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탐험대 - 양심이 깨어나는 시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3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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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침 저녁으로 똑같은 질문을 해 댔다.
"니가 잘할 수 있는 게 뭔 거 같니?"
어느날이었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아빠가 나를 앉혀놓고 심각한 얼굴로 또 그 질문을 했다. (-10-)


해초는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과 캠프 스태프들이 모두 보는 앞에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섰다. 나는 그날 해초 얼굴을 밮로 보지 못하고 해초의 발만 바라봤다. 해초 엄지 발톱에 초록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반짝반짝 빛나는 매니큐어였다. (-68-)


"분명히 말씀드리는데요, 우리 도수는 머리를 감았다고 해요. 우리 애가 머리는 항상 밤에 감거든요. 아침이면 얼마나 바쁜지 머리 감을 시간이 없어서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는데 습관이 된 거죠."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나서서 말했다. (-101-)


서린이가 픽 웃었다.
"해초 엄마 아빠가 타살의혹을 제기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갈등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말할 용기는 없었어. 그날 해초 엄마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입을 다물었을거야." 
타살가능성이라니까 끝까지 타살의혹이란다. (-145-)


"너희 증언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나왔거든. 그 사람은 캠프장으로 쓰인 그 집을 개조하고 고치는 일을 했어. 캠프가 있는 동안 세번 그곳에 갔지. 캠프 마지막 날 오후에도 들렀어. 마당에 설치했던 캠프파이어 무대 한쪽이 무너졌다는 말을 듣고 그걸 손보러 갔다고 했어. 전날 연락을 받았는데 다른 일이 있어서 곧바로 못 가고 다음 날 갔다고 했지. 캠프파이어 시작하기 저에 손보면 되니까 크게 급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처음에 참고인 조사도 했고 말이야. 서린이 학생 말을 듣고 나서 연락을 하니까 연락이 안 돼 더 의심되는 상황이지. 그런데 말이다. 엊그제 주변 cctv 중에 하나가 추가로 올라왔는데 영상에 그 사람의 자동차가 찍혔어. 캠프장이 있던 마을을 떠나는 영상인데 찍힌 시간이 그 일이 일어나기 훨씬 전이야." (-180-)


서린이가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아마 도수도 마찬가지일 거야. 해초가 알면서도 모른 척해 주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입을 다물고 있었을 수도."
맞는 말이긴 한데 왜 나까지 끌고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서린이 저 혼자만의 이야기로는 충분히 콧날이 시큰거리는데. (-209-)


살다보면 좋은 일도 생기고, 나쁜 일도 발생한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일, 아프일 , 끔찍한 일도 있다. 인간의 삶의 다양한 모습들 속에 내 삶을 비추게 되고, 나의 삶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생의 스펙트럼 안에서 느끼곤 할 때가 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일만 놓여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소설가 박현숙 은 <구미호 식당>,<신비한 유령이야기>,<이상한 초대장>외에 다수의 청소년 문학 을 출간하였다. 그동안 읽었던 문학작품은 인간의 영혼과 관련된 작품이었고, 이번에 읽게 되는 <흉가탐험대>도 그 연장선에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장도수다. 그리고 도수 옆에는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서린이 있다. 서린의 엄마와 도수의 엄마는 고등학교 동창회 동기이며,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알고 있다.


이 소설의 앞부분은 본 스토리를 언급하기 위한 배경이자 하나의 스토리 장치에 해당된다. 서린과 도수는 유투브를 운영하는 닥터쌩에 의해 흉가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다. 으스스 하지만, 용기와 도전, 자극에 있어서, 흉가 체험은 매력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한 아이가 죽게 되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해초이다. 


졸지에 흉가 탐험을 하였던 아이들은 경찰의 참고인이 되어야 했다. 친구의 죽음 배후에 숨겨진 증거물을 찾기 위해서다.그 과정에서 아이들 문제가 어른들 문제로 바뀌게 된다. 서린과 도수는 서로 소통도 하고, 친하게 지내며, 허물없이 보내고 있다.그런데 도수가 서린에게 건낸 말이 서린의 엄마 나연에게 옮겨지는 그 순간 또다른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아이들 문제가 어른들 문제로 커진 것이다. 그것은 불편함으로 이어지게 되고, 증거가 은폐되는 문ㅋ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해초의 죽음 뒤에 감쳐진 증거나 정황이 하나 둘 사라지게 되는데,그 원인이 바로 흉가탐험대에 참가한 아이들의 부모에 의해서다. 즉 여기서 어떤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의 당사자는 무언가 단서 하나라도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주변인물에겐 골치 아픈 일이 하나 더 생긴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부모들은 결정적인 단서를 말하지 않게 되고, 아이들은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말할 때, 스스로 책임저야 한다는 것이 공포스러웠다. 이 소설은 우리 앞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그 주변인물들이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즉 죽음에 대해서 저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으며, 서로 자신의 책임이 되는 것으 두려워한다. 방관자 신세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며, 부모들은 아이들의 알리바이와 습관을 말하면서, 항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과 결정,그로 인해 심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점점 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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