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의 길 - 신정의 불온한 경계인
라종일 지음 / 알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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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문득 김정일은 의아한 순간들이 있었다. 자신이 체제의 지배자인가, 아니면 체제 안에 묶여 있는 포로인가. 과연 그에게 체제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통제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가? 아니면 부친이 쌓아놓은 체제를 관리하고 운영해야 할 뿐, 자기 생각대로 이를 바꾸거나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자신이 물려받은 권력이란 어떤 경우에도 체제를 지켜야 하는 고작 문지기 하인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p.30



인간은 체제를 만들고, 체제는 인간을 길들인다.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자도, 체제를 전복하려는 자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제의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이 험난한 노정은 마디를 넘어설때마다 인간의 의지를 앗아가고 욕망을 불어넣는다. 권력자는 체제의 정상에 올라 불멸의 신정神政을 꿈꾸지만, 제단의 연기를 흠양하는 하늘은 매양 권력의 차지이다. 영생은 권력의 몫이며, 권력자는 탐닉과 불안의 경계 안에서 흔들리고, 도취되고, 마비된다. 권력자는 권력을 행사할수록 핏빛 제물을 찾아 헤맨다. 신화神化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자는 그 꿈을 놓을 수 없다. 그것은 이미 현실에 펼쳐진 꿈이며, 훼손된 자신의 의지로는 깰 수 없는 꿈이다. 경계인은 감히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 채, 거기에서 눈길을 떼지도 못한 채, 언저리를 맴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언제나 비탈길이다. 그러므로,



"2인자의 길은, 그가 2인자인 한, 언젠가는 끊어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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