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25시
정상규 지음 / 책과나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 신간으로 들어온 책이라 단순한 호기심에 펼쳐보았다. 여느 에세이와 다른 느낌, 저자의 직업은 교도관이다. 전국의 수많은 범죄자들과 마주하는 곳, 신창원과 강호순과 같은 이들이 갇혀있는 청솜보호 감호소와 안동 교도소, 김천 소년 교도소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범죄자들을 보았고, 범죄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선과 악으로 단순히 나누는 것과 차이가 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교도소는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제소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감시하고 통제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그들은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제소자들의 행동을 확인하고 체크한다. 여기서 교도관이 꺼리는 사람이 있으니 교도소 안에서 자해를 하는 이들이다. 자신을 자해하면서 , 교도관을 골탕먹이는 이들이다. 맨땅에 그대로 꼬꾸라지는 이들도 있고, 먹어서는 안되는 이물질을 삼키는 이들도 있다.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 무기수로 살아가면, 그들은 욕망을 채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남성과 남성,여성과 여성의 동성애가 나타나는 건 그들이 처해진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이상하지 않다. 또한 그들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길 때, 병원이나 예기치 않은 장소로 옮겨야 할 때, 호송차에 올라타자 마자 멀미를 하기 시작한다. 몸이 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도관은 비닐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교정과 교화, 교도소 내에서 제소자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그 순간 교도관은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교도관을 등쳐 먹는 제소자도 있고, 출소하고, 또다시 반복되는 범죄로 인해 다시 들어오는 이들도 있다. 청송교도소와 안동교도소는 외지에 있기 때문에 면회오는 이들이 찾아오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항상 면회오는 이들에게 교통비를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서로 어우러져 눈물을 흘리는 곳이 교도소 안에 또다른 모습이다.


징벌사동은 교도관이 근무하기를 기피하는 곳이다. 교도소 내에서 제소자들 중 전과가 가장 많은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책에는 폭력전과 17범 김용구씨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폭력전과로 인생을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그 사람은 평소엔 조용하지만, 순식간에 야수로 변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의 폭력의 시작은 학창시절에 있었다..학교내에서 선생님들과 학생 사이에 김용구는 또다른 왕따의 주인공이었다. 스스로 자신의 신체적 열등감과 내면의 트라우마는 스스로 강하게 만들었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켰으며,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도구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말 한마디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일평생 교도소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운명 속에 놓여지게 되었다. 저자는 그의 악의 실체의 시작은 바로 우리 사회 내부의 사회 시스템에  있었다. 


<억울한 과실치사>는 내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그런데 그것이 살인사건이라 치부하기엔 뭔가 이상하다. 1994년에 노인 세사람이 젊은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간 사건으로, 영주시 안정비행장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오토바이로 과속하다가 사고를 낸 젊은이를 세명의 노인이 발견하였다. 기절한 상태에 놓여져 있는 오토바이 사고자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을 주민 세사람이 바로 돌려놓는다고 한 것이 젊은이가 숨을 쉬지 못하고 죽게 하였다. 오토바이를 탄 젊은이가 찬바람을 막기 위해 점퍼를 거꾸로 입은게 발단이다. 옷이 거꾸로 되어 있으니, 실제로는 바로 누워서 기절해 있는 사람을 바로 누워 있도록 돌려놓는다는게 그만 뒤집어 놓아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것이 억울한 과실치사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의 앞부분은 저자의 교도소 일상이 나오고 있으며, 시가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자신의 고향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면 그리워지고 , 추억이 생각나게 된다. 어릴 적 짝사랑했던 사람과 마주하게 되고, 서로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교도관도, 제소자도 사람이라는 그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때로는 우리가 만든 제도를 악용하면서 교도관을 골탕먹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배움에 심취해 교정교화의 목적에 따라 살아가는 제소자도 있다. 저자는 교도소에는 천태만상의 인간들이 있으며, 그들은 저자를 울고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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