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 사현금 무크 1
강동수 외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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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리즈인건가. 사현금 무크 1권이라 되어 있다. 무크 지가 또렷히 뭐라고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앞으로 시리즈를 구해서 읽어볼 의향은 있다. 그만큼 이 책이 가지는 소설로서의 실험정신,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 보려는 그 시도가 의미가 있다. 책 속에 여섯 작가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것은 왜 일어나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여섯 편의 단편 소설 중 눈길이 갔던 첫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과 동일한 <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이다. 옥희와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 도일 핸콕의 결혼, 두 사람 사이에 고인이 된 또다른 여인 은수가 있다. 은수와 옥희 사리에 숨겨진 이야기는 이 소설 속에서 북한과 남한이 대치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고 있다. 


두번째 이야기 <노다지>는 우리 사회의 숨어있는 물욕의 정체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식당 주방 보조인 주인공 최씨에게 어느날 찾아온 탈북여자 김연화씨. 두 사람은 남녀 사이로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정분을 쌓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김연화는 탈북한 목적이 따로 있었다. 남한의 어떤 사찰 밑에 숨어 있는 금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금괴는 자신의 조상의 것이라 생각한 김연화씨는 절의 주지승과 협상을 맺게 되는데, 절과 주지승은 금괴 소식을 지역언론에 흘려 버리고, 김연화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덩당아 최씨는 김연화와 가까이 했다는 이유로 형사에게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세번째 이야기 <사레>에서 주인공은 소설가 서준석이다. 소설가로서 밥벌이가 신통찮은 서준석은 아내의 경제력을 빌려서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다. 하지만 서준석의 아내는 집에서 가출하고 말았으며, 형사와 불편한 관계 속에 두 사람이 마주하였다. 여기서 아내의 가출의 원인은 세월호 참사에 있었으며, 그녀의 인생과 세월호 참사가 엮이고 있었다. 소설을 통해 세월호 이야기를 쓰라고 채근하는 아내의 모습 속에 우리 사회의 또다른 구조적 모순과 마주하게 된다.


"저 중에에 환삼덩굴이나 몸쓸 풀이까, 우리 어릴 적엔 다 나물로 먹던 것들이라. 잡초라캐도 꽃을 안 피우는 기 없어서지가끔 다 안 예쁜 기 없다. 알고보모 풀들 사는 것도 사람살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데이. 세상에 필요하모 대접 받고, 필요 없으모 천대 받고... 나는 인자 아무짝에도 씰모없는 환삼덩굴 같은 신센기라."(p185)


이 책을 읽는 그 시점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하나 터졌다. 밀양요양 병원 화재였다. 그 뉴스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불합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어떤 사건 사고가 터지면, 그것의 경중에 따라서 미디어는 그 안에 감춰진 모든 걸 드러내려고 한다. 그러면 한 사람음 한 순간에 매장되고 만다. 다신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고, 성실하게 살았던  그 사람은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심연에 잠겨 버린다. 우리 사회의 실체에 대해서, 밀양 병원 사건 하나만 자세히 들여다 봐도 자세히 알 수 있다. 그 안에 감춰진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이 그 안에서 진실을 찾겠다고 헤짚어 놓을 때 그것이 새로운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정치는 사건 사고를 마주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이 책임자가 되면 회피하고 되고, 관찰자가 되면, 책임지라고 말하는 우리의 자화상, 그것이 매뉴얼이 바뀌지 않고 재탕되는 이유는 아닌지. 이 소설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형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특수성, 북한과 뗄레야 뗄수 없는 우리의 관계,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그 하나 하나 확인 할 수 있었고, 그것이 때로는 불편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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