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글쓰기
탁정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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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으로 이끈 것은 삶의 위기상황이었다. 스스로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서 명상을 붙들었다. 명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실행하지 않았을 뿐. (-7-)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매 순간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우리는 쓸모없는 것은 너무도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 자신은 알지 못한다. (-75-)


그러나 만약 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 코드를 빼놓은 채 방해받지 않고 연속으로 5시간 내지 6시간 동안 보고서 작성에 전력투구한다면, 내가 이름 지은 소위 '제로 드래프트 zero draft'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시간을 잘게 쪼개고 원고를 장별로 나누어 다시 쓰고 ,교정하고 , 그리고 편집작업을 할 수 있다. (-115-)


어두운 생각, 수치,원한을 웃음으로 맞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집에 초대하십시오.
누가 오더라도 감사하십시오.
그들 모두는 저 너머로 당신을 안내하고자 찾아왔습니다. (-140-)


그런데 글쓰기는 우리가 마주하기 싫은 수치심, 죄책감, 후회, 두려움 같은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기억이나 생각으로 마주하면 숨거나 도망치거나 싸우고 싶지만, 그로 마주하면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이 생긴다. 그 작은 공간에서 거리를 두고 수치스럽고, 죄책갑에 사로잡히고, 후회하고, 두려워하는 일들을 글로 써본다. 그것들이 그로 나타날 때는 의외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아픈 감정들로 가득한 마음이 오히려 글쓰기의 보석상자가 되늕 것이다. (-189-)


이 답답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장이나 폐에 심각한 병이 생긴 것일까?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힘들까?
사람에게 치이지 않고 혼자 살수는 없을까? (-239-)


과학자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진동한다고 한다. 사람도, 책도 ,노트도, 바위도, 우리 몸도, 몸을 구성하는 세포도, 생각도, 말도, 글도, 글자도 모두 진동한다고 한다. 그러니 한 생각이 떠오르면서 진동을 하면 그 생각은 진동을 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꼭꼭 숨기려 해도 숨길수 없을 것이다. 생각이라는 진동은 신경계를 타고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을테니까. 예민한 사람이 아니어도 느낌만으로 상대의 숨겨놓은 생각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만일 화나는 생각이 진동하면서 말이 되어 나오면 파장은 커진다. (-289-)


인간은 위기의식을 스스로 느낄 때, 새로운 변화가 나타난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강제로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위기가 기회로 순환되고, 기회가 위기로 전환되는 것은 변화의 이치 속에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변화, 나에 대한 이해, 자아, 초자아, 이드로 대표하는 인간의 정신적인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나에 대한 이해와 탐구,관찰을 하려는 욕망이 나타나게 될 때, 책을 쓰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소망은 행동과 실천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인간의 동기부여는 삶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글쓰기는 위로와 치유를 위해서 행하는 소중한 행위이다. 글을 통해 그도안 스스로 깨닫지 못한 나를 알게 되고, 내가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기억하고, 추억하며, 재현하게 된다. 재현과 재생의 반복,기억을 추억으로 전환하고, 글쓰기를 통해 명상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게 되며,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다.걷기만 명상이 아니라, 글쓰기도 자기주도적인 명상이다. 


사련서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때가 있다. 인간이라면 사회에서 나 자신을 드러내고, 누구에게나 있는 수치심, 죄책감은 나를 글을 써야 하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감정에 도취되어 있는 나에게 ,글쓰기를 통해 나를 객관화하게 되고, 나를 관찰자의 주체가 되며, 나에 대한 호기심, 나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호기심과 질문이 결국에는 나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있으며, 행복의 가치를 찾아내, 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나와 타인에 대한 네트워크, 나의 가치관,나의 경험들, 내 안의 에고를 들추고,나에 대한 민낯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만든 가상의 나, 거짓된 자아의 환상, 스스로 분수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모순과 위선의 주체, 기이하고, 엉뚱하고, 불확실한 존재감, 나에 대한 진정성을 글쓰기를 통해서 확보할 수 있고,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나만 알 수 있는 행복의 어느 한점을 확보할 수 있다. 후회로 인해 내 인생이 망가지는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글쓰기를 통해서, 나의 문제에 대한 인식, 내안의 정신적인 결함, 내 안의 나를 유혹하는 주체를 찾아서,그것을 바꿔 나가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즉 글쓰기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이지만 결국 내가 나를 볼 수 있는 수단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 신중하면서도 고귀하며,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위로와 치유, 자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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