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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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 보는 건 내 안에 숨어있는 질문과 의문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그 안에서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고, 나의 생각과 비교하게 되고, 관찰하게 된다. 때로는 관찰자로서 머물러 있거나, 그냥 관조자로서 지켜보는 경우도 있으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내것으로 쟁취하는 상황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목적을 숨길 수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 본질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과 놓치고 있는 것들, 그 하나하나 이 책을 통해 들여다 보게 되었다.


여행이란 길을 탐색하고, 낯선 길에서 자기를 돌아보고 찾는 여정이에요. 여행은 길 그 자체예요. 그러니 두려움을 떨쳐내고 길 떠나보세요. "지도로 무장하면 여행자의 세계는 축소된다." 부디 낯선 고장에서 길을 잃는 결험도 해 보세요. 길은 세상 어디에나 퍼져 있으니까 길을 따라가다가 어느 찰나 길을 놓치는 일이 드물지 않을 거에요. (p24) 


여행은 길을 잃어버림으로서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문명의 이기를 가지면서 어느새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망각하고 두려워 한다. 길을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관습조차 잃어버리고는 규칙에 따라 ,효율성을 중시하며 직선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길을 잃어버리는 건 꾸불꾸불 곡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곡선은 지금 현대인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비효율적이며, 낭비이다. 하지만 곡선이 반복되면, 많은 걸 기억하게 되고, 많은 것은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즐거웠던 여행, 힘들었던 여행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건 우리 스스로 여행에서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은 이렇게 길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스스로 찾을 수 있고, 무의식적인 행위에서 만들어진다.우리가 생각하는 효율이라는 가치가 결국 비효율의 역설을 잉태하고 만다.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지요. 그것은 계절,탄생, 죽음이고, 오래된 것의 반복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시간 속에서 강해지고,또한 약해지지요."시간은 밀려드는 본래의 무엇이다. 시간은 놀고 있는 어린애다. 관조하는 어른이 아니다." 시간이 젊잖게 관조하는 어른이 아니라 놀고 있는 어린애라는 시각이 새롭네요. 어린애는 호기심이 많고 활동이 왕성한, 변화무쌍한 존재입니다. 시간은 그런 어린애와 닮았지요. (p61) 


이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시간과 교차되고 있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이 엮여서 하나의 개체로서 성장하고 성숙하고 있다. 한편 우리는 오만하고, 자연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순환의 법칙을 거스르면서 살아가고, 파괴와 멸망을 반복하게 된다. 인간의 삶과 죽음 속에서 반복되어지는 수많은 오류들은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옥죌 수 있고, 때로는 자연은 그런 인간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과시하고, 인간 스스로 겸손하게 만들어 버리고 대로는 누군가를 파괴할 수 있다. 인간이 가지지 못한 겸손하지 못한 속성은 변화무쌍한 시간이라는 또다른 존재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이 책은 독특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마지막엔 '당신 잘 있어요' 가 반복되어서 나오고 있습니다. 안녕과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단순한 문장 속에서 따수한 온기가 전달됩니다. 돌이켜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것은 '안녕' 입니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너의 안녕을 빌어주고, 그 안에서 서로의 삶을 챙겨주는 것, 그것이 우리를 겸손으로 이끌어 줍니다. 공교롭게도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삶의 가치를 사람이 아닌 물질적 가치를 우선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아픔을 주고 그러면서 그것을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내 안의 가시를 언제든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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