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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를 걱정하느라 예민해지고,
경쟁 사회 속에서 열등감에 휩싸이고,
각자의 사연으로 이기적인 마음이 커지는 시기인 20대 초반. 대학 졸업반.
부모님 기대 충족 시키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랴, 게다가 애인과의 관계도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에 맞추지 못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고, 그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기 싫어 발버둥 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인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7명의 친구들 무리.
어느날, 그 중 한명인 ‘쇼코’가 자신의 원룸에서 면도칼로 손목을 긋고 자살을한다.
근데, 이 사건이 자살로 보기엔 너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자살로 위장된 살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친구 ‘나미카’의 죽음.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죽음인데,
사건현장에는 친한 친구들 무리와 그들의 선생님 뿐이었다.
쇼코와 나미카의 죽음엔 뭔가 연결고리가 있어보이고, 범인은 분명 그들 친구 무리들 중 누군가이다.
그들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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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해맑게 웃던 어렸던 우리들을 과연 누가,무엇이 이렇게까지 냉담하고 처절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그 시기마다 친했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 시절엔 그 친구들과 놀기위해 학교를 다녔었는데. 그만큼 친했던, 내가 좋아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우린 어쩌다 이렇게 서먹함을 반복하다 끝내는 전화번호 조차도 모르는 사이가 되었을까.
어느날엔가 5년정도의 시간이 흘러 약속을 잡아 반갑게 만났을 땐, 이미 우리들은 전혀 다른 대화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 공감하지 못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체하며 밥을 먹었다.
학교 급식 메뉴를 공유하며, 숙제를 공유하며,선생님 흉을 보며, 어제 봤던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같은 반 남학생 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었던 우리들은 이제 없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고, 숨겨야 할 것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딱히 숨길 이유는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떠벌려야 할 이유는 없는 그런 것들이 늘어날대로 늘어나 있었다. 이미 그 부분을 공유하기엔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모두 암묵적으로 그 날이 우리들의 마지막 날이 라는 것을 알았다.
크게 싸워서 한 이별보다 더 처참한 이별이었다.
추리소설이라면 범인을 추적하고, 범행을 풀이하는 것이 주된 것인데 왜 이런 드라마적 감상을 이야기 하는가 하느냐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범인을 밝혀낸 통쾌함보다는 이런 회상적 감상에 젖어들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가장한 쓸쓸한 회색도시 이야기였다. 대충 범인이 예상되는 지점부터는 더이상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초점이 아니고,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것도 아니고,
(그것들은 그냥 표면적인 흥미 요소일 뿐)
‘학생’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합격하는 과정이 이렇게나 슬픈 것일까. 하는 생각이 초점이 되었다.
책의 주인공이자, 7명의 친구들 가운데 하나였던 ‘가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시작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작품들에서 등장한다고 한다. 사실, 미리 그걸 알고 그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이 아닌,이 작품부터 읽은 것이다.
이제 가가의 성장 순서대로 차차 읽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