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는 낯선 타인 - 나를 알기 위해 부모 공부를 시작합니다
양미영 지음 / 프롬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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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을 추적하면서 나는 두 사람과 분리되려 할수록 오히려 밀착됨을 느꼈다. 나의 얼굴, 말투, 행동,식성,온갖 습관, 그리고 내가 가진 추억과 기억은 두 사람의 과거와 기억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가족이 품고 있는 과거의 형체 없는 기억들을 발굴해내고 그것들에 하나씩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6-)

서로 소리를 지르고, 몸을 부딪치고, 잡동사니가 깨지고 구르는 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울었다. 밤은 길었다. 전쟁과 같은 포화를 피해 피난 갈 곳도 없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지쳐 소란이 잦아들고 어서 밝은 아침이 오길 바라는 수밖에 .내일 학교에 잘 갈 수 있을까? 잠들지 못한다. 생각이 엄추지 않는다.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든다. 집은 더 이상 안전하고 따뜻한 장소가 아니다. 지구에 홀로 부유하는 듯한 절절한 고독은 엄마,아빠가 서로를 미워하던 때 배웠다. (-45-)

국민학교를 졸업한 엄마는 자연스럽게 집을 나갈 준비를 했다고 한다.첫째 외삼촌은 장남이라고 중학교를 보내주었다. 둘째, 셋째는 졸업 후에 동네 형들을 따라 서울로 가서 돈을 벌었다.먼저 도시로 간 엄마의 오빠들은 청계천 인근 공장에 다녔다고 하는데, 외할머니는 아들들이 집을 떠날 때마다 울었다고 한다. (-133-)

아빠 공장에서 회계 업무를 맡아보기로 했다. 번듯한 직장에 붙어 있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를엄마는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시간을 죽이고 있을수 만은 없었다. 결국 서로가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엄마는 줄곧 내가 더 나은 곳에서 더 대단한 일을 하기를 바랐지만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었다. 아빠는 오히려 좋아했다. 주변에 자식들과 함께 일하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늘 했던 아빠는 내가 회사에서 자리를 잡고 이런 저런 보탬이 되기를 바랐다. (-194-)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유년기에 관한 이야기다.나는 어릴 적 명절 때 시골에 가면 친척들 앞에서 "기똥차게" 춤을 잘 췄다고 한다.박남정의 기억니은 춤을 잘 췄다는데, 나는 그게 어떤 춤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친척어른들은 그렇게 끼가 넘치던 아이가 어쩜 그렇게 조용해졌냐고 의아해하시곤 했다. (-241-)

책 『부모라는 낯선 타인』은 1961년 동갑내기 부부 사이에 태어난 ,1987년 생 , 속칭 K-장녀 양미영 작가가 쓴 ,부모에 대한 스토리다. 먼저 이 책에 나오는 두 부부와 작가를 포함한 세 남매 는 내 이모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모와 이모부,그리고 외사촌 세명이 보여주는 하루 일상이 고스란히 보인다.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해야 했던 1970년대,부모의 일상,그것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결혼하고, 결혼 후 살림살이가 거덜나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배우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서,무시당하고,상처받았던 경험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와 함께 살아가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고, 그것이 서로 상처가 된다. 아내의 기대치를 맞춰주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은 술의 힘을 빌려서,자신의 속마음을 꺼낸다.그것이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느껴지기는 커녕, 무시당하고,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었다. 그걸 1987년부터 보앗던 K-장녀, 작가 양미영의 눈에는 부모님의 미음과 사라의 실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우지 못했고,사회가 급변하면서, 점점 더 존재감이 사라지고,사회가 요구하는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한채 겉돌게 된다. 모르면 배우면 되건만,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무시,상처가 될까 봐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본 엄마는 자신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는 남편을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사로 사랑하지만, 서로 헐뜯고, 여전히 남자, 머스마를 우선하는 가부장적 사회가 만든 전통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어려서 초중고를 나와 대학생이 되었고,작가가 되었던 2023년 비교문학 석사학위를 딴 작가 양미영은 부모를 낯선 타인을 바라봄으로서,부모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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