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재료들 - 잠시만 이곳에
오성은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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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을 떠나곤 한다. 나에게 주어진 여행은 나를 알게 해주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내가 잊고 지냈던 나, 때로는 낯선 이방인으로 머물러 있는 그대로인 채, 여행이 주는 익숙함과 낯설음 경계선에서 나 자신을 자유로움 그 자체에 내맡기게 된다. 자유를 추구하면서 여행이 주는 그 독특한 모습을 온전히 느끼고자 하게 된다.


저자는 미시마 유키오와, 무라카미 하루키, 나쓰메 소세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책 속에 나오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데하고 맞장구 칠 수 밖에 없었다. 일본 작가 세사람의 공통점은 노벨상과 근저에 있는 문학가이며, 남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기반에 두고, 새로운 변화를 야기한다. 때로는 그들의 문학세계를 들어가 보면서 길을 잃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무언가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 일상 속에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시마 유키오, 나쓰메 소세키에 관심 가지는 경우가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세계를 접하는 사람들은 상당수 존재하지만, 미시마유키오의 문학세계에 빠져드는 이는 적은 편이다. 그가 생전에 보여줬던 삶의 방식이나 그의 죽음에 대한 기억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극과 극으로 나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호주에 머물러 있었고, 이곳에서 일을 하였다. 호주의 거대한 농장에서 일을 한다는 건 중노동에 가까운 힘든 일이다. 콩과 옥수수를 수확하는 농장에서 일초도 쉴 수 없게 만드는 농장일은 3일만에 저자 스스로 백기를 들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할 수 없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많지 않았으며, 선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농장에서 일을 하거나, 접시를 닦는 일, 영어를 쓰지 않고 몸을 쓰는 일이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여행은 무엇일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것도 여행의 일종이다. 내가 머물러 있는 곳이 누군가에게 삶의 터전이 될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겐 여행이 될 수 있다. 여행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계획이 온전히 채워지면서 떠나는 여행은 그 재미가 반감된다. 여행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다면 길을 잃는 것 또한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여행하면서 모두 잃는다 하더라도, 내 기억속에는 그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걸 이 책을 통애서 느꼈으며,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그 사실이 신기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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