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 재건축 열풍에서 아파트 민주주의까지, 인류학자의 아파트 탐사기
정헌목 지음 / 반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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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본방사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강호동 이경규가 하는 <한끼줍쇼>란믄 프로그램이다. 주로 서울 곳곳의 빌라촌을 누비면서 밥숫가락 하나 들고 밥한끼 얻어먹는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의 취지는 바로 과거 우리가 추구했던 삶의 가치, 공동체와 이웃, 관심,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농촌에서 도시로 거주가 이동하면서 곳곳에 생겨나고 있는 아파트촌과 재건축되는 아파트의 모습들, 그런 모습들과 상반된 서울의 또다른 공간에서 밥 한끼 얻어먹는 오습은 때로는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원하던 삶, 이웃과 소통하고자 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숨어 있다.


이 책은 독특하다. 인류학자 정헌목씨는 대한민국 사회의 아파트 문화를 짚어나가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무관심한 사람들의 모습, 아파트가 사는 공간,머물러 있는 공간이 아닌 아파트를 사고 파는 투자의 목적으로 변질된 아파트 문화를 진단한다. 책에는 연주시 성일 주공 아파트라는 가상의 공간을 내세워 아파트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 모습,정치, 경제, 교육, 사회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는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이며, 우리의 욕망이 분출된 공간이기도 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아파트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 아파트가 처음 우리 곁에 처음으로 대중화 되었던 1970년대 아파트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고층 아파트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서울시민들은 아파트 입주을 꺼리게 된다. 그래서 아파트를 만든 건설사가 내세운 것이 안전성과 편리함과 쾌적함이다.이 세가지 기본 요소는 미디어, 언론, 신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되었으며, 우리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1980년대 군부 독재 시대에서 아파트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으며, 아파트가 수백만 가구로 늘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도시가 팽창하게 된 계기가 이 무렵이다. 상대적으로 인구 증가와 마주하는 도시와 달리 인구가 날로 줄어드는 농촌이 비교된다.. 


성일 주공아파트가 재건축되고, 최저 15층에서 최고 35층짜리 고급 아파트가 되면서 안정성과 편리함, 여기에 더해 폐쇄성과 무관심이 가중된다. 성일 노블 하이츠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차가 없는 단지,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놀수 있고 범죄가 전혀 없는 아파트촌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 공간 내에서 8살 아이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음식쓰레기 차에 치이면서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무관심과 공적인 의사소통, 사회적 합의 부재, 이 세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던 공간에서 입주자들 스스로 인터넷 까페라는 공간에서 행동을 게시하게 된다. 그건 그들의 행동과 소통, 사회적 합의를 하려는 이면에는 성일 노블 하이츠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이익 추구, 아파트가 가져오는 사회적 신뢰 이미지가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그들의 삶 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을 잘 살게 해줄 것 같은 인물을 찍는게 아닌 아파트 규제를 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 자기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줄 것 같은 인물을 찍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며, 아파트 문화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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