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내력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2
오선영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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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단편 소설이 등장하고 있다. <해바라기벽> , <로드킬>, 모두의 내력>, <칼>,<백과사전 만들기>,<밤의 행진>,<부고들>,<상자> 이렇게 여덟편이다. 그중 눈에 들어왔던 이야기는 <해바라기 벽>,< 백과사전 만들기>,< 부고들> 이다.


첫번째 <해바라기 벽>은 우리 사회의 가난에 대한 정의, 우리가 가난을 마주하는 시선들이 나온다. 매일 어떤 남자가 자신의 집을 찍고 있다. 그 사람은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불편한 존재이다. sns에 올리기 위해서, 벽화마을을 찍고 있으며, 그곳의 자화상을 담아낸다. 하지만 그 공간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다. 가난을 페인트로 칠한다 해서 그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다. 페인트로 칠해졌다 해서 희망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벽화 마을은 우리 안에 갇힌 원숭이였다. 그들의 개인적이 사생활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드러내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장실이 없는 벽화마을과 소녀를 담아내면서, 그 소녀에게 안타까운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그들의 가난함에 대해 또다른 해석을 만들어 내는 건 대중매체이며, 그걸 바라보는 수많은 익명의 존재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소녀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 그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무언의 폭력, 그 것은 가난함을 채색하여 감추려 드는 것보다 더 잔인하다.


<백과사전 만들기>.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건 저자의 프로필 나이와 나와 비슷해서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지 못했던 과거엔 백과사전을 파는 방문판매원이 있었다. 집집마다 백과 사전 한질을 팔기 위해 이곳 저곳 드나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시대적 배경으로 백과 사전은 부모님의 욕구와 아이의 욕망이 교차되는 하나의 상징적 존재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부모는 그렇게 돈을 절약하면서 공부 시키고자 하였다. 돌이켜 보면 부모 세대는 공부하지 못한 한이 존재한다. 학교 다닐 때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서 선생님의 눈총을 받아야 했던 그 시절,그것이 백과 사전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로 인해 이사를 다닐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공부 잘 하는 딸을 위해서 군인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눈여겨 볼 것은 이사를 다니면서도 백과 사전은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과 사전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며, 욕망이다. 세월이 바뀌면서 백과사전의 가치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지만,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님과 학교 석차가 점점 더 떨어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교차되고 있다.


<부고들>. 니 책은 우리 사회의 또다른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아파트 한채가 또다른 권력의 상징이 되고 있다. 자신이 머무는 낡은 아파트의 보증금을 올리려 하는 집주인의 행태와 거부할 수 없는 세입자 간의 관계, 세입자에게 찾아온 또다른 불행의 그림자, 어머니의 죽음이 같이 등장하고 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전화를 걸어서 , 집에 손님이 찾아올 거라고 채근하는 집주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또다른 권력의 상징이다. 그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견뎌야 하는 주인공은 누군가 걸려온 전화 하나로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어머니께서 남겨놓은 부동산은 주인공과 오빠와 시누이 사이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어서 단편 소설이지만 쉽게 읽혀졌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모습일까 금수저와 흙수저가 존재하고, 흙수저에 대한 불편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려고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흙수저에게 노란색을 입힌다 해서 그것이 금수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노란 색을 입히면 금수저가 될 거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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