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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평점 :
유명한 작품인데 뒤늦게 읽었다.
우리나라에도 끔찍한 소년 범죄가 종종 일어나지만 일본에선 미성년자들이 정말 말도 안되게 끔찍한 살인 범죄도 저지르는 것을 뉴스나 tv에서 꽤 많이 접했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런 범죄를 지었음에도 마땅한 벌을 주지 않는 국가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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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이 사고사로 위장된 살해를 당하고, 범인은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중학교 1학년 b반의 학생이다.
그러나 범인과 사건의 실체를 알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법의 심판에 맡겨봤자 제대로 된 벌을 받지 못한다는걸 잘 알기에 교직에서 물러나 직접 딸의 복수를 계획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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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냥 하나의 시선에서 서술해나가는 평범한 방식의 구조가 아닌, 사건 당사자인 선생님이자 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시점, 범인들인 중1아이들 시점, 범인의 가족 시점, 같은 반 학생의 시점을 차례로 보여주며 사건 그 자체만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제각각 형성된(혹은 미완성된) 인격체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며 인간 자체의 그늘과 관계의 삭막함을 보여준다.
어린아이가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 자체의 섬뜩함 너머의 학교라는 공동체 집단의 소란스러움과 메스꺼움, 열등감, 열등감을 가진 부모, 인간들 각자의 이기적임이 잘 그려져있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박감 넘치는, 통쾌한 스릴러가 아닌 어딘가 불편하고 무거운 스릴러라서 단순한 ‘재미’를 기대했던 나에겐 사실 살짝 아쉬움도 있었지만 재미 이상의 여러가지 철학을 남긴, 작가 자신의 개성을 정확하게 드러낸 이 소설 있는그대로의 모습이 작품 자체로서는 마음에 들었다. 여성작가의 시선에서 그려낸 모성애적 감상에서 비롯된 씁쓸한 온화함과 사회에 대한 냉정한 시선의 조화가 인상적이었고, 읽는내내 감돌던 서늘한 분위기도 높게 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