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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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독특한 존재이다. 자연의 일부분이면서 ,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정복의 대상으로 바꾸려 한다. 결코 그래서는 안되는 우리의 행동 저 편에는 인간이 가지는 욕망이 감춰져 있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복하기 위해서, 지금과 같은 삶을 추구하게 된 건 아닐런지. 프랑스 출신 소설가 줄리앙 아란다의 <달빛 미소>를 보면서 우리 삶의 궤적을 바라 보게 되었다. 저자는 태양의 빛네 비추어지는 달의 모양을 인간의 살과 일치시키고 있으며, 초승달-반달- 보름달로 변화하는 그 모양새가 소설 속 주인공 폴 베르튄의 삶과 연결된다.


소설 속 주인공 폴 베르튄은 1929년 브르탸뉴 지방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와 형의 권위에 눌려 살았으며,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갔다. 폴 베르튄에게 주어진 선택은 밀농사를 짓거나 도망가야 했다. 폴 베르튄은 꿈꾸고 있었다. 자신을 억압하는 존재였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버지가 해 왔던 밀농사를 물려받기 보다는 뱃놈이 되기로 하였다. 같은 지역에 사는 부잣집 딸이지 브르타뉴 지방의 면장의 탈 마틸드를 사랑했던 폴 베르튄은 형들보다 먼져 결혼하기로 결심하였다. 폴과 마틸드의 결혼 그리고 부두 노동자가 되었던 폴 메르튄은 저 먼 바다로 가는 수송선에 올라타게 된다. 공교롭게도 폴 메르튄이 성장했던 그 시기는 히틀러가 독일을 지배하던 시기였으며, 전쟁 준비에 몰두 하는 독일인 병사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죽음과 삶이 교차되고, 배 위에서 마주해야 했던 거대한 태풍은 베르튄의 사랑했던 주변 사람들을 하나 둘 삼기고 말았다. 베르틴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누군가의 죽음은 달이 생겨나고 초승달이 되고 보름달이 되어가는 자연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폴 베르튄의 기억 속엔 누군가의 죽음과 연결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삶 속에서 어린 아이가 청년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베르튄이 꿈꾸었던 것들, 뱃사공이 되어서 살아온 지난날 그 안에서 자신과 한번은 마주쳤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베르튄이 꿈꾸던 생각과 몽상, 이상향 그 뒷면에는 한번 더 만난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걸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죽어야 할 운명에 놓여자진 창녀 마리아를 살리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폴 베르튄은 그렇게 죽음의 끝자락에서 또다른 누군가의 삶과 이어지게 된다.


시간의 역설이다. 나는 생각했다. 젊음은 아름답다. 하지만 노화는 지식과 추억, 지혜가 샘솟는 우물이다.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이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얘기했다시피, 인간은 하나의 역설을 근거로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거기에 논리는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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