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라 - 내 마음을 옭아매는 영혼의 감옥
저우무쯔 지음, 하은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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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소설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지금 현재 부모세대와 자녀 사이의 끼인 세대로서, 82년생 여성이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인 책임감과 강요와 억압, 그 안에 숨어있는 불합리함, 더 나아가 여성에게 드리워진 다양한 굴레들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1992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아들과 딸에 등장하는 후남이,귀남이,종말이 이야기도 <82년생 김지영>의 연장 선상이며,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의 강요된 무언가들, 그것이 나에게 또다른 굴레가 되고 억압과 강요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 개인과 마주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정서적 협'박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 책이 우리의 자화상을 비추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가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묶여 있다. 하지만 심리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왜 나는 내 앞에 놓여진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서 왜 거절하지 못하고, 내 감정이 엉켜진채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지 않는 걸 해야 하믄 상황이 놓여질 때 그걸 왜 거절하지 못하는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임에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얼까에 대해서 짚어나가고 있다. 이런 우리의 잘못된 행동의 원인은 내 감정에 대해서 정서적 경계선을 만들어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나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져 있는 사람일수록 정서적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으며, 내 감정을 해아리지 못하고, 나에게 다연하게 맡겨놓은 ,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강요하는 그들에게 용기내어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그 이면을 짚어 나간다. 그건 바로 우리가 어릴 적부터 강요된 '착한 아이','효도','애국' ,'충성심'과 같이 상당히 추상적이면서 나를 옭아매는 그 무언가로 인해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모습은 동양권에서 도드라지고 있으며, 서양권에선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건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상당히 다르며, 나와 타인간의 경계를 구분짓는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떠오른 단어 하나가 생각났다.'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난히 도드라지고 있는 '오지랖 문화'이다. 왜 그것이 생각났느냐 하면, 우리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임에도 몇번 대화를 하다보면 누군가 나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이유없이 공격 당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으면, 왜 결혼하지 않는지, 첫째를 넣으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건지, 취업을 하지 않으면, 언제 취업을 할건지 등등 우리 사회의 그런 모습은 이 책에서 말하는 '정서적 협박'의 일종이며, 그걸 인지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요구한다.더 나아가 '정서적 협박'은 전염성이 강하며, '정서적 협박자'는 때로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권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이애게 강요되는 이런 모습이 허용되는 이상 '정서적 협박'은 사라지지 않는다.


책에서 눈길이 갔던 것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완벽을 추구하고, 그 완벽함에서 벗어나거나 실수나 실패를 할 때 사회에서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그 실마리가 이제서 풀렸다. 그건 내 주변에 '정서적 협박'을 하는 정서적 협박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와 가장 가까운 부모는 '정서적 협박자'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부모는 나를 키워준 것에 대해서 암묵적인 요구나 강요를 당연시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성인이 되면, 제사를 지내고, 첫째에게 주어지는 책임, 막내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진 것이며, 우리는 거기에 대해 거부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거부하면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 생각하는 정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연필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 싶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다. 누군가 내 주변에 가까운 사람이 돌아가시면 왜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지, 그 연유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을 보호해 주고 아껴 주어야 하는 사람이 잠재적인 공격자 또는 협박의 형태로 내 앞에 나타날 때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대응하는지 알게 된다. 더 나아가  '정서적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는다면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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