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오브리 파월 지음, 김경진 옮김 / 그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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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P 세대가 아닙니다. LP세대에서 CD세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를 거쳐왔으며, 이 책에 나오는 LP 커버는 나의 기억속에 온전히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부모님도 그렇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음악적 조예도 낮았으며,LP 판이나 LP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책에 나오는 표지 하나 하나는 낯설었지만 호기심 반 기대 반, 그렇게 한장 한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TV 속에서 간간히 비춰주었던 1960년대 ~70년대 미국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며, 그 시대의 디자인은 어떤 형태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래픽 기술을 컴퓨터로 누구나 마음껏 할 수 있으며, 포토샾, 일러스트레이터 또한 교육을 통해 그래픽 기술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초중반에는 그래픽 기술이 없었던 시기입니다. 그들에게 컴퓨터는 특수한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며, 그래픽은 자르고 붙이고,감추고, 뒤틀면서 하나 하나 자연스럽게 이어붙여 나가야 했던 시기입니다. 온전히 아트 디렉터의 영감에 따라서 LP 커버를 구현해야 했으며, 자연스러운 가운데 인공적인 요소들을 채워 나가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과 영국인들의 삶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으며, 장발 일색에 히피문화를 추구하는 그들의 저항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반전 세대로서 전쟁의 목적에 대한 혐오스러움, 자본주의 속에 비인간적인 형태를 LP 커버에 담겨지게 되며, 저항문화의 중심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실험적이면서, 도발적입니다. 지금 똑같이 구현하라고 한다면 도덕적인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LP 커버도 존재합니다. 많은 것들이 금기시 되었던 그 당시의 시대상 안에서 그들은 금기 속에서 최대한 자유를 추구하였으며,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LP 커버에 녹여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금지되었지만 자유로웠으며, 지금 우리는 자유롭지만 금지된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온전히 사진 기법에 의해서 초현실주의자 사실주의를 구현했으며, 포스트모던식의 생각과 가치관이 LP 커버에 담겨져 있는 것이 신기하였으며, 성적인 묘사를 이용한 극사실주의, 미국인들 사이에  UFO 가 있을거라는 생각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로 여행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으며, 그들의 유행의 동선에 따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77년 애플 2 컴퓨터가 판매됩니다. 그 시점은 LP 표지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자연스러웠던 그래픽 구현기술이 점점 더 세련되어 지고, 인공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표지를 제작할 때 색을 추구하려면 기법을 버려야 했고, 기법을 추구하려면 색을 버려야 했던 1970년대 초반의 그래픽 기술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의 초기 버전이 나타나면서 소프트웨어적인 기법으로 색과 기법 두가지를 모두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차이는 바로 여기서 극병하게 갈리게 됩니다.LP 커버 하나에서 극적인 변화를 마주하는 재미가  이 책에 있습니다.


힙노시스는 아트워크 인쇄에 새로운 편집 기법을 시도한 어도비 포토샾의 선구자였다. 새롭고 특이한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해 사진을 자르고 일그러뜨리고 구부리고 태우고 가리고 이중 노출을 하고 오븐에 굽고 그 위에 낙서를 하거나 함께 콜라주했다. 사진 리터치 역시 '접합 부분을 가리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었는데,탁월한 재능을 지닌 리터치 전문가 리처드 매닝은 항상 사진 디자인 마무리에 필수적인 도움을 주었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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