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이 모든 과정을 나는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가 원고를 모아 지면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 혹은 영화 편집자가 거치 촬영 자료들을 모아 속도나 장면의 길이를 편집하여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같은 '편집의 방법론'을 통틀어 나는 '에디톨로지'라고 명명한다. (-24-)

이어령은 너무 억울하다고 한다.어릴 때부터 항상 건방진 놈, 잘난체하는 놈, 얄미운 놈이라는 욕을 먹고 자랐다. 항상 미움을 받았다. 변변한 불알친구 하나 없다. 자신은 그저 이해 안 되는 것을 질문했을 뿐이었는데, 다들 그렇게 미워했다는 거다. 단지 텍스트만 해체했을 뿐인데, 그토록 힘들고 외롭게 살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문학을 한 것이라고 이어령은 고백한다. 자신이 만약 사회 규범이나 도덕을 해체하고, 경제 시스템을 해체하는 정치가나 혁명가가 된었더라면 돌을 맞아 죽어도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도 그는 자신의 서재에서,세사에서 가장 큰 책상 앞에 앉아, 앞 뒤로 놓인 여섯 대의 컴퓨터로 텍스트의 선택과 결합의 구조를 파괴하고 재창조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혼자서. (-80-)

'역지사지 易地思之', 즉 '남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기' 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날 모든 기업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 인식에 관한 문명사적 통찰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객관적,합리적 사고의 시작을 알리는 원근법의 발견이 주체와 객체의 문제, 주체들 간의 소통 문제로 그 논의가 확대되는 것처럼,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관계는 철학적 인식론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인문학을 아주 치밀하게 공부해야 하는 거다. (-155-)

독일이나 일본이아 정밀함으로는 세계 최고지만, 문 만드는 데는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왜 일본인은 문과 창문을 만들 때 방음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일까? 반대로 독일인은 문과 창문을 왜 이토록 튼튼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뭘 그리 숨기고 싶은 것일까? 독일인들은 밤에 큰 소리를 내야 하고, 일본인들은 아주 조용하게 하기 때문일까? 독일인은 아주 오래 하고, 일본인은 아주 짧게 하기 때문일까? 도대체 왜 그럴까? (-211-)

'계몽'이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스스로 의미를 편집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일방저그로 완성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재미없는 거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내러티브는 진리를 강요할 뿐, 일리 一理 의 해석학이 바져 있다. 반면 스티브 잡스의 내러티브는 상호작용적이다. 편집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282-)

수많은 학자들이 노골적으로 프로이트는 사기꾼이고, 자료를 조작한 사이비 학자며,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 주위 사람들을 셀 수 없이 속였다는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 한 번 무너지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와 짓밟는다. 생전 교만과 이기심이 극에 달했던 프로이트였기에 그런 비판적 반응이 오히려 너무 늦게 나타났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한 시대를 지배했던 것이다. (-336-)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개념을 응용해 일본의 문화를 해석해보자. 일본인들은 청결에 엄청난 강박이 있다.모든 게 너무 깨끗하다. 음식도 어쩌면 이렇게 정갈할까 싶고, 거리에는 휴지 한 장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인들은 왜 이토록 청결한 문화를 만들어냈을가? 어떻게든 심리학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 아닌가?

결론부터 공개하면 '항문기 불안'이다. 앞의 러브호텔 경우처럼 일본의 독특한 가옥 구조에서 문제가 또닷시 시작된다.유난히 길고 습한 여름을 견디기 위해 통풍이 잘되는 문과 창문, 곰팡이가 슬지 않는 벽, 그리고 시원한 다다미 등으로 집을 짓는다. 이번에는 다다미 바닥이 문제다. 일본 주택의 다다미 바닥은 아이들 양육에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356-)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 디플롬, 박사 학위를 땃고, 독일 베를린 자유 대학교 전임강사 및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게 된다. 그가 쓴 『에디톨로지』에서는 심라학과 철학을 용합하고 있으며, 편집학을 통해 , 창조성을 높여 나가도록 방법론을 찾고 있다.

그는 독특하고, 자유분방하다. 교수임에도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학자로서, 특이하다 못해 너무나도 변태적(?) 이다.그러나 그는 실제로 크게 우리의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추구하는 것들 하나하나에 대해서, 꼼꼼하게 살펴 보고자 한다. 독일에서 배웠던 에디톨로지 에 대해서, 독일과 비슷한 일본과 상호대조 비교하고 있다. 정교함과 치밀함에 있어서, 일본과 독일은 오십보 백보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독일은 일본과 차이가 있었다. 개인주의가 강한 독일은 사생활 보호에 철저하고, 일본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면서, 일본 특유의 정치적 문화와 사회적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즉 우리가 같은 맥락에서, 독일을 배우자고 강조하지만, 일본을 배우자고 할 때, 극한 거부감을 심어주게 된다. 즉 우리가 쓰레기가 만연한 사횢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온돌문화를 다다미 문화로 바꾸자고 한다며, 국민들이 시위하고 집회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독일에 대한 시선은 그렇지 않다. 그 과정에서 , 두 나라가 가지고 잇는 국가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해체하고,재구성하며, 다시 종합하는 것, 그것이 에디톨로지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즉 에디톨로지는 틈새이다. 내가 보지 못한 거들을 에디톨로지를 통해 밝혀 나갈 수가 있다. 남다른 시선으로 길을 걸어갈 수 있으며,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차이를 서로 비교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후에도 위대한 기업인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기 괴팍하지만, 에디톨로지로서의 인문학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엇기 때문이며, 애플 제품에 대해서, 구매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반면 MS 제품은 구매자가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였고, 오류가 발생하였음에도, 그대로 써야 하는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에디톨로지는 문학에도 적용할 수 있고,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내 앞에 놓여진 모든 것을 조립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면 된다. 문학에서 , 어떤 것에 대해 개념 설명할 때, 많은작가들이 한글을 한자로 바꿔서, 한자를 해체한다. 거기에 자신의 사유를 개입하여, 독자를 설득 ,납득하게 한다. 즉 작가들이 요즘 흔하게 쓰는 문장 구성 방법론에 , 에디톨로지가 어느 정도 개입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사유방식,그가 추구하였던 문학적인 깊이 속에 내재된 인간에 대한 남다른 탐구가 돋보인다. 단 그는 지금 우리 사회의 통념에 비해 한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오로지 본인의 구상에 의한 편집이며, 우리 시대가 반영할 의지가 있을 때,그의 구상은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에 적극 반영될 수 있다. 지금은 유교적 가치가 강한 가운데, 거부감이 깊이 들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충분히 새로운 결과믈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앞서 나가는 에디톨로지적인 사유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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