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전 시집 - 윤동주 100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읽었던 오사카 여행 책자에서 '윤동주 시비' 를 보았다. 일본 교토 도시샤 대학 교정에 있는 윤동주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있으며, 일본과 한국의 아픈 역사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윤동주'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울컥해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는...한국인이라면 윤동주의 시 한구절은 기억하고 있으며, 그가 살았던 시대상에 대해 알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은 민족주의자 윤동주의 시가 오롯이 기록되어 있으며,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아버지 문익환 목사는 시인 윤동주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 


책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가 모두 나온다. 물론 그가 독립운동으로 인해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혔던 그때의 시는 우리가 알수가 없다.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자 했던 시인 윤동주는 자신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시를 통해 투영하고자 했다. 그 시대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내 일처럼 아파했으며, 견딜 수 없었던 윤동주 시인은 일본 유학길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길을 오롯히 찾아가게 된다.


여기서 윤동주 시인에 가려져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송몽규, 시인 윤동주의 삶에 기록되어 있는 몽규이다. 윤동주의 고종사촌이었던 송몽규는 문단에 등재되었으며, 시인 윤동주와 같이 독립운동을 하다 같은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해게 된다. 몽규는 그렇게 1945년 같은 해 동주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는 윤동주의 마지막 삶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의 고종사촌 송몽규의 마지막 삶도 그러하다. 우리의 시대의 아픔을 상징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은 그렇게 그 아픔을 오롯히 견디며 살아왔으며, 자신의 삶을 시를 통해서 기록해 내고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점차 시대상을 투영하는 시로 바뀌고 있으며, 시인 윤동주와 청년문사 송몽규는 비슷한 시대에 같은 인생을 견디며 살아가게 되었다.


시인 윤동주는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 전문학교를 나와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의 시상을 따라가보면 20대의 윤동주와 19세의 윤동주의 시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주변의 모습과 추억을 담아내는 시에서 시대의 아픔을 온전히 견디면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참회록에 가까운 윤동주의 시를 느낄 수 있다.마지막 그의 시는 그렇게 시대에 으스러져 갔으며, 그의 아픔은 바로 우리의 아픔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참새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 읽으며
두 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 자 한 자밖에 더 못 쓰는 걸 1936.1.2 (p138)


흐르는 거리

으스럼이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 상자를 붙잡고,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朴) 이여! 그리고 김(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어 보세" 몇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트리고,밤을 세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삐었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임(來臨).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1942.5.12)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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