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과 돌의 노래 1 - 엇갈린 사랑
김영미 지음 / 시간여행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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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사람 사는 곳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워하고 시기하고 싸우고 죽인다. 보듬고 감싸고 연모하기도 한다. 자식을 죽이고 아비를 죽이는 패륜이 있는가 하면 자식을 죽이고 아비를 죽인 적을 살려주기도 하지. 구안정도, 개경도, 서경도, 고려도 모두 서하에 있다. 물론 고려에도 모든 것이 있다. 송도, 금도, 서하도... 하지만 고려에만 있고 대륙에는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p158)


돈호가 온유에게 건네는 멘트는 오글거림 그 자체이다.고려의 문벌 귀족이면서 그걸 감추고 살아가는 돈호는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의 자식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비와 자식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부자처럼 보여진다. 고려의 문벌 귀족이면서 귀족에 걸맞는 모든 걸 다 가진 돈호는 그럼에도 귀족의 품격은 버린채 한량 행세를 하고 돌아다녔다. 그건 자신의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서 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아버지가 감추고 있는 그 비밀을 돈호는 언젠가는 밝혀내리라 다짐하게 된다.


돈호는 아버지의 도움을 얻어 성장하게 되었고, 가문을 지켜 나가야 하는 책무를 지니게 된다.조선 인종 시대 개경파의 일원이었던 김부식은 고구려를 계승하고자 했으며, 고구려의 유지를 따르게 된다. 제국으로서 고구려가 가진 위상을 고려라는 나라에서 꿈을 펼쳐 나가려 한다. 한편 인종은 흔들리고 있었다. 묘청의 난으로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 땡초로 등장하는 묘청은 인종에게 개경의 명운은 다했으니 서경(평양)으로 천도하기를 구슬리고 있었다. 그건 김부식의 입장에선 결코 용납되어서도 실현되어서도 안되는 말이다. 임금의 말 한마디, 명령 하나로 서경 천도가 현실이 되는 그 순간이 찾아오면 모든게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부식은 아들 돈호를 이용하게 되고, 돈호를 노비들이 머물러 있는 구암정에 보내게 된다.


소설 <징과 돌의 노래>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구암정에서 시작된다. 돈호의 마음에 쏙 들게 만든 여인 온유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온유는 운곡의 딸이었으며, 운곡의 근황과 저의를 알아보는 건 부식의 의도였다. 돈호는 고민할 수 벆에 없다. 구암정 산채에 머물면서 자신의 여인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돈호의 마음 속 언저리에 부식의 명령이 감춰져 잇다. 또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생모를 찾고 싶어하는 돈호의 마음도 존재하게 된다. 산채에서 귀족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돈호의 모습을 주변 사람들은 그 순수함을 의심하게 되고, 돈호는 그 안에서 갈등하고 흔들리게 된다.


소설 <징과 돌의 노래>는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잇다. 고려와 송나라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려가 나아갈 길, 역사적 인물 김부식의 발자취가 드러난다. 더 나아가 개겸파와 서경파의 다툼 속에서 묘청의 난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다. 개경의 운이 다햇다는 그 언저리 속에서 고려의 귀족들 마음 속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으며, 그들은 현실 속에서 무엇을 가지려 하는지 찾아볼 수 있다. 역사 소설이면서, 창작소설이기도 한 ,돈호와 온유의 로맨스가 담겨진 <징과 돌의 노래>는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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