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 너머에 서는 당신
백승훈 지음 / 매직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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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짜냐? 아주 못 먹을 만큼은 아니지? 하며 또 묻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p32)


미각을 잃어버린 어머니,그로 인해 음식도 바뀌게 된다. 슬픔의 뒤안결에서 어머니께서 주신 음악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밥을 꾸역꾸역 먹게 된다. 목이 메이는 엄마의 마음과 슬픔이 느껴졌다. 


내 것이나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내 안 어딘가에서
나 모르게 자라고 있을 것만 같아
자꾸 마음 안섶으로 눈길이 간다. (p75)


세상에 주어지는 것에 대해 내것과 네것을 나누길 좋아한다. 자연의 모든 것은 내 것과 네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내 안 어딘가에서  나 모르게 자라고 있는 건 무얼까, 자꾸만 이 시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다람쥐의 건망증이 푸른 숲을 키우듯
어머니의 건망증이 나의 배를 불린다.(p127)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느껴진다. 구순의 어머니는 막내 아들에게 밥을 챙겨주신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강산이 아홉 번 바뀌면서 기억력도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들의 애잔함이 묻어나고 있다. 밥과 찐 감자, 옥수수, 앵두와 살구, 참외와 토마토,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먹고 자라난다.


까닭모를 슬픔이 
가슴에 가득해지는 날이 있다.

알 수 없는 설움에
목젖이 뜨거워지는 날이 있다.

창문을 열어도
강 건너 숲이 선명해 지지 않고
정오가 가깝도록
내 안의 안개 걷히지 않는 날이 있다.

헤어진 지 오래인 애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것만 같아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날이 있다. 

정말 그런 날이 있다. (p149)

정말 그런 날이 있다. 눈물을 펑펑 쏟아내 비워 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 왜 그런지 모를 때, 이유 없이 슬퍼지는 날 , 나는 자꾸만 하늘을 쳐다본다. 슬퍼도 슬프다 말할 수 없고, 아파도 아프다 할 수 없는 현실, 참고 참았던 그 슬픔과 아픔이 어디선가 엉뚱한데서 터지고 만다. 아픔과 슬픔의 뒤안 결에서 우리는 그렇게 힘들어 하고, 슬픔과 마주하고,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에는 어머니에 대한 막내아들의 그리움과 슬픔이 묻어났다. 왜였을까, 왜 그런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 보았다. 슬픔과 아픔이 교차되고, 그리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슬픔과 아픔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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