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전원 교향곡 -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앙드레 지드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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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정신이 성장해나간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지드의 ‘좁은 문‘을 처음 접했을 때가 아마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그다지 인상 깊게 읽지 않았기에 몇년이 지나서야 다시 생각나 읽게 되었는데, 알리사와 제롬 간에 흐르는 분위기 등등 어렸을 적에 보지 못했던 세세한 감정들이 느껴져서 새삼 놀라웠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한 점은 알리사가 왜 그토록 제롬의 구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는가였다. 물론 알리사가 신앙심이 깊고 자기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에는 별말 할 수 없었지만 이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뒤에 옮긴이의 해설을 보면 알리사의 신앙은 거의 실패로 돌아간 꼴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종교적 믿음이 너무 과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나도 작품이 주는 신앙심에 감동하기 보다는 위와 같은 교훈에 더 마음이 갔다.

특히 마지막에 10년 뒤의 제롬과 쥘리에트가 나누는 대화는 저절로 눈물이 글썽거리게 만든다. 알리사와의 추억을 평생 간직하며 홀로 쓸쓸이 살아가는 제롬의 뒷모습이 유난히 더 가슴 아프다.

앙드레 지드의 소설은 특유의 종교적 색체가 강하면서도 그걸 바라보는 주위사람들의 모습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런 이질적인 점이 고요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대단하기도 하다.

추가로, 번역이 잘 되었지만 현대사람이 읽기 어렵게 한자가 많으며 말투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게 번역되어서 되도록 을유판보다는 민음사나 다른 출판사의 책을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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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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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그만큼 강렬했던 책 중 하나였다.
특히 혼란스러웠던 시대상에서 슈바르츠와 콘라딘의 우정은 ‘데미안‘이후로 감명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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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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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은 내가 어렸을 때 자주 읽었던 책이다. 그땐 어린이 고전이어서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수 있었는데 이렇게 어른이 되서야 정식본을 읽으니 스토리 뿐만 아니라 동심이 되살아날 정도로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메리는 인도에서 태어난 병약한 여자아이다. 게다가 부모의 무관심으로인해 제멋대로 하는 버릇없는 아이었지만 영국의 요크셔 지방의 고모부의 집에서, 특히 그곳 정원을 탐방하면서 점차 건강하고 긍정적인 아이로 다시 태어난다.

계속해서 읽다보면 이 ‘자연‘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다.
맨 처음의 메리를 보면 마치 요즘 아이들이 상상된다. 공부와 게임에 몰두하느라 밖에 나가서 놀지 않고 계속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모습을 말이다.

처음의 메리는 머리카락에 힘이 없고 얼굴은 누렇고 굉장히 신경질적이다. 그러나 후반부에 비밀의 정원을 가꾸면서 머리카락이 부풀어오르고 뺨은 빨개지고 얼굴이 밝아진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조금 힘들지라도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마음껏 분출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가는 등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어린이들에겐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 알려주는 해답을 주는 책이다. 정말이지 읽을 때마다 내가 다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가운데에 한 가지는 아주 이따금씩 자기가 영원히, 영원히 살 거라고 믿게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온화하면서도 장엄한 새벽녁에 잠에서 깨면, 밖으로 나가 홀로 서서 고개를 함껏 젖히고 높디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라. 뿌연 하늘빛이 천천히 불그레해지면서 미처 알지 못한 경이로운 일들이 펼쳐지다가 마침내 동녘이 밝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해가 떠오른다는, 수백만 년 동안 아침마다 되풀이되어 온 일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야릇한 장엄함을 느끼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과 함께 사람들은 자기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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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오스 에이프릴 1
혜빈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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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XX에서 봤던 작품인데 한 편 보고 바로 좋아요와 알림 신청을 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다른 만화들과 뭔가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풍겼었다.

시작은 에이프릴의 과거 회상이다. 에이프릴에게는 한 명의 언니와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언니는 백작에게 팔려가 못 견디고 그곳에서 자살하고 아버지는 남은 에이프릴을 인신매매하는 사람에게 팔아버린다. 그런 에이프릴은 어느 귀족집의 하녀로 다시 팔리고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에이프릴의 성격이었다. 에이프릴은 굴곡 많은 인생을 겪었기 때문인지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상하게 어른스럽지는 않고, 어떤 상황에 처했든 침착하고 이성적이라는 것이다.

도련님 : 이 성에는 글도 알고, 너보다 열 배는 일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 그런데 무작정 열심히만 하겠다는 널 내가 왜 거둬야 할까?
에이프릴 : ..... 그럼, 저를 필요로 하게끔 만드시면 되잖아요. 그러니 제가 도련님을 잘 모실 수 있게 방법을 알려주세요.

주인에게 자기가 필요로하게끔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보통 만화였다면 다짐 같은 것으로 흐지부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도련님 : .... 말하는 투가 아주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난 네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사람인데. 내가 왜 일개 하녀에게 그렇게까지 해야 돼?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요구하는지 궁금하군.

이 물음에 에이프릴은 담담한 얼굴로 대답하는데, 에이프릴의 사정을 알고 읽으면 더욱 마음 아프다.

에이프릴 :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저는 혼자니까. 감히 주제넘는 짓을 해도 저 혼자 그 책임을 지면 되니까요.

에이프릴에겐 언니도 아빠도 더 이상 옆에 없고 오직 혼자다. 옛말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1권 내내 에이프릴은 몇 장면 빼고 거의 웃지 않고 무덤덤한 얼굴이다. 그렇기에 안타깝고 색다른 매력을 풍겨내는 것 같다. 다음 권들은 나중에 세일(?)하면 차곡차곡모아 소장할 생각이다. 에이프릴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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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3
오쿠보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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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과 2권에 이어 3권은 아르테보다 그녀의 스승인 ‘레오‘의 에피소드가 더 마음에 닿았던 그런 화였던 것 같다.

우연히 레오의 과거를 듣게 된 아르테. 레오는 과거 길거리에서 살던 거지였다. 그런 레오가 ‘미술‘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로 ‘시궁창에 뒹굴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물론 미술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선택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거지인 레오에겐 무엇보다 살아가기 위해, 이 시궁창에서 평생을 구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립심‘. 아무런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살아갈수 있는 힘을 말이다.

그렇기에 레오는 남들과 달리 끈질기게 노력한다. 그런데 자신을 거두어준 스승은 다른 제자들에겐 친절하면서 정작 레오에게만 엄격하게 대한다. 불평하는 레오이지만 나중에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 다음은 레오와 그의 스승의 대화다.

˝또 싸운 거냐? 그냥 무시해버리면 됐을 일을..... 그까짓 녀석들, 상대해봤자 시간 낭비 아니냐?˝

레오는 거지이면서 노력하는 자신을 무시하는 다른 아이들과 싸우고 난 뒤에, 그걸 들은 스승이 레오에게 한 말이다. 스승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처음에 레오가 아르테를 곱지 않게 본 것도 확실히 이해가 갔다. 처음에 아르테는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라는 취향 수준 정도로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기 목숨걸고 미친 듯이 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이 말을 듣는 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굉장히 건방지다고 느끼지 않을까? ‘누구는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아르테도 나중에 이 차이를 깨닫고 단순히 화가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취향이 아닌, 그에 합당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더욱 훌륭한 화가가 된 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천하게 된다.

만약 아르테가 레오처럼 혹독하지만 현실적인 스승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귀족들만 그리는 매우 평범한 화가가 되었을 것이다.

3권도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굉장히 재미있었다. 4권은 이미 읽었지만 또 읽게 되면 관련된 글을 적을 예정이다. 다음권도 어서 나오길!

노력하지 않는 녀석들에겐, 아무것도 해줄 생각이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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