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그의 아내 - 딸의 시선으로 되새겨보는 부모님의 말과 생각들
이경혜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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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교리 미칼라네는 커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라일락 나무가 서 있고 , 왼족에 있는 우물가를 지나 뒤꼍으로 가만 목단이 내 머리보다 크게 피었습니다. 목단 옆에는 장독대가 있었고, 그 옆으로 가죽나무가 몇 그루 있었습니다. 그렇게 뺑 돌면 건넛방 아궁이를 지나 다시 안마당 라일락이 나옵니다. (-6-)


나는 지금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것도 힘드네 앟는 소리 하고 있는데 대학생 딸이라니....와우! '벌벌이' 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겁 많고 소심했던 우리 엄마가 아이 셋을 키운 나이를 생각하니 나는 좀 더 유연하게 마음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66-)


1974년 11월 7일, 어마와 아빠가 결혼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엄마는 경상남도 척과가 아닌 경기도 군포시 도마교리에서 살게 되었다. (-107-)


나의 아이들 셋이 꼬꼬마였을 때 밀양에서 수원까지 12시간 걸려서 올라온 적이 있었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저속도로였다. 5인승 소나타에서 5인 가족이 12시간 동안 모두 끙끙 앓았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50-)


"차 수리만 하고 끝났지."
"합의는?"
"미칼라~ 자식 키우면서 다른 사람한테 너무 야박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다 니들한테 간즌 거야. 너도 명심해."

목수와 그의 아내는 그랬다. 이웃을 도우면서 이 도움이 돌고 돌아 내 아이들에게까지 닿기를 소원했으며, 옆 사람들에게 베풀어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우리가 있는 것이다. (-217-)


"그래서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 그런데 이 택시 기사가 남태령 고개에서 중앙선을 넘어 가지고 역주행을 하는 거야. 손이 아니라 교통사고 나서 죽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아! 왜 그러냐' 고 했더니 기사가 한다는 말이 '경찰이 빨리 따라붙으라고요!' 라고 하는 거야."

경찰 눈에 띄기 위해 일부러 역주행을 했는데 아빠가 탄 택시를 잡는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수 없니 택시는 방배경찰서로 직행했다. 경찰서를 들이받을 듯 달려오는 택시를 보고 놀란 경찰관은 피로 젖은 붕대를 왼소에 달고 있는 아빠를 보고 더 놀랐다.

택시에서 경찰차로 갈아탄 아빠는 중앙대학교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거절당했다. 접합 전문 의사가 없으니 차라리 접합 전문 병원으로 가는 것을 권했다고 한다. (-228-)


인터넷이 없었고, 컴퓨터가 없었던 그 시절 우리는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새 망각되는 삶을 살아왔다. 온전히 배운 것 없었고, 단순히 글 한줄 알았던 그 시절, 너도 나도 삼시 세끼 밥먹는 것에 급급했던 그 시절이있다. 잘 살아보자, 잘 견뎌 보자, 새마을 운동이 한창때였던 그 시절, 우리는 서로 어려웠고, 서로 가난하였고, 서로 아픔을 공유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웃에 대한 정, 밥정이 있었던 그 시절, 서로 부족한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손해를 보면서도 야박하게 굴지 못하였다.나는 손해를 보지만,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야박함을 숨겨야 했다.


이 책은 딸이 쓴 부모님 이야기다. 삼남매ㄹ르 키웟던 어린 부모님, 찐하고, 짠하고, 사글픔이 묻어나 있었다. 작은 구멍 가게에 의존하였던 그 시절 우리의 삶이 내비치고 있었다. 목수로 살아온 아버지의 삶,그 삶은 켜켜히 아버지의 손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었으며, 뭉툭한 손, 보이지 않는 그 손가락 한 마디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으며, 몸으로 각인되었다. 막 살았던 그 시절, 무지막지하게 살았고, 원칙보다 당장 현실이 급한 그 시절이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때로는 사회의 규율을 어기는 것을 어느 정도 용납되었던 그 시절,우리는 가난에 몸부림 쳤으며, 어린 부모는 천지 세상을 모른 채, 세아이를 키우고, 아둥 바둥 살아왔다.


눈물로 채워진 에세이집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었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넉넉한 삶을 살지 못하였다.계산할 줄 몰랐고, 막 퍼다주는 삶이 우리의 삶 속에 묻어나 있었다. 장장 현실이 급하였고, 사우디로 돈벌러 나갔으며, 월남전쟁에 불러 갔었다. 전재으이 휴유증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기 당시 우리의 모습이다. 어느새 원칙을 따지는 사회로 바뀌면서,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지고, 서로 거리감을 두고, 부담스러운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그런 삶이 지금 우리의 삶의 민낯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있어서 그 어느때보다 풍족하고,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공중 전화에서 기다려서 전화를 걸었던 그 시절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음에 ,우리의 가슴 한 켠이 채워지지 않은 것 같았다. 삶의 풍요로움이 채워지면서, 세대간의 단절을 허용하였고, 우리 삶에 공감과 이해가 소멸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 단절된 삶과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으며, 우리 삶에서 채워 나가야 할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하나 둘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하되 ,이웃의 정이 그리웠으며, 아픔과 슬픔 ,고통이 층층히 쌓인 우리의 부모님의 삶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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