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지로

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설명절 동생이 잠시 데려온 고양이가 있었다. 혼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조그마한 고양이는 톡 건드리면 다칠 것 같은 아주 조그마한 고양이였다. 낯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는 고양이의 모습과 매력, 밤이면 잠자는 사람들 곁에서 조용히 잠드는 고양이를 보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재미가 무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동생이 데려온 고양이는 몸이 약했다. 고양이가 얼마 뒤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고, 결국 화장하고 말았다. 생명이라는 것은 살아가고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걸 우리는 알지만, 그것이 내 앞에 놓여질 때 마음 아플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망각하고 살았다. 그렇게 동생이 키우던 아기 고양이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책에 등장하는 초지로는 작가 고이즈미 사요가 키우는 고양이며 , 수컷 고양이 초지로와 암컷 고양이 라쿠가 있다. 같은 어미 속에서 한날 한시에 태어난 남매는 그렇게 고미즈미 사요의 가족이 된다. 매일 티격 태격 라쿠와 초지로는 장난 아닌 장난치며 하루하루 살아가며, 고양이로서의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라쿠와 초지로 사이에 고이즈미 사요의 아들이 태어나자 경계하게 된다. 하지만, 조그마한 아들은 수컷 고양이 초지로와 친하였고, 같은 이불 속에서 함께 잠자며 살아가게 된다.


덩치가 산만한 초지로. 그것이 문제였다. 8kg 이나 나가는 커다란 몸집. 그 안에 병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은 집사 고이즈미 사요는 모르고 있었다. 말못하는 짐승으로 태어난 초지로는 그렇게 몸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게 되었고, 종양이 발견 된다. 10살이 된 초지로는 또다른 이상이 왔으며,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지게 된다. 그리고는 수술 하였지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책은 그렇게 고이즈미 사요의 관찰 일기이며, 초지로에 대한 추억이 담겨져 있다. 세상에 대해 무덤덤한 수컷 고양이 초지로와 예민하고 날카로는 암컷 고양이 라쿠, 둘은 남매였지만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어미 고양이 속에 다른 아빠 고양이에 의해 태어난 건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다. 고양이와의 마음 아픈 이별, 그걸 마주하는 슬픔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슬프고 눈물지을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마음은 초지로보다 늦게 태어난 아들도 알고 있었다. 생명에 대한 그 느낌, 네 가족이 함께 살아가면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것, 이 책에는 그렇게 작가의 그림과 고양이 집사로서의 삶이 담겨져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내가 키우는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내 곁을 떠나게 돨 때 그 상실감, 그걸 이 책에서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