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세계문학의 천재들 5
에바 킬피 지음, 성귀수 옮김 / 들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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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좀 주물러드려도 될까요?"

그때 그녀의 입에서 간청하듯 흘러나온 말이었다.

같은 해 봄,그녀는 심리언어학 공부를 중단하고 오늘의 직업으로 곧장 이끈 심리요법 실습과정에 등록했다. 그리고 조금 뒤, 인류 사회학과 집단 심리학 등 이론 연구에도 뛰얻즐었다. 그렇지만 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나의 잇단 간청에도 불구하고 내 집에 아예 들어와 둥지를 틀 생각일랑 결코 하지 않았다. (-34-)

순간 나는 '체크무늬 사나이'가 그동안 내 머릿속을 그토록 지배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랬으니 요 최근 타마라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 아닌가! 나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속이 불편해졌다. (-81-)

방금 들어온 타마라가 내 널찍한 침대에 걸터앉아 옷을 벗기 시작할 때쯤, 나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우리 두 사람만 거하던 집 안에 또 다른 여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내밀한 관계에 미묘한 빛을 던져주는 듯했다. 둘이 같은 방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현듯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136-)

타마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르가슴 속에서만 존재해. 그 사람은 내게 더 이상 영속성의 느낌을 주지 않아. 그 사람 목소리에서 어떤 절망의 기운을 본 것 같거든. 아님, 그냥 환청이었을까? 나는 균형에 목말라하고 있어. 안정된 균형에 도달하고 싶다구.이제 거의 다 온 것 같긴 해. 다만, 딱 2퍼센트 모자라긴 한데 말이지...."

나는 이런 모든 존재론적 문제들이 왜 하필 그날 우리에게 엄습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로 말하자면, 신체적 장애와 한계가 지금껏 보다 열정적으로 사는 데 도움이 됐고 ,매 순간 나의 존재를 뇌리에 상기시키는 요인이었음을 수도 없이 곱 씹어온 몸이다. (-233-)

타마라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녀의 사고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언젠가 그런 우울한 일에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다 궁금해했던 기억이 나"

언어심리학 연구의 관점에서 이런 문제는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될 만 했지만, 일단 지금의 상황도 상황이니 만큼 ,나는 나중에 조용히 따져보기 위해 수첩에 간단히 끼적여둔느 걸로 만족했다. (-302-)

"내 쪽에서 그 사람을 단념할 수 있었다면,결과적으로 내가 이기는 거였겠지. 그러고 보면 단념이란 강력한 무기인 것 같아. 모든 연인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그걸 사용하는 거야! 사랑 앞에서 자신을 무장하는 거지. 그는 바로 그 방법으로 내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사랑으로부터 그가 기대했던 것이 그게 전부가 아니었을까? 상대에게 고통을 주고, 절망에 빠트리는 것? 결국 그런게 바로 '불능'이라는 거지. 다만 그는 나와 하께 있을 때 육체적 차원에서 그걸 현실화할 수는 없었을 거야... 아 소름끼쳐!"(-381-)

소설가 에바 킬피 는 핀란드 출신 여류소설가이며, 페미니스트치기도 하다. 이 소설 <타마라> 에는 주인공 타마라와 대학교수 '나'가 등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우연치 않게 ,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연결되었고, 타마라의 독특한 성적 취향, 성적 도착증이 대학교수인 '나'에게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타마라는 서슴없이 자신의 경험을 주인공 '나'에게 말함으로서, 원하는 것을 취하려고 한다. 이 소설의 구도는 '영속성'과 '안정'에 있었다. 왜 타마라는, 반신불구인 대학교수'나'의 발에 성적 매력을 느끼면서, 그에게 다가가려고 하였는가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그리고 발을 쓰지 못하는 반신불구 '나'는 그런 것을 알면서도, 타마라를 놓지 못하고 잇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 꿈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반인듶은 얼마든지 가능한 발을 들러 올리는 것은 '나'에겐 힘든 , 최고난이도의 미션에 해당되었으며, 타마라가 떠나는 것, '나'를 단념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타마라는' 주인공 '나'에게 자신의 성적인 경험을 얼마든지 뱉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 그녀는 구스타 모리와 함께 했던 것 , 모든 것을 주인공 '나'에게 말함으로서, 원하는 것을 취하고 싶었다. 반신불구라는 것,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 , 타마라에게 결정적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던 거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불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 대화 속에서, 여성의 심리가 깊이 반영되고 있었으며,대학교수'나'는 서로가 서로를 단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우치게 된다.'영속성','안정' 이 두가지 개념에 대해서, 단순히 추상적인 단어가 아닌, 연인을 서로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였으며, 그것이 서로 불안을 감추면서, 서로 단념하 수 없었다.남녀 간에 ,'불능' 과 '불구'에 대해서, 스스로 자각하게 되는 그 순간, 그것을 해소시키거나 제거하려는 인간의 심리가, '나'와'타마라'를 연결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1972년에 쓰여진 소설이 지금 현재에도 유효한 이유, '나'의 사고와 '타마라'의 사고는 우리에게 삶의 균형이 어떻게 반영되는이 깨닫게 해 주고 있었다. 이 소설을 남성이 읽을 때의 관점, 여성의 시선에서 읽을 때의 관점을 토론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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