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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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각국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네댓편 읽었지만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을 뒤늦게 읽게되었다.
책 표지에 반전의~ 라는 문구가 있는데,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는 반전의 전율하고는 많이 달랐다.
원래 지금껏 읽었던 그의 소설에서도 그랬듯이.
대부분 그의 이야기 속 범인은 잔인한 트릭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회에서 평범하다 못해 착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었다. 그 부분을 유난히 강조하기도 해왔고.
사실상 현실도 소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은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작가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자도 사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있는 우리들의 이웃이고, 친구이다... 라는 점을 늘 상기시켜왔다.
이 소설에서도 역시 그런 맥락인데, 여기선 유난히 그 실상이 눈물나게 애틋한 것이다.
제목 역시 ‘헌신’이라는 단어를 통해 대강의 내용을 짐작 가능하게 해두었다.
그 점에서 이 책의 반전은 감동이라는 말로 상통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추상적이기 그지없는 그 사랑이라는 것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라는 질문을 남기는 책이다.
(사람에겐 행동만으론 표현하기 힘든 추상적인 것들이 참 많다. 사랑이나 헌신 같은 표현들도 추상적이다. 대체 사랑은 무엇이며, 헌신의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애매한 것들을 애매하지 않게 표현한 섬세한 감정묘사들을 높게 사며, 영화가 아닌 소설로 이 이야기를 감상한 것에 크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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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다 sex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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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느낌 그대로의 내용들이 들어있는 책.
무라카미 류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이런저런 글을 모아놓은 에세이.
초반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글에 당황했지만, 뒷장으로 넘길수록 똘기어린 텍스트 뒤에 숨겨진 진지하고 깊은 생각들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져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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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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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의 두번째 이야기. 이제 그는 형사가 되었다.
이번에는 유명 발레단을 배경으로 벌어진 살인 사건들을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초반에서 중반부까지는 가가가 등장한 첫 작품인 ‘졸업’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이야기.
‘졸업’을 읽은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살짝 지루할 뻔 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30대가 된 가가의 성숙된 모습이 극에 달하면서 그가 이 사건에서 만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진다.
이 소설에선 의문의 발레단 연쇄 살인사건의 흥미로움 보다도 가가의 감정선 묘사가 인상깊었다.
가가의 사적인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니 그 끝에 사건의 실체가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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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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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대한민국 판사가 쓴 일기같은 수필이다.
극강의 집단주의 국가에서 집단주의를 혐오하는 대한민국의 한 판사 작가의 책이다.
개인주의자 라는 것과 독서를 좋아하는 것,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걸 좋아하는 것 말고는 딱히 이 작가와 나 사이엔 공통점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통된 경험치가 없다.
나는 전국 수석은 뒤로 제쳐두고, 전교 1등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 책도 어딘가 아릿한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라든지 고전문학이라든지 내가 좋아하는 문학 분야 빼고는 비문학이라 불렸던 정치, 경제, 과학에 대한 책들은 멀리하는 책 편식자였다.
그런 나도 나이가 점점 들어 소녀에서 아가씨가 되어가니 술술 읽히는 자극적인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이런 종류의 책에도 관심이 생기더라.
사람은 확실히 나이와 환경에 맞게 취향이 변해가는 게 분명하다.
처음엔 사실 별 생각없이 이 책을 들었다.
원래 제목과 표지 등등의 끌림으로 책을 구매하는 편이고 대체로 내 안목은 믿을만했기 때문에 이 책도 읽을만하겠지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이었다.
대체 2015년에 나는 이 책을 안읽고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솔직히 엄마뻘의 판사 작가가 이런 종류의 소년감성을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고, 이렇게 재밌게 글을 쓸거라고도 생각을 못했다.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크게 웃었다가, 마음이 뭉클 했다가 왔다갔다 하며 읽는 행복감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특히, 속독 에피소드는 나의 어린시절에도 잠깐 속독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어 개인적인 경험과 겹쳐져서 실소와 파안대소를 반복하며 읽었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달콤 씁쓸한 초콜릿을 먹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편한 것만 좋아하는 나태한 내가 그래도 인간이기에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것들을, 이제는 소녀가 아닌 투표권이 있고 세금을 내 힘으로 내는 20대 여성으로서, 그야말로 세상 곳곳의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다보니 슬픔에 잠겼다.
어쩌면 작가의 비통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옮았을 수도 있겠다. 글이 너무 진심같아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던 날 맛있는 밥을 먹으며 데이트를 했었고, 지구 어딘가에서 학살과 테러가 일어나던 날 달콤한 꿈을 꾸며 자고 있었을 내가 누군가한테 미안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나태한 나같은 20대를 의도적으로 저격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으나 스스로 그렇게 느낀 것이다.
오히려 시종일관 20대를 이해해주는 작가의 따뜻함에 마음이 누그러졌을테다. 작가의 노련함으로 보아 이런 심리를 의도적으로 이용했을 수도 있겠으나, 의도였든 아니든 읽으면서 느꼈던 뭉클거림이 나쁜쪽이 아니었기에 이 책의 불편함 조차도 마음에 들었다.
책 표지에 ‘일상유감’이라 되어있듯, 여러가지 에피소드들과 가벼운생각, 무거운생각들이 나열되어있지만 결국 이 책의 큰 틀은 제목 그대로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허영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p.32에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라는 구절이 나온다.
내가 평소에 늘 하는 생각을 누군가 책에 써주니 통쾌했다.
후반부에 필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 이야기에서 다시 한번 그 부분을 꼬집으며 그들은 허영보다는 서로간의 조화를 중요시한다는 것이 나와있는데, 문화의 기반 자체가 다르기에 동경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마인드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은 닮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거 하나 사면 자랑해서 남을 기죽이며 만족을 느끼고, 또 그 자랑질에 배아파 죽으려고 하는 그런 문화는 근본적인 행복을 방해한다.
가진 사람도, 가지지 못한 사람도 결국 행복해질 수 없다.
굳이 있는 사람이 있는거 자랑하면서 남에게 상대적 박탈감까지 심어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반대로, 남이 가지고 있는거 내가 못가졌다고 배아파하고 욕심부릴 필요까지 있을까.
서로에 대한 배려가 국가의 행복을 만든다.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누구 하나 뭐 하면 다 따라해야되고, 못하면 소외되는 집단문화에서 벗어나, 서로 적당히 타협하면서 배려하는 합리적 개인주의 문화가 자리잡으면 어떨까.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거 아는데, 그렇게 서로가 다 아니까 그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살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넌지시 던져보게 되는 책이다.
간단한 독서 후기를 적으려고 했는데, 책 한권에 두서없는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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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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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걱정하느라 예민해지고,
경쟁 사회 속에서 열등감에 휩싸이고,
각자의 사연으로 이기적인 마음이 커지는 시기인 20대 초반. 대학 졸업반.
부모님 기대 충족 시키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랴, 게다가 애인과의 관계도 언제나 완벽해야 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에 맞추지 못하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고, 그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기 싫어 발버둥 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인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7명의 친구들 무리.
어느날, 그 중 한명인 ‘쇼코’가 자신의 원룸에서 면도칼로 손목을 긋고 자살을한다.
근데, 이 사건이 자살로 보기엔 너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자살로 위장된 살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친구 ‘나미카’의 죽음.
사인은 독극물에 의한 죽음인데,
사건현장에는 친한 친구들 무리와 그들의 선생님 뿐이었다.
쇼코와 나미카의 죽음엔 뭔가 연결고리가 있어보이고, 범인은 분명 그들 친구 무리들 중 누군가이다.
그들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
.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를 사귀고 해맑게 웃던 어렸던 우리들을 과연 누가,무엇이 이렇게까지 냉담하고 처절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그 시기마다 친했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 시절엔 그 친구들과 놀기위해 학교를 다녔었는데. 그만큼 친했던, 내가 좋아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우린 어쩌다 이렇게 서먹함을 반복하다 끝내는 전화번호 조차도 모르는 사이가 되었을까.

어느날엔가 5년정도의 시간이 흘러 약속을 잡아 반갑게 만났을 땐, 이미 우리들은 전혀 다른 대화의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 공감하지 못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체하며 밥을 먹었다.
학교 급식 메뉴를 공유하며, 숙제를 공유하며,선생님 흉을 보며, 어제 봤던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같은 반 남학생 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었던 우리들은 이제 없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고, 숨겨야 할 것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딱히 숨길 이유는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떠벌려야 할 이유는 없는 그런 것들이 늘어날대로 늘어나 있었다. 이미 그 부분을 공유하기엔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모두 암묵적으로 그 날이 우리들의 마지막 날이 라는 것을 알았다.
크게 싸워서 한 이별보다 더 처참한 이별이었다.

추리소설이라면 범인을 추적하고, 범행을 풀이하는 것이 주된 것인데 왜 이런 드라마적 감상을 이야기 하는가 하느냐면,
이 책을 읽고 나서 범인을 밝혀낸 통쾌함보다는 이런 회상적 감상에 젖어들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가장한 쓸쓸한 회색도시 이야기였다. 대충 범인이 예상되는 지점부터는 더이상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초점이 아니고,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것도 아니고,
(그것들은 그냥 표면적인 흥미 요소일 뿐)
‘학생’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합격하는 과정이 이렇게나 슬픈 것일까. 하는 생각이 초점이 되었다.

책의 주인공이자, 7명의 친구들 가운데 하나였던 ‘가가’의 이야기가 이 소설을 시작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작품들에서 등장한다고 한다. 사실, 미리 그걸 알고 그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이 아닌,이 작품부터 읽은 것이다.
이제 가가의 성장 순서대로 차차 읽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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