나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 데 놀라 자빠질 뻔 했다.

나는 부끄럼이 많고, 남을 배려하고, 조용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싸움닭 같은 아줌마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며칠동안 좀 슬펐고, 우울했다.

아름답고 향기롭게 한 생애를 살고 싶었거늘!

 

아들이 돈을 보내왔다.

결혼기념일날 맛있는 거 사먹으라는 거였다.

나는 괜히 심통이 나서 남편에게 한푼도 안주고 외식은 귀찮다며 돈을 몽땅 내가 챙겼다.

거기에 질 남편이 아니어서 사월 중순쯤에 청산도에 가자는 것이었다. 아들이 보내온 돈으로.

나는 좀 건조하게 말했다. '그때 가봐서!'

 

순전히 겨울이 너무 긴 탓이다.

 

그러나 거실에 봄을 들여놨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다.

 

"아, 내 청춘 어디 갔어?"

 



 
 
말없는수다쟁이 2012-04-04 02:17   댓글달기 | URL
결혼 30주년이면 득도를 할 정도의 내공은 자연스레 얻어지지 않나요? 흐흐 ( '')~
공통점 없이도 오래 묵은지 같은 인연이 될 수 있는걸 보면 참 신기해요. 특히나 부부가 되어 30년을 살 생각을 하면... 아유 아득하기만 하네요. 저는 아직 멀~었지만요. 어쩌면 머릴러와 매슈처럼 살지도 모르구요. 아무튼 봄 맞아 아몬드 나무가 활짝 피었네요! 날씨도 저랬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중전 2012-04-04 21:53   URL
사는 게 바로 내공이라면 너무 성의없는 답변이 될까요?
6월까지 첫사랑에 대한 수필을 하나 써야 하는 과제가 있어서, 지나온 사랑을 한 번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다가올 사랑은 영 없을런지...ㅋㅋ

2012-04-04 08:39   댓글달기 | URL
후후 글이 재밌어요.

중전 2012-04-04 21:53   URL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재미없는 삶도 재미있게 쓰기! ㅎㅎ

된장 2012-04-04 10:41   댓글달기 | URL
좋은 봄은
마음에 먼저 오겠지요

중전 2012-04-04 21:56   URL
나이가 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듯 합니다.
매일 힘들어 하는 이 육신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바로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이잖아요.
때로 화려하게, 때로 정갈하게, 때로 담담하게 담을 수있는 그릇이 필요한건 아닐까요?

순오기 2012-04-10 13:51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날짜가 좀 지났지만 중전님의 청춘은 잘 계시지요?
결혼 30주년이라니 저보다 한참 위이십니다.^^
오늘 아몬드 나무 우산을 받고 나갔아 왔는데, 여기서 시계를 보는 순간
"아, 나도 사고 싶다!" 소리쳤어요.ㅋㅋ
정면돌파형도 저랑 닮은꼴인데, 이렇게 멋진 글쓰기는 제가 닮지 못해서 아쉽네요.ㅜㅜ

중전 2012-04-10 21:50   URL
순오기님
잘 지내시죠.
저는 밤에 일을 많이 하는데, 그 밤시간을 다른 것에 뺏겨버리니 글쓰기도 책읽기도 힘에 부칩니다.
그래서 이렇게 띄엄띄엄입니다.
그래서 줄을 놓지 않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어제 오늘, 이틀 따뜻하더니 벚꽃이 많이 피었어요.
목요일, 하동으로 꽃놀이 갑니다.
삼년 연속이니 웬 호사인지요.
 

 

 

 

가늘게 내리는 봄 비 속에서

노란 생명은 기어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비에 젖는 것이 어디 이 산수유 뿐이겠습니까?



 
 
프레이야 2012-03-26 08:56   댓글달기 | URL
중전님 경주의 어느 고택을 다녀오셨는지요?
비에 젖은 노란 산수유의 자태가 고와요.

중전 2012-03-26 23:22   URL
오랫만에 사진 올립니다.
삶의 수레바퀴가 너무 빨리 돌아가는 듯 느껴집니다.
날 잡아서 경주를 느릿느릿 걸었드랬어요.
경주에 유명한 최부자집이 있어요.
그 가훈이 유명하지요.
정리해서 사진과 올려볼께요.
그 고택 앞에 마악 피어나고 있었어요.
마침 봄비가 내렸어요.

프레이야 2012-03-27 20:28   URL
최부잣집 몇번 가봤더랬어요.
가훈 유명하지요.
올려주시면 다시 볼게요.^^
봄비 내리는 날 고택 완상, 참 좋으셨겠어요.
그러고보니, 전에 저도 그 집에 갔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마녀고양이 2012-03-26 13:06   댓글달기 | URL
중전언니, 이제는 겨울이 지긋지긋한 정도가 아니고
봄이 애절하게 그리워지는 날이 되었습니다. 항상 3월 중순부터 말까지 그랬던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노란 산수유는 정말 위안이 되는걸요. 예쁘다...

중전 2012-03-26 23:24   URL
봄은 힘이 세답니다.
무거운 겨울을 들치고 마침내 이렇게 오고말잖아요.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 것이 저뿐만 아닌가 봅니다.
좀 부지런을 떨어서 봄의 모습을 많이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사람 2012-03-27 17:25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중전님.
사진이 입체로 보였어요 ㅋㅋㅋ

저는 경주를 따뜻할때 가본 적이 거의 없어요 ㅠ
보문호수가는 길에 벚꽃이 만개했을때, 그때가 벌써 십년이 다 되어 가요.
도시는 봄이라고 해도 자연으로 느끼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저 여인네의 옷자락이나 광고나 그런 것들로만 느끼고..
마음으로 실감하게 되는 건 거의 봄이 갈 무렵,
그러니까 온 줄도 모르고 보내어야 할 때...
그때 인 듯 해요..

3월이 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중전 2012-03-28 00:14   URL
경주의 벚꽃은, 제 기억에 의지하자면 4월 5일 전후해서 만개를 하는 듯 해요.
온통 분홍빛 천지입니다. 그 때는요.
몸둘 바를 모르는 바람난 유부녀 같아요(좀 불경한 표현이죠?)
아무튼 어느 해 봄에 그렇게 느껴졌어요.
아마 그 땐 제 마음이 좀 슬퍼서였을 겁니다.

며칠 전, 상투적이지만 수상한 시 한편을 읽고 마음 절절 끓이고 있어요(우잇!)

같은하늘 2012-03-28 01:23   댓글달기 | URL
작년 가을 무지 춥던날 갔던 경주가 생각나네요.^^
어느새 산수유가 꽃을 피웠군요.

중전 2012-03-29 13:56   URL
네 벚나무도 수천수만의 꽃망울을 달고있더군요
봄이 오고 있어요

pek0501 2012-03-30 17:16   댓글달기 | URL
"비에 젖는 것이 어디 이 산수유 뿐이겠습니까?" - 제 마음도 젖어요. ㅋ

이제 사진작가 다 되신 것 아닌가요?ㅋ


중전 2012-03-31 18:59   URL
이이쿠, 작가는 무슨~.
좋은 사진-느낌이 있는, 마음을 전달하는- 그런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삼월 마지막 날입니다.
보은에 다녀왔는데... 봄은 오고 있더군요.
 

# 야행성

 

   나는 지금껏 야행성으로 살아왔다.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마치는 그 순간부터가 온전히 내 시간이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곤 했다. 남편이 옆에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혼자인 것이 좋았다,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남편은 밖에서는 너무 말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나보다 훨씬 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는 그것을 총량불변의 법칙이라 말한다. 오늘 하루 말을 해야 하는 분량이 있는데 밖에서 다 하지 못했으니 집에서라도 그 나머지 부분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며 살아왔다.

   남편은 아홉 시면 이미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몇 년 전까밤이면 자야지정신이 제일 맑은 시간을 잠으로 때워?’하며 전쟁을 불사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이제 둘 다 제풀에 지쳐서 자는 시간으로 싸우지는 않는다. 서로 편한 시간에 자는 것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한 셈이다.

   그런 내가 얼마 전부터 저녁설거지를 마치자마자 잠자리에 들곤 했다. 남편이 보는 T.V. 소리가 시끄러워 서재방에서 잠을 잤다. 꿈도 없는 잠을 잤다. 며칠 째 그러고 있으니 오늘 새벽에는 새벽기도를 가면서 남편이 서재방문을 열고 말했다. “ㅇㅇㅇ(내 이름), 일찍 자는 건 당신답지 않아. 제발 열두 시까지 영화보고 책 읽어.” 잠결에 대답했다. “다 귀찮아, 메뚜기도 한철인 걸. 그냥 버려두지 왜 옛날엔 일찍 안잔다고 그렇게 구박했어?”

 

  # 보통씨 동물원에 가셨군요?

 

 

 

 

   아홉 시 좀 넘어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례하게 전화를 받을 수 없는 분에게서 온 전화였다. 예의를 갖춰 삽십 분쯤 대화를 했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잠이 달아나 버렸다. 읽고 있던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를 마저 읽었다. ‘피하기 위한 거짓말과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더 마음에 와닿는 글들은 이것이었다.

 

 

 

 

   이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면 작업장에 두 가지 요구가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사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실현이라고 규정하는 경제적 요구다. 또 하나는 경제적 안정, 존중, 종신직, 나아가 형편이 좋을 때는 재미까지도 갈망하는 피고용자의 인간적 요구이다. 이 두 가지 요구가 오랜 기간 이렇다 할 마찰 없이 공존할 수도 있지만 이둘 사이에서 진지하게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에 따라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는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서는 불안이 살아질 수가 없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투쟁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제 마르크스의 시절처럼 맹렬하지 않다. 그러나 노동 조건의 향상과 고용 관련법에도 불구하고, 생산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행복이나 경제적 복지가 여전히 부차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도구 노릇에 머물게 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의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아무리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에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늘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p.81

 

   재벌이 동네 빵집까지 마구잡이로 먹어치운다는 지금은 여론에 의해 잠시 꼬리를 내렸지만 기사를 읽고나서인지 마음이 편지 않다. 지난 여름 휴가갔을 때, 저녁 무렵 진안 시가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기위해서였다. 그 작은 시골 동네에도 유명베이커리가 세 군데나 있었다. 애써 다른 빵집을 찾아갔지만 완전 육십년대식이었다. 조만간 문을 닫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나는 지금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여 직장을 잡거나 결혼을 하는 그런 나이에 와 있다. 그런데 주위의 친구들 중에 아이들이 취업을 한 아이는 별로 없다.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다니거나 취업 재수, 삼수를 하고 있다. 요즘 말하는 스팩도 괜찮은 아이들이다.

   내가 잠에 취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이런 현실에 눈을 감고 살고싶다는 소극적인 저항이 아닐는지.

 

# 오늘이 214일이지?

 

   재작년부터 안하던 짓을 하고 있다. 남편과 아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젊어서는 안하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정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듯했다. 작은 제스추어라도 하지 않으면 남아있는 나날이 너무 무미건조할 것 같았다.

   이웃에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서 선물하려고 작은 여행 소품들을 인터넷으로 몇 가지 샀더니 초콜렛이 따라왔다. 뒀다가 오늘 아침 식탁 남편의 자리에 올려두고 말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별로 확신이 없어서 좀 슬펐다. 이런 아내의 마음도 모르고 남편은 입이 귀에 걸렸다. 나는 보통씨가 말하는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을 한 걸까?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도 귀찮다.

 

 

   # 창 밖에는 비오고요...

 

이런 페이퍼를 쓰게 된 것 순전히 날씨탓일까?

 



 
 
pek0501 2012-02-14 16:09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하~~~~ 웃겨서 배꼽 빠지겠어요. 중전님의 유며 재능의 발견이에요. ㅋ

1. 총량불변의 법칙, 이것 아주 적절한 표현 같네요. 재밌어요.

2.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도 귀찮다." - 요즘 제가 이래요. 퇴근해 오면 말 받아주고 그래야 하는데, 그냥 조용히 들어가서 자면 좋겠으니... 신혼 때는 남편이 일찍 자면 삐졌는데, 이젠 일찍 자면 고맙죠. 키득키득... 중전님의 마음이 내 마음...

그런데 남편들은 나이 들수록 더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관심 끌고 싶어하고...아내와 반비례해요. ㅋㅋ

중전 2012-02-14 20:45   URL
얼마전 아주 부잣집에 시집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더니 젊었을 때는 제발 일찍 들어와라, 빌어도 늦게 들어오고 아예 안들어오고 하더니만 요즘은 제발 저녁 먹고 와라 그래도 일찍 들어와서 집에서 밥 먹는다고...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것 같아서 웃었습니다.
저도 늦게 들어오는 것은 용서해도 밥 안먹고 들어오는 것은 용서못합니다. ㅋㅋㅋ

굿바이 2012-02-14 16:49   댓글달기 | URL
저 마지막 "창 밖에는 비오고요" 이거 송창식씨 노래 맞죠?
정말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서울은 야릇한 날씨입니다. 바람 속에 햇살이 가득하고 햇살 아래 바람이 떠돌고, 뭐 그런 날씨입니다.

중전 2012-02-14 20:46   URL
오늘은 봄이 오려는 지 봄비 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네, 창밖에는비오고요, 바람 불고요~~~ 송창식이요.
세월의 강을 훌쩍 건넜습니다. 저는.

프레이야 2012-02-15 01:23   댓글달기 | URL
연륜이 묻어나는 부부 이야기, 늘 재미나게 읽어요, 중전님.
동물원에가기,는 저도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알랭 드 보통은 정말 천재 같아요.ㅎㅎ

중전 2012-02-16 07:59   URL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보통의 글을 읽으면 급 우울해집니다. 질투심이죠.
어떻게 사물을, 사건을, 분위기를 사진을 찍듯 정교하고 정확하게 그려내는지요. 신께 참 특별한 선물을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녀고양이 2012-02-15 11:01   댓글달기 | URL
아유, 언니.... ^^

그래도 페이퍼 전체에서 뚝뚝 떨어지는 애정은 어떠케 할까요?
저는 너무 좋은걸요... ^^. 옆지기님께서 언니가 가장 편하신가봐요, 그리 말이 많아지신다니... 말이란게 아무한테나 걸기 어려운거더라구요. 받아줄거 같은 상대가 되어야 걸게 되는걸요, 전.

겨울이 이제 슬슬 지겨워요, 전 봄이 너무 그리워요... 에효.

중전 2012-02-16 07:58   URL
그래요. 겨울이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운동 가다 보니 매실나무에 아주 작은 꽃망울이 맺혀있더군요.
녀석들도 준비를 하고있나 봅니다.

순오기 2012-02-16 02:20   댓글달기 | URL
2호나 3호, 부부로 사는 게 별다르지 않을 듯한 일상을 참 재밌게 풀어놓아서 좋아요.
총량불변의 법칙은 말 뿐 아니라 부부의 사랑표현에도 적용되지 않을까요?
우리 남편은 일찌감치 들어와서 TV 드라마 챙겨보는 아줌마화 되어가요.ㅋㅋ

중전 2012-02-17 08:05   URL
순오기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아, 사랑도 귀찮다니까요.
한일주일쯤 아무것도 하지않고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올겨울엔 봄이 무척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