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흔에 봄을 준비했다 - 무공해 자연의 맛, 소박한 삶의 의미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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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샀던 땅을 다시 돌려 받았다. 두마지기 조금 넘는 땅..오랫동안 묵혀 놓은 땅에는 두충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며 , 시골 동네 주민들은 주인허락 없이 그곳에 비닐을 씌우고 작물을 캐서 먹곤했다. 처음 땅을 돌려받았을때 먼저 했던 것은 톱질과 흙 밑에 감추어져 잇는 비닐을 수거하는 일이다.. 두충나무 하나하나 잘라내는 과정은 어설픈 톱질을 자랑 하는 나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작은 두충나무부터 자르기 시작하면서 한달 내내 잘라냈던 기억..뿌리까지 일일히 다 뽑아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이제는 그 땅에 이것 저것 농작물이 심어져 있으며, 배추 대란이 있었던 그 때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이 책의 이야기가 와닿았던 건 실제 농사를 지어 봤기 때문에, 아니 도와 준 기억 때문에 알 수가 있다. 저자 원숙자님이 밭에 심었던 고추와 콩,들깨와 참깨,가지,고구마는 우리 밭에도 똑같이 심어져 있다.그리고 그것은 가을 무렵부터 서리가 시작 될 때까지 수확을 할 예정이다. 그때면 아마도 까치와 까마귀들이 지들이 밭주인인양 까악 까악 거리면서 시끄러워 질 것 같다.. 봄철이면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 까치와 까마귀들..가을철이면 아마도 포식할 것이다.수확하다 남은 것들은 모두 까치와 까마귀 몫이 된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들은 유기농 작물을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유기농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유기농 작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풀과 잡초와 씨름해야 한다. 허리를 굽혀서 매일 매일 캐내야 하는 풀들은 거추장 스럽기 그지 없다. 여름철 뙤얕볉에 풀 뿝다가 일사병으로 급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우리나라 토양과 계절과 날씨에 유기농은 쉽지 않다. 이렇게 참깨와 들깨를 손수 키우고 직접 먹는다면 수입산 참깨와 들깨를 사먹을 일이 없다. 직접 키워서 태양과 비를 통해서 쑥쑥 자라는 들깨와 참깨.낫으로 수확물을 잘라내고  참깨와 들깨를 수확하기 위해서 대를 세우고 말리는 과정이 조금 힘들더라도 마지막 수확물을 보는 그 느낌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작가 원숙자님도 그럴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 밤하늘이 가득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도시에서 보이지 않는 별들이 시골엔은 유난히 더 반짝 거린다. 시원한 밤바람에 별을 보는 것..그것은 도시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경치이다. 저 멀리 해외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우리 나라 곳곳의 시골 경치,밤 경치를 보면 저절로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진다.. 


사실 농사는 쉽지 않다. 작가 원숙자님도 농사를 설렁 설렁 짓고 싶지만 눈앞에 보이는 잡초와 풀들이 보이는데 그걸 방치 할 수는 없다. 4월~5월이면 농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바빠진다. 농사는 비가 와도 걱정,빅가 안 와도 걱정이며, 비가 안 오면 고추에 탄저병이 들어 한해 농사가 망칠 수 밖에 없으며, 종자값 고추 대값,비닐 값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추를 심는 이유는 농작물 중에서 손이 많이 가지만 기술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저병에 걸리 고추를 보면 속상할 수 박에 없다. 원숙자님이 농사짓고 있는 충북 음서의 구원 농장...그곳에 가기에는 쉽지 않지만 만약 혹시 그곳을 스쳐 지나간다면 한번 들러 보고 싶다. 꽃과 농작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구원농장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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