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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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에 관한 저서중 첫 입문작은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였다. 그 책을 읽고 난 뒤 느꼈던 점은 그의 삶에 대한 궁금증, 그가 할복 자살한 이유에 대해서 였다. 더 나아가 그때 같이 알게 된 저서가 <가면의 고백>이다. 물론 그당시 <가면의 고백>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은 아니었으며, 동방미디어에서 나온 <가면의 고백>이다. 절판된 책이었고, 중고로 비싸게 팔리고 있었던 책, 다행스럽게 문학동네 <가면의 고백>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 그 당시 들었던 기억이 났다. 언젠간 읽어야지  머리 속에 맴돌고 있었던 이 책을 10년이 지난 현재서야 읽게 되었고, 소설 속 이야기, 미시마 유키오의 문학세계로 들어가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 소설 속에 미시마 유키오의 동성애 코드가 담겨져 있다는 후기를 얼핏 본 기억이 나서 처음 내가 생각했던 <가면의 고백>에 대한 기대치와 선입견은 읽어본 뒤 크가 문제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을 다시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은 저자의 저서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 1925년에 태어나 엘리트 정치인 가문에서 자라난 미시마 유키오, 하지만 그는 부모님의 뜻이 아닌 소설가로서 살아가게 된다.이 소설은 쇼와 시대 태어나 전후 세대를 몸으로 느꼈던 미시마 유키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며, 전후세대로서 일본과 미국이 전쟁중이었던 그 시대상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 소설 속 동성애 코드와 사랑 이야기보다 전쟁에 대한 미시마 유키오의 생각과 가치관에 더 눈길이 갔다.그리고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 소설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질투였다. 그 때문에 오미에 대한 사랑을 나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 만큼 강렬한 질투였다. 아마도 그 일은 그즈음부터 냐게 싹트기 시작한 자아의 스파르타식 훈련법의 요구와도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유년시절의 병약함과 익애(溺愛) 덕분에 남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나는 그즈음부터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한가지 격률에 등씌워져 있었다. 나는 그를 위한 훈련을 학교로 오고 가는 전차 안에서 누구건 가릴 것 없이 승객의 얼굴을 지그시 노려보는 데서 찾아냈다. (P79)


돌연 뒤쪽에서 그녀의 가슴이 내 오른쪽 팔뚝에 맞닿았다. 마치 자동차 사고와도 같이 무언가 우연한 방심에서 온 충돌이었다. "저어,이거..." 딱딱한 봉투의 각진 부분이 내 손바닥을 찔렀다. 나는 하마터면 그 봉투를 작은 새를 목 졸라 죽이듯 꽉 움켜지어 구겨버릴 뻔 했다. 그 편지의 무게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애 손이 쥐고 있는, 여학생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 봉투를 마치 봐서는 안 될 것을 보듯이 흘낏 훔쳐보았다. (P154)


이런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내 마음속에는 한없이 의심과 망설임이 번졌다. 내가 소노코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은 신의 이름을 걸고 진실이었다.하지만 거기에 육체적인 욕망이라고는 결코 없다는 것도 분명했다.

그 결정적인 하룻밤 이래 나는 교묘히 여자를 피해가며 살았다. 참된 육욕을 돋울 Ephebe 의 입술은코녕 한 여자와도 입술을 맞대지 않고 지내왔다. 키스하지 않으면 도리어 실례가 될 그런 경우를 만났을때도,그리고 여름의 방문이 봄보다 더 심각하게 나의 고독을 위협했다. 한여름은 내 육감의 노한 말에 채찍을 내리쳤다. 내 육체를 태우고 괴롭히는 것이었다. 내 몸을 보전하기 위해서 때로는 하루에 다섯 번의 악습이 필요했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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