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 일기에 나타난 어느 독일인의 운명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강명순 옮김 / 메리맥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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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제프 괴벨스의 반자전적 소설이다. 1923년 친구 리하르트 플리스게스가 사고로 죽자 쓴 소설이며, 처음엔 자전적 소설에서 반자전적 소설로 고쳐 나갔다. 괴벨스가 나치당에 들어가기 전 괴벨스의 생각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히틀러의 선전 부장이면서 나팔수가 되었는지,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한나 아렌트가 쓴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 생각 났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 보던 한나 아렌트는 그에게서 악에 대한 실체를 보았다고 말한다. 그의 악의 실체는 지극히 평범하며, 누구나 조건이 맞는다면 악의 화신이 될 수 있음을 그의 저서에 적시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여기서 또다른 악의 화신 괴벨스는 어떤지 엿볼 수 있으며, 그 또한 아이히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괴벨스가 남긴 소설 <미하엘>은 이순신이 남긴 <난중일기> 와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편년체적으로 기술된다. 소설 속 주인공 미하엘은 여느 남자처럼 한 여인을 사랑을 하고 친구를 좋아했다. 대학교에서 만난 어머니와 닯은 한 여인 스물 세살 헤르타 홀크와 만난 두달간의 삶, 그 삶은 미하엘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자신의 이상과 가치관에 따라갈 것인가, 어머니를 닮은 헤르타 홀크를 따를 것인가, 미하엘은 야망을 선택하였다. 어쩌면 그의 큰 야망은 한 여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간극이 아닐런지, 그럼으로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이 이 소설 전체를 이루고 있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증, 미하엘은 '유대인이 독일을 망쳐 놓았다고 생각했다. 노동을 중시하는 독일과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주도 뮌헨, 뮌헨은 유대인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노동보다 돈을 우선하게 된다. 괴벨스는 자신의 생각을 미하엘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낡은 독일을 새로운 독일로 바꾸고 싶어했다. 그가 심취했던 성서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가르침, 괴테에 빠졌으며, 도스토예프츠키의 생각을 흡수하였다. 괴벨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반유대주의자라고 규정지으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현실은 그의 그런 절대적인 믿음을 배신하게 된다.


미하일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나타났다. 4월 27일 대중들 앞에 서 잇는 누군가의 연설, 그 연설에서 한 예언자의 존재를 느꼈고,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적 가치를 실현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아돌프 히틀러라는 걸 추정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미하엘이 헤르타 홀크를 선택할 수 없는 그 끌림의 법칙, 소름 끼치는 그 상황이 무언지 알 수 있다. 그 예언자는 자신이 추구하고 싶었던 낡은 독일을 새로운 독일로 바꿀 수 있으며, 미하엘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돈의 논리를 우선하는 낡은 독일의 모습을 새로운 독일로 바꿀 수 있으며, 유대인이 없는 과거의 영광스러운 독일로 바꿀 수 있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의 절대적인 믿음은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대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대인 혐오증은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당한데서 기인한다. 노동력은 그들의 권리이며, 그 권리에 대한 보상은 돈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유대인은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아리아인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간다. 자본이 아니라 유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혐오한다. 마르크스의 사상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권리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 권력에 대한 정당성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 명분을 내세운다. 그것이 유대인에 대한 혐오증이며, 새로운 독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대인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그들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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