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 유병례 교수와 함께하는 시니어 한시 산책
유병례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한시를 읽으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과학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 그들의 삶 속에 묻어나 있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 속에서 우리 삶의 흔적을 찾아내고, 내가 가진 고민과 걱정을 한시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수천년의 시간의 틈,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며, 그 안에서 행복을 얻어갑니다. 사랑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마음, 한사람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이 한시에 투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낡아서 버리는 세상 속에서 한시는 도리어 빛을 발하면서 우리 곁에 서 숨쉬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한시의 구절 하나 하나에서 느끼며, 우리는 그렇게 살아갑니다.


산행

저 멀리 차가운 산 비탈길 올랐더니 흰구름 피어오르는 곳 인가 드문 보이어라.
가던 수레 멈추게 한 건 아름다운 황혼 단풍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
遠上寒山石徑斜,白雲深處有人家
停車座愛楓林晩,霜葉紅於二月花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이 남긴 시 산행입니다.가을철 대한민국 산과 들에 드리워진 단풍의 붉은 물결, 붉게 물들인 단풍에서 모진 풍상을 다 겪고 꿋꿋하게 황혼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고난, 그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우리네의 인생을 단풍에 깊이 투영하고 있습니다. 강택민은 대한민국 산천을 모녀서 이 시를 읿었으며, 우리는 그렇게 당나라 시인 두목
(杜牧) 에 관심 가지게 됩니다.


상야 上耶

하늘이시여!
내 님과 맺은 사랑 영원하리니,
산이 평평한 땅으로 변하기 전에는
강물이 말라 없어지기 전에는
겨울에 천둥 치고 여름에 눈보라 치기 전에는
천지가 합쳐져 망하기 전에는
절대로 내 님과 헤어지지 않으리라.(p157)

2005년 윤정희 이태곤 주연의 임성한 작가가 쓴 막장 드라마 <하늘이시여> 가 생각납니다. 임성한 작가는 막장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던 걸로 유명합니다. 저는 이 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고맙고 한편으로는 겁이 납니다. 군대간 남친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여자친구가 이 시를 새기고 있다면 너무너무 고마울 다름입니다. 그러나 내가 실어하는 이가 이 시를 품고 있다면, 섬짓함을 느낍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헤어지지 않겠다는 그 마음, 나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 속 언저리에는 또다른 의미가 감춰져 있습니다.


단주의 관사 벽 위에 쓰다

맑은 마음은 통치의 근본이요.
곧은 도리는 이 몸이 추구하는 것.
빼어난 나무는 끝내 동량이 되고,
훌륭한 강철은 낚싯바늘이 되지 않는 법,
창고가 가득하면 쥐와 참새가 기뻐하고,
풀이 모두 없어지면 토끼와 여우가 걱정하는 법,
역사책에 유훈이 있나니
후세 사람들에게 부끄러움 끼치니 말지어다(p210)

북송 시대에 살았던 포증(包拯) 이 11세기에 쓴 시입니다. 포증이라 하면 누구지? 하겠지만, 포청천 하면 아 그럴 겁니다.20년 전 KBS2에서 방영되었던 판관 포청천이 대한민국에 중드의 첫 포문을 열었고, 포청천의 현명한 통치 방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더빙판으로 된 중드 판관 포청천과 황제의 딸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청렴 결백한 모습을 보여주는 포청천의 모습, 그의 정직함과 청렴함은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야할 가치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판관 포청천의 이념에 못 미치는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한시를 배우면 평온함을 느낍니다. 속도를 중시하는 세상에서 한시는 느림을 추구합니다. 깊이 이해하고 깊이 알아가는 것, 빨리 가는 것이 언제나 답이 아니며, 천천히 주변을 돌아 보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아가면서 주변을 배려하는 삶이 무언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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