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마음 작은 아이 미래의 고전 64
김윤배 지음 / 푸른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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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뜨내기라면 그게 누구겄능가. 생각해 보라고. 누구겄어? 전과자가 우리 마을에 사는 거 모르는 사람 있어?"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지에서 떠돌다 와 살고 있는 사람은 두노네 뿐이었다. 두노 아빠가 전과자라는 거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9-)

"두노는 애비가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거지나 고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동정하지 마십시오."

두노 아빠는 거칠게 말하고는 휭하니 밖으로 나갔다. 몹시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63-)

두노 어마는 작은 그림자로 안개 속에 잠겨 흘러가고 있었다. 지난 2년은 힘겨운 시간이었다. 희망 없느 삶이란 죽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노 아빠가 그림을 포기한 것은 두노 엄마의 유일한 희망을 버린 것이어서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난에 지쳐갔다. 전자부품 공장의 일은 고되고 돈이 되지도 않았다. 두노를 공부시키려면 그것 가지고는 턱도 없다는 것을 두노 엄마는 잘 알았다. 두노 아빠의 절망적인 생활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출구 없는 생활이 지겨웠다. (-162-)

동화작가 김윤배의 『큰 마음 작은 아이 』엔느 시골의 정서가 주인공 두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묘사하고 있는 동화이다. 인구가 적고 ,농사를 주로 짓거나 인삼이나 산삼, 송이버섯과 같은 특용작물을 심어서 돈을 버는 , 땅이 전부이며, 땅이 경제적 기반인 사람들의 삶의 근본은 흙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곤 한다. 품앗이, 두레라는 전통적인 삶 속에 도드라지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문화로 손꼽고 있으며, 끼리끼리 문화가 너무나 잘 도드라진다.

동화 『큰 마음 작은 아이 』 에서는 무봉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 인삼으로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정이네와 노가다로 하루하루 벌어사는 마두노의 모습 뒤에 감춰진 우리의 모습과 정서를 들여다 볼 수 있으며,시골 안에 숨겨진 외지인에 대한 배타성과 단절을 문제의식으로 손꼽게 하는 동화였다. 무봉마을 정이네 인삼밭에서,인삼이 사라지게 되고, 그 범인을 두노 아빠로 꼽고 있었다. 단순히 정황 없이 그 남자가 해왔던 과거의 이력을 근거로 유럽한 용의자라고 생각하며, 낙인과 마녀 사냥이 시작되고 있다. 가난하지만 떳떳하였던 두노는 아빠의 과거 의 잘잘못으로 인해 상처와 아픔을 느끼게 되고, 사람에 대한 불신은 커지게 된다. 엄마의 부재, 아빠가 감ㅈ해야 하는 것들,두노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절망감, 이러한 모순들이 무봉 마을 전체에 감지되고 있다. 옆집 숟가락이 몇개인지 아는 시골 공동체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이웃들의 모습들이먀, 끼리끼리 문화에서, 외지인이었던 두노 아빠는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어떤 문제가 생길 때,그 문제의 책임의 정황 없이 미리 낙인 찍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데, 바로 인삼 도난 사건의 배후로 두노 아빠를 먼저 언급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내부의 누군가가 저질렀다면, 쉬쉬거린다는 것이다. 정이네 인삼 도난 사건의 범인이 내부에 있다면, 공동체 안에서 묻어버리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그로 인해 고스란히 가해자로 낙인찍히고, 피해자일수 밖에 없는 두노 아빠와 두노는 큰 상처를 입게 되는 참극,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 동화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공동체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시골의 두레 공동체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서로 배척하고, 각자 욕심에 눈머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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